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제가 외상후증후군인가봐요.

괴로움 조회수 : 966
작성일 : 2013-05-29 16:08:59

며칠 전 점심먹으면서 ebs 라디오를 듣는데,

그 프로가 책읽는 라디오..인가 하는거예요.

단편소설을 읽어주는데, 그날의 소설이 '그밤의 경숙' 이었어요.

내용은 콜센터 직원으로 고객과 다른 직원과의 일로 스트레스를 받는 경숙이

육아와 가족안의 빗나가는 소통으로 힘들어하는 상황이 그려져있거든요.

 

밥을 먹으면서 무심코 라디오를 틀어놓고 듣다가 안듣다가 하는게 습관이었는데

그날은 책에 그려지는 주인공의 심리에 너무 몰입해서 듣게 되었어요.

 

직장에서의 스트레스,

애들을 키우는 문제,

연로한 부모님 모시는 문제로 친정에서 형제들끼리의 갈등,

대출받아서 마련한 집의 융자 갚는 문제,

남편도 스트레스를 받아서 운전중에 퀵서비스 남자와 도로 한복판에서 싸움이 날뻔한 거.

집으로 가는 길을 넘어서 낯선 길로 남편이 마구 주행하던 거.

그 차 안에서의 남편과의 말싸움..

그리고 사고..

거의 총체적인 난관이죠.

 

 

밥을 먹으면서 듣다가 제가 심장이 쿵쾅거리고 식은 땀이 나더라고요.

우리 애들 키우면서 직장 다니면서

정말 마지막 한방울의 힘까지 쥐어 짜내면서 일하던 제 젊은 시절이 떠올라 너무 괴로왔어요.

그때 시댁이고 친정이고 저희에게 도움이 되기는 커녕

오히려 더 많은 짐만 되었구요.

더우기 첫째는 많이 아파서 죽을뻔한 고비도 여러번 넘겼는데

그때 가족 안에서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여러가지 힘든 일이 많았어요.

돈은 하나도 없이 거의 빈민이었지, 애는 병원에 입원해서 죽네사네 하지,

일은 해야겠지.

시댁이고 친정이고 도와주기는 커녕 오히려 더 상처만 주지..

도대체 우리 애가 과연 살기는 할까.. 우리 가족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그 모든 것이 다 어둡고 긴 터널이었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도 애들 어릴 때 제가 거의 고갈되기 직전의 정신상태로

이를 악물고 맨땅에 헤딩하면서지푸라기라도 잡으면서 버티던 시절이

그 소설속의 경숙의 심리에 오버랩 되면서 머리 속에 그대로 재현되는 거예요. 

 

그 라디오 방송을 들은지 며칠이 지났는데도

아직 제가 마음이 안 다스려져요.

젊은 시절의 힘들었던 상황이 바로 지금도 그런 것처럼 느껴지고,

괜히 마음이 다급해지고 신경이 곤두서고 그래요.

 

사실 요즈음엔 애들이 다 커서 별로 제가 집안일이라고 해봤자 힘들게 없어요.

지금도 직장 열심히 다니지만 지금은 제가 단련이 되서인지 예전과 같은 스트레스는 아닙니다.

집안 살림도 애들이 학기중에는 집을 떠나 있고

방학에 와 있으면 애들이 빨래니 청소니 다 해줘서 제가 몸은 안 힘들어요.

이제는 그렇게 힘든 날 모두 지났으니 마음 편히 지내면 되는건데 왜 이러는 걸까요.

 

그 단편소설 들은 뒤로는

제가 마음 속으로 몸살을 하고 있네요.

평소에는 6시에 깨어서 상쾌한 마음으로 아침준비하고 운동하고 출근하는데

요즘은 4시 반, 5시반.. 이렇게 깨서도 멍하니 있다가 뒤늦게서야 부랴부랴 황급히 준비하고 그러네요.

아침 일찍 깨니 낮에는 졸립구요.

신경만 마구 곤두서있고 말이죠.

아무래도 제가 예전에 너무 힘들게 살았던 것이 외상으로 남았나봐요.

좀 많이 힘드네요.

IP : 112.186.xxx.156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3.5.29 5:52 PM (218.155.xxx.49)

    님 제가 한번 꼬옥 안아드릴게요 잘 버텨오셨어요 스스로도 안아주세요

  • 2. *****
    '13.5.29 6:17 PM (124.50.xxx.71)

    잊은듯이 사셨지만 잊혀지지 않았던거죠
    잊어버릴수 있다면 상처가 아니라더군요...
    그 상처를 딛고 아이들 잘 키우면서 아직도
    직장생황 열심히 하시는 님께
    박수쳐드릴게요

  • 3. 괴로움
    '13.5.30 11:51 AM (112.186.xxx.156)

    오늘 아침엔 3시 반에 깼어요.
    오늘도 멍하니 있으면 제가 너무 기분이 나쁠 것 같아서
    부억일을 했답니다.
    일요일에 장아찌 담으려고 곰취 사놓았는데
    제가 며칠내내 마음이 안정이 안되어서 손도 못대고 있었거든요.

    곰취 다듬고 한장한장 씻으면서 몇번이나 물을 갈면서
    곰취의 두툼한 잎사귀와 줄기를 내 손끝으로 느끼면서
    내가 이 자리에서
    우리 남편과 아이들과 애써서 이룬 행복한 가정에서 곰취를 다듬을 수 있다는 사실에
    진정으로 감사했어요.
    나는 어두운 터널에서 살아나왔어.. 이젠 더 이상 예전 일때문에 괴로워할 필요 없어..
    설사 그때 너무 힘들었다 해도 이제 와서 보면 다 의미가 있는 일이었어.. 이렇게 되뇌였어요.

    가족이라는 것이 이렇게 큰 힘이 되는구나 싶어요.
    남편이 깰 때 즈음해서 조금 졸립기 시작했지만
    그냥 둘이서 운동하려고 나섰어요.

    위에 댓글로 위안주신 분들의 글읽으면서
    제가 마치 엄마 품에 안긴듯, 등을 두드려 주는 듯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여태까지 제가 이렇게 위안이 필요하다는 것조차 모르고 살았어요.

    남편에게 제가 라디오에서 읽어주는 단편소설을 듣고 이렇게 힘들었다고 하니
    남편이 그런거 왜 들었냐고..
    그렇지만 그것을 들음으로 해서 제가 얼마나 벼랑끝에서 살아왔는지
    그래서 왜 지금 힘든지 알게 된 계기인 것 같아서 그것도 결국엔 좋은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 프로그램에 나온 단편소설..
    그래도 저는 직접 읽지는 못할 것 같아요. 아직은.
    좀 더 마음이 편안해지면.. 언젠가..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62526 나는 바보인가.. ... 2013/06/14 401
262525 캐비어는 무슨맛인가요?? 12 2013/06/14 16,059
262524 전직 투자은행 직원입니다. 89 ㅇㅅㅇ 2013/06/14 29,926
262523 이재정 이런 인간이 통일부 장관이었네 5 진격의82 2013/06/14 1,083
262522 키즈타임스,,확~ 결제해 버렸는데 2 1년짜리로 2013/06/14 605
262521 강정마을 감자 사세요 3 .. 2013/06/14 850
262520 군가산점제는 확대 시행되어야합니다. 15 서울남자사람.. 2013/06/14 1,193
262519 왜 살아야하는지 모르겠어요. 왜 사세요? 38 왜? 2013/06/14 10,110
262518 그릇 수집하시는 분 찾습니다! suriri.. 2013/06/14 937
262517 아직 살아 있는 자 전두환 1 추천 2013/06/14 505
262516 다음 메일 첨부파일 한꺼번에 다운 받는 방법 있을까요? 3 ///// 2013/06/14 2,340
262515 제평에서 산 니트도 교환되나요? 2013/06/14 519
262514 더운 여름에 어떤 헤어스타일 하세요? 4 아 여름~ 2013/06/14 1,779
262513 제주도 우도,에코랜드,아쿠아리움근처맛집 부탁이요 4 절실.21년.. 2013/06/14 5,245
262512 사과농사를 시작하려하는데 정보나 재배법 공유할수있는 사이트 아세.. 2 두고두고 2013/06/14 739
262511 광명은 살기 어떤가요? 11 아파트 2013/06/14 4,479
262510 겨드랑이에서 땀이 많이 나면 암내가 날까요? 6 .... 2013/06/14 2,985
262509 저 아래 사투리 얘기 6 사투리 2013/06/14 813
262508 동안얼굴이 순식간에 훅간다고 해서 걱정이네요 8 걱정중 2013/06/14 2,868
262507 직업을 바꾸는 게 망설여집니다 2 2013/06/14 839
262506 점프수트 좀 봐주세요 13 패션감각별로.. 2013/06/14 1,632
262505 노인돌보미 일해보려구요 4 6월 2013/06/14 1,665
262504 임성한 드라마 보는게 그렇게 욕먹을 일인가요? 21 2013/06/14 2,371
262503 자랑스런 노벨상 수상자 1 진격의82 2013/06/14 713
262502 기아차 생산직도 현대차처럼 대우가 좋아요? 6 2013/06/14 1,8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