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영화 보고 원작 읽었는데 몇 가지 느낀 점을 말해 보자면 ㅎㅎ 영화가 굉장히 원작을 충실하게 재현했어요. 닉네 집에서 재회하기 전에 잔디 이야기 하는거나 시계 망가뜨리는 것까지(영화에선 조금 과장되긴 했음)...그리고 닉네 집이 영화에서 보이는 것처럼 초라한 오두막집은 아니예요. 나름 북유럽 출신 가정부도 두고 있음 ㅎㅎ
다만 원작엔 닉이 신경쇠약 걸려서 의사랑 상담한다거나 개츠비 일을 소설로 쓰진 않아요. 소설에선 개츠비 사후가 비교적 길게 서술되어 있는데 닉이 장례식 때문에 여기저기 연락하지만 '정승 말 죽은 덴 와도 정승 죽은 덴 안 온다'는 속담이 있듯이 거의 아무도 안 옵니다. 닉이 울프심(영화에선 볼리우드 대스타가 깜짝출현했죠. 밀리언 달러 슬럼독에서 주인공이 어릴 때 똥통에 빠졌다가 나와서 싸인받은 대스타 아미타브 박찬...인도 영화에선 정말 멋있는 역할로 나오는데-주로 부자집 주인공 아버지 역할-여기선 뭔가 음산하게 나와서 대실망...) 사무실에도 찾아가는데 본인이 구린 게 있으니 안 엮이려고 하죠. 개츠비 아버지도 신문기사를 보고 찾아와요. 개츠비가 어릴 때 쓴 생활계획표;; 같은 것도 보여주고 그의 성공을 자랑스러워 하긴 하지만 뭐 그리 바람직하고 애틋한 아버지 상은 아니예요.
근데 이런 걸 떠나서 눈여겨 볼 점은 이 소설이 굉장히 자전적인 소설이라는 점입니다. 스콧 피츠제럴드가 실제로 군에서 복무했고, 부잣집 딸을 사귀다가 한번 차인 적도 있고 지방 대법원 판사 딸이랑 사귀다가 돈 없다고 차였으나 소설이 성공한 덕분에 결혼하죠. 행복하게 잘 살 것 같지만 각자 바람나서 톰&데이지 부부처럼 산다는 게 함to the정...말년에 부인은 신경쇠약에 걸리고 정신병원에 갔다가 병원 화재로 사망했다는...
데이지, 꽃처럼 연약하고 멍청할 것 같은 이름이죠? 원작에는 데이지를 부드럽고 온화한 매력이 있는 여자로, 개츠비가 데이지 목소리를 '돈 소리'라고 표현하고 닉이 동의하는 부분이 있어요. 뭐...찰랑찰랑 경쾌한 소리를 그리 표현한 건지는 모르겠으나 여러 가지 의미가 함축되어 있는듯... 연비 높은 자동차 같은 여자 ㅎㅎ
영화에서 딸은 마지막 장면에만 등장했던 거 같은데...원작에는 개츠비, 톰, 데이지가 삼자대면 했을 때 데이지가 딸을 데리고 나오는 장면이 있어요. 개츠비는 데이지랑 떨어져 있던 5년을 데이지 기억 속에서 지워버리고 싶어 하지만, 딸이라는 부인할 수 없는 물적 증거가 남아 있고, 그래서 개츠비는 흠칫 놀라죠. (개인적으론 애 때문에 데이지의 결정에 공감합니다만) 그리고 톰이 예전에 신혼여행 갔을 떄 추억을 주절주절 일깨우며 추억팔이를 하죠. 아무튼 그 뒤에 개츠비가 버럭하는 장면은 꽤 신경질적이죠? 닉이 말했듯이, 그리고 데이지가 말했듯이 개츠비는 너무 많은 걸 바랬던 셈이예요... 데이지의 현재와 미래만 바랬다면 데이지는 개츠비를 따라 떠났을 지도 모르지만 데이지의 과거 그 자체를 부정하는 바람에 개츠비는 모든 것을 잃었죠.
데이지랑 톰은 상류 사회 출신이죠. 개츠비는 운+노력으로 인해 부자가 되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어디서 굴러왔는지 모르는 개뼉다귀처럼 의심스러운 인물이구요. 톰은 심지어 변변히 하는 일도 없이 바람이나 피고 다니다가 개츠비를 무고하고 죽음에 이르게 하는데도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지요. 이미 거의 백 년 전의 미국에서도 상류사회로의 진입이 이렇게 힘든 일이었다니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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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 원작을 읽고...
세헤레자데 조회수 : 2,376
작성일 : 2013-05-26 16:24:41
IP : 85.76.xxx.175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rocmql
'13.5.26 7:38 PM (219.251.xxx.144)원글님 설명 좋아요^^
저두 영화보고 수설읽고 있는 중..
김영하 작가의 팟캐스트 들었더니 이것도 재미있더군요
개츠비 번역하던 당시에 녹음한거 같아요 한번 들어보세요^^
http://kimyoungha.libsyn.com/episode-452. rocmql
'13.5.26 7:39 PM (219.251.xxx.144)헛
수설-> 소설
김영하의 책읽는 시간 팟캐스트에요3. 첫사랑
'13.5.26 7:53 PM (2.216.xxx.170)과 인간의 욕망이 시간 속에 바래듯 어그러지고 또 아스라히 잊혀진다는 게 무언지 그 잊혀지는 것들을 잡고자 애쓴다는 게 부질없디 부질없다는..아름답고 허무하고 쓸쓸한 이야기죠. 하루키가 가장 좋아한 작가고 그 감성과 비슷한 분위기를 노르웨이숲에서 묘사하려 했다고 밝힌 적도있죠..
한국식으로 리메이크 재해석한 드라마가 나오면 배경음악은 필히 옛사랑으로 해야할거 같아요4. 저도
'14.4.26 5:48 PM (175.209.xxx.22)원글님의 설명이 좋아서 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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