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14년차입니다. 어디서부터 무엇부터 말해야할지 모르겠네요.
부부상담소 같은 곳이라도 가보고 싶기도 하고, 누구 붙잡고 내가 이렇게 이렇게 사는데 도대체 뭐가 잘못된거냐고
묻고도 싶어요.
그런데, 그럴 사람이 없네요.
친정에 얘기할까요, 시댁에 얘기할까요......그렇다고 친구?
휴~
도박하고, 바람피고, 술로 문제 일으키고 그런거 아니에요. 그런데 정말 미쳐버릴거 같아요.
얘기 좀 들어주세요. 그 동안 살면서 황당했던 이야기들.
1. 우선 신혼때 너무도 다른 성향으로 많이 다투었습니다. 사소한 일들이었죠. 싸운 내용은 기억이 안날 정도로 사소한 것들이지만, 그 후가 너무 힘들었어요. 말을 안하는 겁니다. 그냥 두면 두달? 세달? 왜 그런거 있죠? 난 말 안하고 얼마든지 살 수 있어. 이런거. 전 반나절도 힘든데, 없는 사람 취급.
그리고 계~속 잡니다.
전 싸우고 나면 풀어야 되고, 이만저만 하니 이렇지 않냐....앞으론 그럼 이러자. 이걸 원했는데..... 지금까지도 한 번도 저렇게 얘기를 한 적이 없어요.
그냥 자요. 말 없어요. 계속 버틴다는 느낌? 오히려 편하다는 느낌?
정말 벽도 이런 벽이 없었습니다.
2.큰 애가 서너살 되었을 때, 애기 데리고 소풍 가기로 했었습니다. 애 옷입히고 나름 분주한데, 갑자기 신랑이 밥상을 펴더니 정말 밥에 고추장을 넣고 비비고 있는거에요. 한그릇만.
뭐하냐 했더니 밥 먹고 나가겠답니다.
이때도 너무 서운하고 화가 났습니다. 애기데리고 나가 놀다가 맛있는 것도 먹고....이게 제 생각이었는데, 시댁에 엄청나게 절약하는 하시는 집입니다. 신랑도 돈 쓰는걸 불안해했구요.
이게 뭐냐....그랬더니 넌 나가서 먹어라....한 사람 입이라도 덜면 되잖아. 난 안 먹어도 돼.
헐.......제 입장에서는 이게 말인지 막걸리인지 인데, 나만 이렇게 먹고, 넌 나가서 먹으면 된다고 했는데, 왜 화를 내냐 이럽니다. 여기서 부터 저희는 본격적인 싸움이 시작됩니다. ㅜㅜ
3.그리고, 아이들이 좀 더 컸을 때, 한 여름이었어요.
저희 친정 아빠가 저희 시댁이 있는 지방에 가 계실 일이 있었어요. 저보고 "댁 어르신들 저녁을 좀 대접하고 싶으니 너희가 내려갈때 아빠한테도 연락해라"하셨죠. 그래서 저희가 내려가기 일주일 전에 아빠께 연락드렸더니 토요일 저녁 몇시쯤 만나뵙는 걸로 대강 말씀을 하셨어요. 그래서 신랑한테도 말했구요 (시댁 어른들께는 말씀 안드렸었어요. 가서 말씀 드리려고) 그러다가 아빠가 갑자기 일이 생기셔서 서울로 가셔야 한다고 다음 기회로 미루자고, "아직 말씀 안드렸지?"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알겠다고 남편한테만 말한면 된다고 어르신들 아직 모르신다고 했어요.
그리고, 시골 내려가는 차 안에서 "아빠가 서울 가셔야 하셔서 저녁대접은 다시 잡자고 하셨어."이랬어요.
시골 집에 도착해서 있다가 시간이 한 5시 반쯤 되었나? 갑자기 신랑이 어머님, 아버님께 "장인어른이 저녁식사 하시자는데 좀 있다 같이 나가세요."하는 거에요. 전 너무 뻥~~~~~~
그래서 아니아니, 아버지가 그럴 생각이셨는데 오늘 일이 생기셨다고 서둘러 말햇죠.
그랬더니 시부모님께서 "응~그러냐~"
신랑 얼굴을 쳐다봤는데 무슨 일 있었냐...이런 얼굴인거에요. 너무 황당~
나중에 밖으로 살짝 불러 왜 그렇게 말씀드렸냐니까, 취소됐다고 얘기한거 못들었대요.
차 옆 좌석에서 말했는데 못들었대요. 항상 이런식이에요. 사람을 방방 뛰게 만들어요.
"아 그랬어??" 이런 반응도 아니고. "못들었는데? 어쨌든 안나가면 되잖아."이런 식. 걍 평상심.
아이고 내가 실수 했구나....이런 반응이 아니고, 뭐 아님 됐짐 뭐.....후~~~~~
이런 반응땜에 제가 또 격해지구....
4.한 가지만, 더 말씀드릴게요.ㅜㅜ
3년전 쯤 우연히, 성당 성물 싸이트를 보다가 18k 묵주팔지를 하나 갖고 싶더라구요.
남편한테 "이거 넘 예쁜거 같어. 하나 사줘~~~"그랬죠.
사실 농담반이었어요. 너무 비쌌고 짠돌이 신랑이 그걸 사주겠냐....그런 맘.
그랬더니, "우리 아버지가 묵주를 악세사리로 하고 다니는거 싫어하실껄!" 이러고 마는거에요.
참.... 말이라도 "담에 사줄게"이런거 없어요. 그래 그럼 그렇지....
그러다가 정말 중간에 너무너무 너무너무 서운하게 한 일이 있어서 제가 오기가 났어요.
내가 정말 이 사람한테 뭔가.
이 사람 저한테 맨날 미안하대요. 근데, 그 미안하다가 14년째.
말인지 막걸리인지 모를 소리로 사람 돌아버리게 몇 날 몇칠 가다가 나중에 한마디 "미안하다."
저 말 한마디로 14년 살았어요.
그래서 나를 그렇게 망신시키고, 속상하게 하고서도 또 그 말 한마디냐.
안되겠다.... 당신 내가 저번에 얘기한 그 파찌 알지? 나 그거라도 받고 싶어. 했어요.
곤란해 하더군요. 그러더니 알았대요.
그리고, 한 3일후인가... 신랑이 전화해서는 오늘 팔찌가 도착할거니까 잘 받고, 잘 껴~ 이러는거에요.
그래도 맘이 많이 풀리더라구요
그리곤, 택배가 왔어요. 설레는 맘으로 풀엇죠.
그 안에...... 길거리에서 4000-5000원하는 플라스틱 구슬 팔찌 아시죠?
그게 들어있는거에요.
여러분..... 저 정말 너무 미칠거 같어요.
저게 2-3년 전 일입니다.
살면서 한번도 먼저 "술 한잔 하면서 얘기 좀 하자" 한 적이 없어요.
얘기를 시작하면 위에처럼 얘기를 돌리고, 돌리고, 말꼬리 잡고...그리고 자기는 몰랐다.... 그런거 잘 모른다..... 미안하다.
이 세마디가 다에요.
제가 정말 가슴 속에서 열이 불뚝불뚝 나요.
미쳐버릴거 같아요.
나 같고 장난하나... 싶고.
성실하고, 인상 좋아보여 다들 저보고 남편 인상 좋다고....너무 착하다고....
저 팔찌 일과 그 전의 일로 전 마음의 문 닫았습니다.
대화도 안되고, 14년 결혼생활 돌이켜보면 저런 똥같은 기억 뿐이에요.
저 혼자 답답해서 펄펄 뛸 뿐, 본인은 평온~~~한 얼굴로 출근하고, 퇴근하고. 출근하고,퇴근하고.
저도 잘못하는 점이 많겠죠.
저 위에 쓴 사건들은 정말 있는 그대로에요.
제가 제일 답답한 건 저런 일련의 일들이 살면서 어느 집인들 없겠습니까.
내가 서운하게 할 수도, 상대방이 서운하게 할 수도 있죠.
하지만 그런 일이 있고 나서 그땐 이랬고, 내가 이만저만 해서 그랬어.
이런게 한! 번! 도! 없었다는 겁니다.
전 지금 생각해보면 남편이 무슨 생각으로 나를 대하며, 가정에 있는지 모르겠어요.
겉은 항상 평온하고, 조용하고, 착한 사람처럼 보이는데, 전 그 속을 모르겠다는거.
어떤 사람인지도 이제 모르겠다는거.
이젠 무서워요. ㅜㅜ
누군가 들어줄 사람이 있다면 밤새 펑펑 울면 속 좀 터놓고 싶어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