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졸업후 얼마전까지 잠시도 쉬지않고 지냈던거 같아요.
직장다니면서 대학원도 다녔고, 이것저것 경력 쌓으면서 지냈어요.
결혼은 일찍했고, 친정엄마가 아이 낳으면 키워주신대서, 바로 아이 낳아서,
지방 친정집에 돌까지 아이를 맡겨놓기도 했고 이후에는 친정엄마랑 같이 살면서 엄마가 살림,육아 거의 하셨어요.
올해 아이가 학교 들어갔는데, 계속 저에게 직장 다니지 말고 자기랑 있어 달라고 하고
자기가 아프면 엄마가 회사 안가고 자기 옆에 있을테니 아팠으면 좋겠다고 하고TT
입학직후 학교에서 머리아프다, 배아프다, 집에가고 싶다 해서 담임선생님과 면담까지 했었어요.
그래서 심리검사 하는 대학 부설 심리센터에 가서 저랑 아이 모두 심리검사 했어요.
지능검사부터, 그림으로 하는 검사, 로샤검사(데칼코마니 같은 그림보고 해석하는거) 등 모든 심리검사 풀세트로 다 했어요.
전 제가 일 중심적인 사람인줄 몰랐는데, 교수님이 하시는 말씀이 어릴때부터 너무 공부만 하고 머리가 좌뇌만 많이
발달하고 관계중심적인 지능은 발달하지 않았다고...다른사람의 감정을 잘 읽지 못한다고 하시더라구요.
사실 제가 일하는 곳에서는 제가 제일 관계지향적 사람이고 일욕심 없거든요.
제 직장이...고학력 여성들이 많고 지금도 박사, 박사후 과정으로 연구하는 여성들이 많은 직장이라 그런지
모두 굉장히 성취지향적이라, 저는 그 중 제일 그렇지 않은 편이었는데, 검사 결과를 들으니 충격이었어요.
아이도, 생애초기에 엄마아빠와 떨어져서 외가에서 지내다가 다시 합치고 이러면서 주 양육자에 대한 혼돈도 있고
그런것이 심리적으로 트라우마가 될수 있다고..
엄마의 부재를 요즘 더 많이 느끼면서(학교 입학하는 스트레스에 추가되어서요) 불안감이 심한 상태라고..
심리검사 후...갑자기...내가 뭘 위해 이렇게 살았나 싶더라구요.
아이 낳고 1년 휴직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뭐가 그리 바쁘게 아이 지방 친정에 맡기고 돈벌면서 공부하러 다녔나...
인생에 회의가 들고...너무 혼란스러웠어요.
아이가 나를 필요로 하는데, 오죽하면 엄마가 자기 아프면 회사 안가니 자기가 입원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할까 싶고..
그렇다고 내가 굉장한 부를 축적해서 재벌이 된것도 아니고..
직장생활하면서, 아이를 밤에 자는 것만 본 적이 많고 돌까지는 따로 살았으니 아이가 옹알이 하고, 기어다니고
이런 기억이 제 기억에 남아있지 않은것도 너무 슬펐어요.
그래서, 모든걸 포기하고, 직장 그만뒀습니다.
다들 미쳤냐고 그러고 말렸지만, 이제 내 인생의 우선순위를 달리 하자...결심했거든요.
집에 있는데, 살림이 익숙치도 않고 아이랑 노는것도 익숙치가 않아요.
그런데..변화가 생겼어요.
항상 빨리 빨리 란 말을 달고 살던 제가 좀 여유가 있어졌구요.
남편과 장난도 많이 치고 남편과 사이아 너무 좋아졌어요.
직장에서 중요한 프로젝트 앞두면 예민해져서 남편한테 짜증내고 아이한테 소리지른적도 많아요.
그런데 다 내려놓으니, 그냥 여유가 있어졌어요.
돈? 그거 적게 쓰면 되지...하니 마음 편해졌어요.
둘째는 생각도 못했는데, 이제 둘째도 낳아볼까....싶어요.
이제 내 손으로 아이 키우면서(물론 엄청 힘들겠지만요) 아이가 혼자 앉는거, 기어다니는거, 물건 붙잡고 서는거..
이런 돌전에 아이의 모습도 함께 해주고 싶고, 아이 학원도 제가 직접 데려다 주면서..
그냥 그렇게 살래요.
이런 글을 여기 올린 이유는요..
예전에 제가 이런 글을 봤더라면....하는 생각이 들어서요TT
뭐가 그리 바쁘게 살았는지....정말 헐떡헐떡 하면서 살았어요.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혹시 저같이 살아온 분이 계시다면, 내 가족의 마음도 들여다보고, 내 가족과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내 관계가 어떤지
너무 메마르게 말라버린건 아닌지 한번쯤 생각해보시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전업을 찬양하는 것도 아니구요...커리어 쌓으면서 열심히 일하는 엄마들을 욕되게 하기 위함도 아니에요.
너무 하나만을 위해 살아서 다른것을 보지 못하고 사는 지난날의 저같은 사람이 조금 다른 생각을 해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몇년후 여기에 커리어 포기한거 후회된다고 피눈물 흘리면서 글 올릴지도 모르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