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어렸을때부터 행복하지 않았어요.
초등학교때 아버지가 집을 나가고 어머니가 갖은일을 하면서 우리를 키웠죠.
언니랑 저랑 남동생 하나.
집안에 온갖 궂은일은 제가 다 하고, 항상 저녁밥해서 언니동생 먹이고 챙기는게 제 일이였어요.
난 집안에 희생양이고, 내가 희생하면 집안 사람들은 행복해했죠.
[홍당무] 라는 소설 읽어보았나요 ?
거기 주인공인 [홍당무] 가 학대받는 장면들이 나오죠.
난 그책을 보면서
내 이야기와 똑같구나 하는 생각을 했답니다.
왜 아버지가 집을 나갔는지, 집에 무슨일이 벌어졌는지 아무도 설명해주지 않았어요.
우리는 이집 저집을 이사다니면서
말 그래도 떠돌아 다녔어요.
자존감 같은거 갖다 버린지오래죠.
난 항상 비참하고, 항상 우울하고, 항상 사는게 너무 힘들었어요.
그냥 시간을 잊어버리기 위해 뭐든지 열심히 했어요.
제가 유일하게 기댈 수 있었던 건 책이였어요.
나를 구해주었던 것. 내가 그나마 미쳐버리지 않고, 수많은 자해 속에서도 목숨을 부지했던것은
책..덕분이였지요.
대학교때 신경 정신과 수업을 듣는데 그 이유를 알겠더군요.
내가 왜 이렇게 됬는지,
왜 이렇게 항상 미칠듯이 외롭고 자기파괴본능에 시달려야 하는지...
미치지않고 제정신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 해야 하는지를..
도망가고 싶어서 결혼했어요.
그리고 곧, 결혼하자마자 곧 깨달았지요.
난 도망갈 수 없다는 것을.
남편은 내가 제정신이 되는데 아무 도움이 못된다는 것을.
결혼하고 친엄마와 같이 살았어요.
친엄마는... 자의식이 엄청 강하고 남한테 지지않으려는 사람이였어요.
하지만 쥐뿔도 가진것이 없는 상태였죠.
엄마는 나에게도 경쟁의식을 심하게 느끼고 나를 못살게 구는 것으로 만족감을 얻는 사람이였어요.
반복되는 폭언 폭언 폭언들..
소리지르고 깨부수고
그리고 이어지는 " 내가 못살아 " " 니가 나를 무시하냐" " 남편복없는 년이 자식복이 있겠어" 퍼레이드들
울고불고 소리지르고 폭언을 날리고
난 그냥, 가만히 있었어요.
하지만 속으로는
죽여버리고 싶었어요. 수도없이..
진정으로.
밤마다 못된상상 많이 했어요.
내 손으로 목을 조르거나
뒷통수를 가격하는 상상.
그만큼 미웠지만
그래도 아빠가 나를 버릴때 엄마는 나를 버리지 않았기에
난 엄마옆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결혼하고 남편에게 잘해주기 시작하자
엄마는 그 스트레스를 남편을 공격하는 것으로 풀기시작했어요.
남편은 니네엄마 미친거 아니냐는 말을 달고 살았어요.
남편은.. 밖으로 떠돌았고
난...남편을 지켜주지 못했어요.
나도, 남편도, 그런종류의 일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몰랐고
난 엄마처럼, 엄마랑 같이, 미쳐가고 있었어요.
자신이 없었어요.
모든것이 망가지고 있었고.......
그저 매 시간시간을 사건이 터지지 않게 때워야 했죠.
내 정신은.. 완전히 너덜너덜해 졌어요.
남편의 여자문제가 터지자 그때서야 난 깨달았죠.
내가 어떻게 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하지만 남편은 문제의 이면을 볼수있는 시각을 가진 사람이 아니였어요.
남편은 문제를 해결하기를 원하지 않았고
아예 문제 자체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어요.
그는 그냥... 평범한 사람이였어요.
난 그를 놓아주어야만 했어요.
내가 결혼한건 도망가고 싶어서 였고 그를 이용한 것이였으니까.
그걸 깨달은 순간, 잡고 있으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는 사랑을 할 줄 몰라요.
나에게는 집착만 있어요.
나는 집착하고, 메달리고, 그리고 돌아서버려요.
상대방을 마음속에서 죽여버리고
괴로와하는 나를 보면서 만족을 느끼지요.
나는 항상 괴로와야 하고 항상 나빠야 하니까.
난 행복하면 안되고 만족해서도 안되니까.
사랑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나이든 노부부들처럼, 모든 과정을 손잡고 견디어내는 사랑.
하지만 나에게 그런 능력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난 기형아고, 머리가 좋아 다행히 버티고 있는 정신병자에요.
나에게는 행복할 권리 같은 것은 주어지지 않았고
난 죽을때까지 벌을 받을 꺼니까.
지금 그래도 많이 좋아진것은..
아이들 덕분이에요.
아이들을 키우면서, 내 어린시절을 보상해요.
사랑받지 못하고, 학대받고 슬퍼하는 내 어린시절을.
그러면서 나도 치유되는 것을 느껴요.
그래서 난 많이 좋아졌답니다.
난 더 강해져야 하고..난 나를 사랑해야 하고..
난 내가 행복할 권리가 있다는것을 인정해야 하고
나자신을 이 지옥에서 건져내야 해요.
아마 죽을때까지 안될지도 몰라요.
아마 안되겟죠. ㅎ
그래도 해야겠죠. . 내가 아니면 아무도 할 수 없으니까요.
나를 구할 수 있는건 아무도 없으니까.
내가 그걸 깨닫는데 너무 오래 걸렸죠.
내가 당신에게 집착하기 시작하면
난 당신을 잡아당기고, 당신에게 매달리고
제발 나를 살려달라고 구해달라고 지옥에서 건져달라고
아마
그러겠죠.
당신이 지긋지긋해져서 나를 떠날때까지
난 당신에게 울며불며 매달릴꺼에요.
난 제정신을 유지해야 되고
난 강해져야 해요.
난 미치면 안되고
내 손목도 그으면 안되고, 목 매달아서도 안되고 엄마를 죽여서도 안되요.
난 아이들을 끝까지 정상적으로 키워야 해요.
난 할 수 있다고 매일 매일 생각해요.
난 할 수 있다.
난 할 수 있다.
당신 마음속에도 정신병자가 살고 있나요 ?
당신도 문득 화장실에서 거울을 보며, 면도칼로 목을 베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나요 ?
요리하다말고 이 칼로 내 손목을 잘라버리면 피가 부엌바닥에 흥건하겠구나 상상을 하나요 ?
당신도 자기 가슴에 멍이들도록 주먹으로 때리거나
눈에 혈관이 터지도록 본인 얼굴에 따귀를 갈기기도 하나요 ?
아니겠죠.
하지만 내 가슴속에는 그런 미친년이 있어요.
그렇답니다.
난 좋아질꺼에요.
매일 좋아지고 있어요.
난 행복해질꺼에요.
매일 행복해지고 있어요.
난 강해질꺼에요.
난 매일 강해지고 있어요.
할 수 있겠죠 ?
잘 할 수 있겠죠 ?
이건 뭐..쓰고나니 유리 고코로의 고백이군요. ㅎㅎㅎㅎ
미안해요.
내가 당신을 더이상 만나면 안되는 이유.
당신에게 말할 수 없는 그런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