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맏며느리라고 뭐 대단하게 잘 한건 없습니다만,
남편 월급은 그리 넉넉치 않아서
제가 벌어서 집사고, 차사고, 시댁 부모님이니 올드미스 시누이니 병원비 다 내고,
그외에도 일일이 말하기엔 너무도 많은 부담을 여태 감당하고 있었어요.
제가 맏며느리 역할 잘했다는 건 아니지만
그런대로 제가 할 도리는 넘치게 해왔다는 의미입니다.
우리 친정부모님들이 애초부터 결혼 반대했었어요.
사윗감도 별로고 결정적으로 시부모님이 너무 아니시라구요.
그래도 제가 우리 남편만한 사람도 없다는 생각에,
벌이가 부족한 건 제가 벌면 된다는 생각으로 결혼을 밀고나갔습니다.
하지만 결혼하고 보니 정말 시부모님 같은 분들 사이에
어떻게 우리 남편같은 사람이 나왔는지 신기할 정도였어요.
그래도 어쨌든 남편이 정신이 제대로 박힌 거 하나 믿고 여태 살고 있습니다.
어제 우리 친정에 들렸는데
아버지께서 예전 이야기를 하시면서
제가 결혼하고도 몇년동안 우리 시아버지가 친정아버지한테 전화를 했다고 하시네요.
주로 용건은,
이런이런 일이 있었는데 제가 어떻게 말하고 어떻게 행동했다고
거기에 대해서 친정아버지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의견을 알고 싶다고..
친정아버지는 제 의견보다 결혼한 사람이니 *서방 생각은 어떤지 먼저 아드님한테 말씀하시라고 그랬다네요.
시아버지께서 몇년을 그렇게 친정아버지한테 제 일을 일르다가(?)
친정 아버님의 반응이 계속 *서방 의견부터 듣고 제게 전화하시라고 하니
전화를 더 안하게 되셨대요.
아마도 우리 시부께서는 친정부모님이
아이를 잘못 가르켜서 보내서 죄송하다는.. 이런 멘트를 기대하셨겠죠.
우리 친정아버지가 들으시기에도 너무 말도 안되는 걸 가지고 시부께서 트집을 잡으니
*서방 의견부터 들으시고 전화하시라 하셨을거구요.
저는 뭐 시부모님께 아무런 것도 애초부터 기대 안했으니 그러려니 했지만
분명 우리 남편은 돌연변이가 분명합니다.
어떻게 그런 시부모님 사이에 우리 남편같이 사리판단 제대로 하는 사람이 나왔는지.
참 기이한 일이예요.
그 문제의 *서방인 우리 남편..
친정에서 돌아오면서 제게 그래요.
우리 아버지는 어디서부터 문제인지 알수가 없는 양반이시라고..
답도 없다고.
저는 우리 남편한테 그랬어요.
제가 정말로 너무 싫으셨나보다고..
하기야 그러니까 제게 그렇게 떽떽 거리셨겠죠.
예전 일이지만 참..
긴 세월동안 그런 대접을 참아가면서 살아온 제가 인간승리 같습니다.
사람이 참고 있으니 뭐 생각도 없는 줄 아셨나봐요.
정말 예전 일이지만 지금 새삼 한심스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