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난지는 6개월 가량 되었구요.
정확히 말하면 5개월 동안 만났고 1달 전부터는 제가 만나지 말자 해서 안 만나고 있는 상태입니다.
둘 다 40대 초반으로 나이 엄청 많은 노처녀 노총각이예요.
솔직히 왠만하면 올 해 안에 결혼하고 싶었어요.
제 나이도 너무 많고, 아이를 낳는 것도 지금이 마지노선인 것 같구요.
남자분은 성실하고 착해요. 직업이 공무원인데 정말 그냥 보기에도 공무원같아 보이는 느낌이랄까.
자기 전공 분야는 잘 알지만 대인관계엔 서툴고 세상일에 관한 경험도 별로 없습니다.
저와 대화하는 수준도 굉장히 사무적이예요. 유머나 낭만이라고는 전혀 없지요.
제가 너무 재미없는 것 아니냐고 했더니 1달 동안 밤마다 지하철 무가지에 나오는 유머를 저에게 읽어주더라구요.
느낌이 전혀 없이 정말 그.냥. 읽어주는데 듣기가 너무 힘들어서 나중에는 제발 그만 하라고 부탁까지 했어요.
말로 사람과 재미있게 대화하는 방법 자체를 아예 모르겠다고 하더라구요.
제가 장난치며 분위기를 실컷 좋게 만들어놓아도 또 심각하게 회사 이야기, 가족 이야기로 넘어가버리기 일쑤이구요.
만난지 2달이 넘도록 존댓말을 쓰길래 서로 말 놓고 이름부르자고 제가 몇 번이나 이야기해서 겨우 그렇게 했구요
손 잡기 전에도 부들부들 떨리는게 느껴질 정도로 힘들어하면서 뻣뻣하게 굴길래
제가 먼저 팔짱끼고 손도 잡아 주었네요.
그 때가 겨울이었는데 항상 제 손을 보며 "장갑 왜 끼고 있어요? 추워요?"라고만 묻고 손을 잡지 못하더라구요.
그 이후로 어깨를 살짝 잡거나 헤어질 때 허그하는 정도... 그게 제가 5달 동안 경험한 스킨십의 전부네요.
몸에서 사리 나오는 줄 알았어요. ㅠㅠ
40대 초반에 이건 아니다 싶어 그만 만나자고 했는데 계속 연락이 오네요.
한 번만 더 보자고 하는데 또 만나기 시작하면 더 끝내기 힘들어 질 것 같아서 망설이고 있어요.
아무리 주위를 둘러봐도 괜찮은 남자는 없고
도대체 이 남자는 아무리 여자를 안 사귀어봤어도 어떻게 이럴 수 있나 하는 생각만 들고...
여태까지 여자를 한 번도 사귀어본 적이 없다는데 처음에는 거짓말이라고 생각했어요.
말도 안되잖아요.
근데 만나다보니 정말 한 번도 못 사귀어본 게 맞는 것 같아요.
이 좋은 봄날에 정말 마음이 너무 힘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