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의도치않게 ebs채널을 아무도 없는 낮시간대에 고정시켜놓고 잠시 얇은 책을 보고있다던가, 한두개의 컵을 씻고 돌아설 무렵같은 짤막한 타임에 tv속의 사회자가 한마디 던지는 말이 귓가에 찰싹!달라붙은 적 있으세요?
꼭 ebs채널이 아니더라도 사회자가 나와서 포럼형식이든, 아니면 두세명의 사람들과 나와서 그다지 높고낮은 억양없이 사회전반적인 문제나 심리현상들을 다룰때의 그 목소리들을 제가 좋아하는 편이거든요.
세바퀴라던가, 이런 언성높고 시끄러운 프로보다는, 하루의 오후를 마감하는 이른저녁시간대에 차분한 목소리로 그날의 이슈를 전하는 아나운서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소소한 집안일을 하면서 마음이 편안해지고 느긋해지는 걸 좋아해서요.
그러다가,
그 채널속의 사회자가
"굳이 육체적인 체벌이 아니더라도, 어른이 아이를 흘겨보거나, 무시하거나, 미워하는 행동도 정신적인 학대에 속한다"
라고 말하는것을 듣는순간, 제 어린시절이 오버랩되면서 귀에 그 말한마디가 그대로 화살처럼 날아와 박히는 경험을 했어요.
그후로도 더 말이 이어졌지만 그건 더 기억이 나지않고요,
고모네집에 있으면서 지냈던 어린시절에 고모부가 제게 했던 그 일련의 모든 일들이 다 생각나고 아, 그런거였구나 하면서모든것이 다 이해가 되는 순간을 경험했던거에요.
그전에는 그게 정신적인 학대라고는 생각을 못했던거고, 다만 눈이 찢어지도록 절 올려다보면서 입한쪽을 일그러뜨리고 경련을 일으키면서 미워하는 눈길로 바라봤던 고모부에게 7살이었던 제가 비굴하게 그냥 웃으면서 서있던 기억만 나요.
새벽 다섯시면 일어나라고 양말신은 발로 옆구리를 툭툭차면서 야!야! 하고 한번도 제대로 된 눈길로 봐준적이 없던 고모부를 지금은 이해하긴 하죠.
그런데 제가.. 아주 특이한 습관이 생겼습니다.
새벽 다섯시부터 이층양옥집을 다 청소하고 욕실청소하고, 계단 닦아내고, 신발정리하고, 마당쓸어내고 난간위의 화분에 물을 주고 뒤란의 계란 정리하는 일을 7살때부터 하다보니 지금도 아침에 일어나면 하는게 먼저 온집안의 유리창을 닦아내고 창틀닦고, 현관문닦고, 온집안을 다 닦아내고 이일을 웬만하면 거른적이 별로 없네요.
그래도 좋은 습관인거죠?
그런데 또 얼마전엔 심야프로에서 왕따에 대한 강좌가 열렸는데 그걸 강좌라고 해도 될지 모르겠네요.
사회자와 또 앞에 누군가 한명 앉아있고 둘이 주거니받거니 대화를 하던데..
아마 그 단조로운 목소리를 들으면서 제가 졸았던거 같아요.
그러다가 사회자가
"제법 나이차가 나는 시댁윗동서가, 아랫동서를 무시하고 , 험담하는것도 왕따에 속해요. 무시하는것도 왕따에 속하는데 이건 권력형 왕따에요. 그리고 그 심리에는 질투,시기가 섞여있다고해도 무방해요."
라고 하는말이 또 귓가에 그대로 쏜살같이 날아와 박히는거에요.
근데 정말 그 사회자의 말처럼 그런것도 왕따에 속하는 걸까요?
왕따는 무리전체가 따돌리는건데, 개인이 저렇게 무시하는것도 왕따인거고, 또 무시하면서 험담하는것에는 아랫동서에 대한 시기와 질투가 동반되는건가요? 정말 내가 무시해도 될만큼 형편없어서가 아니고?
나이가 제법 나는 동서가 나이어린 아랫동서에게 그렇게 하는것은 정말 시기질투가 있어서 그런건가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82님들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