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딱 찍고...
남편이 이혼을 선언하고 시집으로 가버렸어요.
(어찌나 가출한 아들을 따뜻하게 품어주셨던지.. ㅋㅋ 한달 데리고 살고나서는 입이 열개라도 제게 할말이 없다고 하셨지요.)
3살 딸아이와 전업이였던 저를 남겨두고서요.
아이 낳고.. 불화가 시작되었어요.
불임기간이 있었는데.. 그 동안 각자의 생활패턴이 갑자기 깨진 것도 있었고,
아이가 심하게 잠도 없고, 울었거든요. 많이 예민하고...
육아와 집안일은 100% 제 몫이였어요.
남편은... 제가 권유해서 사업을 시작했고,
사회적으로 어느정도 지위가 올라서는 시점이였어요.
저는... 아이에게만 매달려있는 전업주부였구요.
사실.. 아이가 돌이 되었을 즈음....
마트 한복판에서
허둥지둥 카트를 밀며 같이 좀 가게 기다려주면 안되냐고 짜증을 부리던 저를 싸늘하게 바라보던 그의 눈빛을 잊을 수가 없었어요. 그때부터.. 저 사람이랑은 끝났구나.. 생각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아이엄마가 되고나서는 제가 좀 기우는 위치가 되더라구요.
아이를 키우고 싶었거든요.
불임병원에서 잡아주었던 '임신날짜'를 아직도 기억하고있습니다.
그게 마지막 부부관계를 한 날이죠.
그것도.. 조르고 졸라서..
올 것이 왔는데, 근데 너무 생각보다 빨리 왔다는 생각만 들었어요.
부모님한테는 어떻게 말하지.. 내색을 한번도 안해왔는데.. 라는 걱정이 먼저 들고,
아직 아기는 어리고... 난 능력이 없는데... 라는 생각까지 미치니까..
불안하고 무서워서 전화를 했습니다. 여성의전화였던가?? 긴급전화였던가??
저쪽에서 싸늘하게 말하더군요.
"맞았습니까?? 갖혀있습니까?? 협박을 당하고 있나요?? 그게 아니라면 빨리 끊어요."
"지금 당신 때문에 죽어가는 사람이 기다리고 있을지 몰라요. 내일 정신차리고 상담받으로 나오세요."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챙피했구요.
다음날 상담센터에 가서... 아이 양육권을 가져올 수 있는지 물어봤는데,
그러더군요.
직업도 없으면서 애는 어떻게 키울거냐고..
법은 당신 편을 들지 않아요. 아이를 누가 키우는게 더 나은지를 보는겁니다.
당신같으면 직업도 없는 엄마한테 어린 아이를 키우라고 하겠습니까?? 지금이라도 당장 나가서 구직을 하세요.
그러면 확률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저 같은 사람에게 정부에서 지원하거나 알선해주는 구직처는 없을까요??
라고 물었더니...
그러더군요.
"장애가 있으십니까?? 일을 못할 정도로 어디가 아프십니까?? 여기 보니 대학까지 나오셨네요. 사지 멀쩡한 젊은 여자한테 이혼한다고 정부해서 해주는 일은 없습니다."
라고...
니 남편 정말 나쁜 놈이구나..
너 힘들어서 어떻하니....
이런 위로보다는... 이렇게 정신 번쩍드는 말이 때로는 아프겠지만 도움이 됩니다.
살다보면 별일을 다 겪어요.
특히 가정은 내일 당장이라도 깨질수도 있는 정말 빈약하고 얇은 막같은 존재입니다.
지금 완벽하다고 너무 자신있어하지 마시고, 더욱더 잘하고 잘 지키세요.
이혼 때문에 힘들어하시는 분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저는 남편이 집나가고, 일주일동안 10킬로가 빠졌습니다.
정신도 없고... 죽고싶고.. 먹지도 못하고 자지도 못하고...
밥 먹으세요.
이 상황에 어떻게 밥이 들어가냐고 하는데.. 밥을 먹어야 손발이 힘이 들어가고 이성적인 사고가 가능해요.
그리고, 계획하고 똑똑하게 굴어야합니다.
울고불고.. 신세한탄을 한다고해서 법이든.. 상대방이든 꿈쩍을 안해요.
저런 불안정한 사람한테 애를 맡길순 없다는 얘기만 돌아오거든요.
이혼한다고 죽는거 아닙니다.
이혼한다고 이마에 흉터 생기지 않습니다.
저는 최종 이혼판결 받고 법원 문을 나서는데... 갑자기 세상이 달리 보이기 시작했어요.
그래.. 길거리 저 남자들이랑 연애를 해도 무방한 신분이다!!
(왜 뜬금없이 이런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겠어요.ㅋㅋ)
저는 이혼한지 5년째되는 낼모레 40을 앞둔 뚱땡이 아줌마입니다.
그렇지만, 태어나서 지금처럼 자유롭고 당당하고 행복한 적이 없습니다.
저는 다시는 그 누구도 나를 함부로 대하도록 하지 않아요.
불행한 결혼생활을 하면서 이번 생은 이렇게 살수밖에 없다고 살아도 사는게 아닌것 처럼 지내다...
지금은 그야말로 하루하루가 희망입니다.
엄마에게도 낳아줘서 고맙다는 말을 할수 있구요.
내가 멋지게 잘 살면... 첨엔 문제있어 이혼했을거라고 쑥덕거릴지 모르지만...
나중엔 알게 될거예요. 그 놈이 복을 걷어찼다구요.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