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소식은 없고 더러운 놈들만 설치는데 날씨만 왔다로 좋은 시절입니다.
'비포 선라이즈', '비포 선셋'에 이어 이번엔 '비포 미드 나잇'
비포 미드 나잇이란;;;; 제목만 보면 애욕과 뜨거움이 넘치는 성인물인 줄 알겠어요 ㅋㅋ
비포 선라이즈부터 둘의 여정을 함께 따라갔던 분들이라면 이번 영화도 정말 반가우실 것 같습니다.
96년 아마도 코아 아트홀 아니면? 에서'비포 선라이즈'를 봤을 때는
타보지도 않은 부다페스트행 열차와 가봤을리 없는 비엔나, 이국적인 풍경과 풋풋한 대학생들의 수다
(네 이 시리즈물의 style은 일관되게 수다라고 할 수 있죠)에 낄낄대면서 재미있게 봤어요.
게다가 '죽은 시인의 사회', '청춘 스케치' (리얼리티 바이츠)의 에단 호크는 청춘 스타였죠!
살짝 컬 들어가 올라갔다 내려오는 앞머리 후후
당시 제 나이에는 솔직하면서도 '살짝' 있어 보이는 대화라고 느꼈습니다, 제가 넘 어렸던 거죠 ㅎㅎ
시크한 배경, 신파를 그런 대로 벗어난 결말로 기억해요.
아! 청춘남녀의 로맨틱한 하룻밤에 대리만족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처음 본 사람이랑 저래도 되나?, 진짜
공원에서 그런 거야? --; 대학생이라 저런 거야? 외국애들이라 저런 거야?'
억압적인 문화와 금욕주의의 세례를 받았던 그 시절의 여학생은
저들의 자유로움에 부러움과 더불어 살짝 당혹감을 느꼈던 것도 같아요.
오히려 '나인 하프 위크'나 '빠리에서의 마지막 탱고'를 보면서는 들지 않았던 느낌이니...
아마도 베드신없는 로맨틱이야 말로 아름다운 로맨스다...라는 판타지가 있었나 봅니다.
참, 비슷한 시기에 하이텔 펜팔 친구 남학생과(절대적으로 그냥 친구!!! 강조 ^^) 레오 까락스의 'Boy meets girl'을 봤는데,
흠... 그 친구의 반응이 영 시덥지 않더군요. 라긴 보단 이 영화를 고른 저를 원망하는 표정이었어요.
'넌 정말 재밌게 보긴 한 거야?'라고 묻는 듯한;;;; ㅠ
만약 그 때 '비포 선라이즈'를 같이 봤다면 우리 둘의 관계가 달라졌을까? 뜬금없이 이런 상상을 해봅니다.
2003년 '비포 선셋'은 운좋게 시사회로 보았어요. 신사동 시네마오즈였던 듯.
한참 어린 후배가 시사회 티켓 생겼다고 같이 가서 봤습니다.
그들은 여전히 수다를 떠느라 정신이 없더군요.
9년이라는 공백 때문에 살짝 어색해지는 타이밍조차도 서로 어찌나 쿵짝이 잘 맞던지.
셰익스피어 인 컴퍼니에서 우연히 만난 설정만 빼면 아주 자연스러운 다큐멘터리 같았어요.
비포 시리즈는 이야기가 진행되는 시간과 이야기를 말하는 시간의 차이가 거의 없는 장면이
대부분이어서 관객 역시 그들의 시간에 몰입하기에 아주 현실감이 있죠.
'사랑과 랑만의 도시'로 여겨지는 파리를 배경으로 삼다니... 솔직히 약간 진부한 로맨스를 기대했던
저를 비웃듯, 그들이 훑고 지나간 대단할 것 없는 작은 골목, 거리, 허름한 유람선이 너무나 무심하게
있어 주어서 good~!
제시의 저녁 비행기 시간 때문에 조금이라도 시간을 벌기 위해 빠른 걸음으로 걸으면서
보는 사람을 함께 긴장시켰던 것과 거리에서 만나 카페 - 유람선 - 차 안 - 결국 셀린느의 방에 이르기까지
개방된 곳에서 점점 작은 공간으로 기어들어가는 움직임도 재밌었고,
미간의 선명한 주름살과 더불어 솔직히 엄청 추리해진 에단 호크에 비해 줄리 델피는 여전히 아름답더라구요.
극중 에단의 결혼사, 인생사도 완전 진부하고 사실적;;;;
셀린느의 방과 매력적인 소품들, 그에 걸맞게 멋진 목소리!
(셀린느의 왈츠 http://www.youtube.com/watch?v=DbxSJ3XLwqk )
둘이 어찌나 뜸을 들이는지 얼른 공항으로 가서 체크인하고 짐부칠 생각은 안 하고 소파에서 밍기적 밍기적!
이번엔 그리스네요. 그리고 마지막 시리즈라고 ㅜ
예고편 영상을 보니 여전히 투닥투닥, 롱테이크로 수다를 떠는 장면이 많더군요.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비포 선라이즈보다 비포 선셋에선 확~ 늙은 느낌이었는데,
9년이 지난 비포 미드 나잇에서는 앞의 두 영화의 차이보다는 덜하네요.
동시에 늙은 건 나 뿐이구나....란 생각이 들어서 씁쓸해집니다.
비포 선라이즈와 비포 선셋을 볼 당시에 그들과 절묘하게 타이밍이 어긋나서 영화 자체의 공감대와는 별개로
그 나잇대가 느낄 만한 접점은 살짝 비껴갔었거든요. 비포 선셋을 볼 때는 비포 선라이즈를 느끼기엔
이미 너무 늙어 버렸고, 그렇다고 비포 선셋에 완벽 동감하기에는 눈꼽 만큼 젊었고...
비포 선라이즈를 다시 보니 둘은 아주 애기네요 애기!!!
또 비포 선셋을 다시 보니 에단 호크가 그리 늙어 보이지 않는데요!!! 흑
그런데 왜인지 이 번에는 둘의 대사가 제 맘에 확~ 다가올 것 같은 느낌입니다.
아직 보지도 않은 영화인데 이걸로 마지막이라니 아쉽네요.
Before dawn으로 한 편 더 찍지 ㅜ
* 사소한 궁금증과 잡담
-한국이 최초 개봉이라네요? 특별한 이유라도?
-줄리 델피는 왜 벌써 은퇴하는 걸까요? ㅠ
-맞다! 에단 호크의 전 부인이 우마 서먼이죠. 줄리 델피나 우마 서먼이나 개성있는 아름다움이 있어요.
우마 서먼은 셋째를 낳아다네요! 오앙. 우마 서먼하니 게리 올드만이 떠오를 수밖에 없는데 이 분은 요즘 뭐하시는지 ㅎ
안 되겠습니다.
근무고 나발이고 뛰쳐나가 영화 한 편 봐야겠어요~!
뭐 볼 만한 영화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