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친정어머니께서 전화를 하셨어요.
돈 좀 달라고.
우리 친정 어머니.. 지금은 노쇠하셔서 화장실 갈때와 진지 드실 때 빼고는
그저 누워만 계십니다.
제가 오랫동안 넉넉히 용돈 보내드리고 있었지만
작년 가을.. 심정적으로 화수분 역할은 그만하자 싶어서 그때부터 안 보내고 있었습니다.
언니도 제게 너는 할만큼 했다고. 이제는 너 자신을 위해서 살라고 그랬었구요.
제가 어머니께 여쭈었어요.
엄마 누워만 계시는더 어디에 돈이 필요하세요?
어머니는 그래도 쓸일이 있다.. 그러시더군요.
제가 그랬어요. 엄마는 며느리하고 친손주 들한테 주려고 그러시죠?
엄마는 아니라고 하십니다.
제가 가만이 있다가 여태 하지 못했던 말을 했습니다.
엄마.
내가 아이 낳았을 때 배냇저고리 하나 사주시고나서
우리 애들한테 양말 한짝이라도 사주신 거 있어요?
우리 애들한테 단돈 만원이라도 용돈 주신 적 있으세요?
우리 애가 죽네 사네 아플 때도 제가 동동 거리고 울면서 직장 다닐 때 우리 애들 단 하루라도 봐주신 적 있으세요?
우리 애들 대학 갔을 때 단돈 10만원이라도 주신 거 있으세요?
엄마.. 그동안 저는 도리 할만큼 했다고 생각해요.
왜 저는 언제나 드려야만 하는 사람이고 받을 수는 없는 사람이죠?
엄마는 조금 후에 그래도 너는 살만 하지 않니..
제가 그랬어요.
엄마..
엄마가 그렇게 퍼주는 아들들하고 며느리들..
다 저보다 잘 사는 사람들이예요.
엄마는 알겠다.. 하고 끊으셨어요.
저도 제가 미워서, 이런 상황이 싫어서 하루 종일 일이 손에 안 잡혔습니다.
언니한테 말을 하니,
그래.. 너는 할만큼 다 했어.
너는 단돈 한푼 받은 것도 없고 친정에도 도움 받은 것도 없는데
그동안 네가 드린 거 과하게 드린 거 맞아.
그래도 네 마음이 너무 불편하면 이번에 친정 들리거든 용돈을 조금 드리든지.
남편한테 말을 하니,
남편이 당신 너무 나빴다.. 그럽니다.
당신 심정이야 내가 충분히 알지만
아무리 그래도 어머니한테 그렇게 말을 하면 어떻게 해.
어머니가 오죽하면 당신한테 전화를 하셨겠어.
나도 내가 나쁜 거 같습니다.
그냥 모든게 싫습니다.
아들만 위하는 집에 원치 않는 딸로 태어나서,
맨날 퍼드리기만 해온 것도 밉고
돈 좀 달라는 엄마의 목소리가 맥이 빠져 있는 것도 너무 불쌍하고
이 모든 것이 다 슬프고 싫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