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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준 기자가 본 윤창중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것이 있다.특정 인물이 언젠가 사고를 칠 것 같다는 예감은, 거의 대부분 정확하다.
그리고 이런 사고를 치는 인물은 따로 정해져 있고,
그 사고는 그 사람의 수준과 스탈에 딱 맞게 치는 법이다.
인생의 절정을 맞아 처음 떠난 가장 중요한 출장에서
그 누구도 예상하기 어려운 메가톤급 사고를 치는 캐릭터라면
사고 방식 자체가 늘 사고를 치는 쪽으로 맞춰져 있거나,
그 인생 자체가 사고와도 같은 인물일 것이다.
화려한 출장길이지만 스트레스는 엄청나게 높아졌을테고,
그 스트레스를 확 날려버릴 생각도 더욱 강해졌을 것.
그래서 평소 해오던대로, 원하던대로 동물처럼 본능을 따르지 않고서야
저런 사고를 칠 리가 없다.
저런 위치까지 오른 사람이 순간적으로 미친 걸까,
도대체 어떻게 상황에서 저런 짓을 했을까,
라고 궁금해할 필요조차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1960년대 이전 태생들인 윤창중 세대들은 정치인이 되려 기자가 된 이들이 많다.
한국에선 꿈 많은 젊은이들이 정치인이 되는 기본적인 코스가 따로 없기 때문이다.
당료로 들어가서 성장하기란 불가능하고,
그래서 정치인을 많이 배출하는 다른 직업을 먼저 가진 뒤 정계로 진출하는게 일반적이었다. 그 대표적 통로가 언론계와 법조계였다.
윤창중은 1956년생, 우리 나이로 쉰여섯이다.
그의 또래 기자들 중에서 상당수가 정치인이 되는 데 성공했다.
정치인이 되는 기자들은 평가야 어떻든 기자로서는 나름 잘 해야 가능하다.
기자 일도 제대로 못하는데 국회의원이 되기란 어려운 법이니까.
그 또래들 중에서 윤창중은 정치인이 되지 못했던 이다.
물론 그는 끊임없이 정치를 추구했다. 선거 때 뛰어들었다가 다시 언론사로 돌아오고, 그 뒤에는 사실상 정치인이라고 해야할 수밖에 없는 글을 썼다.
여와 야를 모두 간보고 다녔지만 그럼에도 그를 발탁하는 정당은 없었다.
정치인들은 평생 사람들만 상대하며 사는 이들이다.
나쁜 정치인이든 좋은 정치인이든 늘 사람을 평가하는 능력으로 살아남는다.
그런 정치인들이 왜 윤창중을 정치권으로 끌어들이지 않았을까?
그 이유는 앞서 말했던 사람에 대한 예감 때문이 아니었을까?
'저 사람, 언젠가 사고칠 캐릭터 아닐까'는 생각은 의외로 정확하니까.
정치인들은 언제나 자기 주변에 괜찮은 사람을 끌어들여 연결하고 관계로 발전시키기를 좋아한다. 그렇게 관계 맺을 사람이냐 아니냐는 결국 평판으로 결정난다.
그래서 평판은 흔히 `남이 써주는 내 이력서'라고 한다.
사람을 보는 기준은 그 사람이 몸담고 있는 `계'(界) 내에서의 평판이 가장 정확하다.
외부에서 보면 괜찮아도 자기 계에서는 형편 없는 이들이 많다.
적어도 한 분야에서 10년 이상 일한 사람은 그 분야 선수들 안에서 정확한 평가가 내려지는 법이다.
내가 보는 윤창중은 기자로선 평가 자체가 불가능했다.
그의 글을 읽을 때마다 드는 생각은 이런 기자 하나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기자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비웃게 만들까라는 것뿐이었다.
그는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아마도 많은 정치인들이, 기자들이 그의 능력을 이런 수준으로 평가했을 가능성이 높다.
큰 일을 해보겠다는 꿈은 점점 멀어져가고,
그런 상황에서 그가 택한 방법이 `선동과 물어뜯기'라고 나는 생각한다.
자기 편으로 삼을 수 잇는 진영 사람들이 대놓고 하고 싶지만 차마 못하는 말,
술 마시면서는 하지만 글로는 못 쓰는 말들이 있다.
그런 말을 정말로 글로 써버리는 사람, 내가 본 저 사람은 그런 사람이 아닌가 싶었다.
사람들은 자기가 하고 픈 일을 대신 해주는 사람들을 결코 중용하지 않는다.
자기 손에 피를 묻히는 사람은 언제나 도구를 넘어서지 못한다.
그것도 결코 드러내보이지 않고 싶어하는 도구일 뿐.
킬러나 청부업자를 친구나 측근으로 쓰는 사람은 조폭들뿐이다.
그런 사람이 고위공직자가 됐다.
누구나 예측하는 `사고칠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감조차 없다는 것이고,
그건 사람을 평가하는 안목 자체가 실종되었다는 이야기다.
문제적 인간들은 자기에게 도움이 될 윗사람들에겐 한없이 비위를 맞추고,
자기보다 조금이라도 힘이 약하다고 보이는 이들에겐 황제처럼 구는 법이다.
나이가 40 이상인 사람이라면, 더군다나 정치인이라면,
그런 사람이 조직 생활을 해보든 해보지 않았든 사람들의 습성과 행태를 모른다면
정치를 해서는 안될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다 한번 색달라보여 수첩에 적으면 고위공직자가 되는 이 현실은
인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 인간이 뭇 인간들을 지휘한다는 이야기여서
이 황당한 사건을 보면서도 분노하기도 비웃기도 쉽지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