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시어머님께 정말 죄송하고 면목이 없었습니다.

죄송 조회수 : 1,546
작성일 : 2013-05-10 19:06:46
시어머님은 아주 독실한 기독교 신자세요.

일주일에 적어도 세번 이상은 교회에 가시고, 교회에서 하는 봉사활동도 열심히 하시고
늘 저녁이 되면 성경책 쓰기를 하셔서 이미 구약, 신약을 몇번이나 쓰신 독실한 크리스챤이십니다.

저는 어릴적부터 불교집안에서 나고 자랐고, 그래서 결혼할때 종교 강요가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기우였네요.
한번도 며느리인 제게 교회에 다니라고 권유하신 적이 없어요.

언제나 입가엔 말간 미소를 지으시고 남에 대해 나쁜 소리, 험담하는 거 들어본적 없고,
늘 본인 위주가 아닌 남 입장에서 생각하시며 사시는 좋으신 분입니다.
결혼 10년동안 솔직히 속썩힌건 노후준비를 안 해놓으셔서 늘 생활비와 용돈 때문에 힘들었던 것 빼고는
다른건 소소하게 몇몇의 마음 상하는 정도...늘 좋은 말씀과 고운 마음씨로 제게 잘해주셨어요.


저희는 결혼 10년이 넘었는데 아이가 아직 없습니다.

별로 가지고 싶은 생각도 없고 해서 계속 피임을 해왔고, 이제 슬슬? 이라고 생각한 시점에
제가 사는 도쿄근처에 방사능 사고가 터지고 아이는 평생 포기했지요.

한번도 아이문제에 관해 제게 먼저 말씀을 꺼낸적도, 병원을 다녀봤냐, 노력은 하고 있냐.
등등 말을 꺼내신적이 없었어요.

이번 연휴에 한국에 가서 시댁에서 며칠밤을 잤는데 떠나기 전날밤 말씀하시더라고요.

내가 정말로 손자를 너무 원해서 늘 새벽기도로 간절히 기도하고,기도하고 또 기도했는데
얼마 전에 하나님으로 부터 응답이 왔다. 그냥 기대하지 말라고, 앞으로도 아이는 없을 거라고.
그러니 너도 너무 속끓지 말고 그냥 체념하고 편하게 마음 가져라...


한번도 그렇게 손주를 원한다는 걸 내색하신적이 없으셨는데...
일주일에 몇번씩 새벽기도 다니시면서 그리 원하셨다니..
지금은 가질래야 가질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나니(방사능, 제 나이)
정말로 후회스럽고,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 뿐입니다.


돌아오는 길에 공항에 배웅오신 시부모님들 모습을 뵈니 정말 왜 이리 연세들어 보이시는지...
두분다 늦게 결혼하셔서 늦게 본 아들들 둘 다 아이가 없습니다.
얼마나 바라셨으면 그렇게 열심히 기도를 하시고, 그런 내색 하나 없이 며느리와 아들을 보는
심정을 어떠셨을까 싶으니 눈물이 나네요.


정말 너무 죄송한 마음 뿐입니다.
IP : 223.133.xxx.49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3.5.10 7:19 PM (118.33.xxx.41)

    도쿄 사람 모두가 아이포기한건 아닐텐데..
    너무 쉽게 포기해버리시는거 아닌지..
    저는 원글님이 안쓰럽네요.
    아이를 부양해야하는데 시부모들 부양하느라 힘
    빠지고...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51169 남양 불매운동의 결과를 보면... 이나라 국민이 왜 이런지 알거.. 6 ..... 2013/05/10 1,253
251168 청와대가 국민과 "대통령"한테 사과한대요;;;.. 46 헐... 2013/05/10 3,518
251167 엄마로서의 나..그리고 여자로서의 나.. 5 내인생 2013/05/10 1,736
251166 목소리컴플렉스 어찌해야 하나요? 2 .. 2013/05/10 1,199
251165 현재 대한민국 중요 이슈 모음 2 참맛 2013/05/10 879
251164 사고로 사고가리기. ... 2013/05/10 424
251163 왠 브리핑이 비공개? 9 .. 2013/05/10 872
251162 KBS “윤창중관련 보도시 청와대브리핑룸,태극기노출말라&quo.. 3 저녁숲 2013/05/10 1,429
251161 역사학자 전우용 트윗 9 e2 2013/05/10 2,518
251160 이알바 어떨까요 3 ... 2013/05/10 849
251159 하와이 오하우섬 크기 2013/05/10 2,509
251158 전화와서 신청접수만한 핸폰취소가능하나요? 2 급해 2013/05/10 571
251157 저희개를 이웃개가 물어서 수술을 했네요 ㅠㅠ 10 새옹 2013/05/10 1,989
251156 윤창중 인턴녀 92년생이네요 [펌] 6 소나기와모기.. 2013/05/10 33,889
251155 전주에 소아 정신과 친절하고 능력있고 잘 보시는의사샘 아시는분?.. 소소 2013/05/10 1,927
251154 초 5 딸아이 연산 학습지를 시키려하는데.. 3 고민맘 2013/05/10 1,244
251153 성추행과 성폭행 차이가 뭔가요? 8 윤씨 2013/05/10 4,870
251152 꽃게를 11만원어치나 사왔는데 어떻해요 ㅜㅜ 41 걱정이 태산.. 2013/05/10 5,158
251151 유기견을 데리고 왔어요~~~~ 35 카라 2013/05/10 2,878
251150 ‘웃음 속에 흐르는 눈물’ 더 이상 없도록 감정노동자 2013/05/10 467
251149 옷 잘 입는분들 잘 입는 쎈스좀 알려주세요(살빠지십니다) 5 티셔츠 2013/05/10 2,194
251148 이게 자랑인지요? 4 흠.... .. 2013/05/10 838
251147 프뢰벨책사주고싶은데요.. 9 프뢰벨 2013/05/10 1,296
251146 아이 코세척하다가 귀에 물들어갔어요ㅜㅜ 3 일곱살 2013/05/10 6,828
251145 내일 회사 야유회 안갈 핑계거리 없을까요? 11 2013/05/10 6,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