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시어머님께 정말 죄송하고 면목이 없었습니다.

죄송 조회수 : 1,498
작성일 : 2013-05-10 19:06:46
시어머님은 아주 독실한 기독교 신자세요.

일주일에 적어도 세번 이상은 교회에 가시고, 교회에서 하는 봉사활동도 열심히 하시고
늘 저녁이 되면 성경책 쓰기를 하셔서 이미 구약, 신약을 몇번이나 쓰신 독실한 크리스챤이십니다.

저는 어릴적부터 불교집안에서 나고 자랐고, 그래서 결혼할때 종교 강요가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기우였네요.
한번도 며느리인 제게 교회에 다니라고 권유하신 적이 없어요.

언제나 입가엔 말간 미소를 지으시고 남에 대해 나쁜 소리, 험담하는 거 들어본적 없고,
늘 본인 위주가 아닌 남 입장에서 생각하시며 사시는 좋으신 분입니다.
결혼 10년동안 솔직히 속썩힌건 노후준비를 안 해놓으셔서 늘 생활비와 용돈 때문에 힘들었던 것 빼고는
다른건 소소하게 몇몇의 마음 상하는 정도...늘 좋은 말씀과 고운 마음씨로 제게 잘해주셨어요.


저희는 결혼 10년이 넘었는데 아이가 아직 없습니다.

별로 가지고 싶은 생각도 없고 해서 계속 피임을 해왔고, 이제 슬슬? 이라고 생각한 시점에
제가 사는 도쿄근처에 방사능 사고가 터지고 아이는 평생 포기했지요.

한번도 아이문제에 관해 제게 먼저 말씀을 꺼낸적도, 병원을 다녀봤냐, 노력은 하고 있냐.
등등 말을 꺼내신적이 없었어요.

이번 연휴에 한국에 가서 시댁에서 며칠밤을 잤는데 떠나기 전날밤 말씀하시더라고요.

내가 정말로 손자를 너무 원해서 늘 새벽기도로 간절히 기도하고,기도하고 또 기도했는데
얼마 전에 하나님으로 부터 응답이 왔다. 그냥 기대하지 말라고, 앞으로도 아이는 없을 거라고.
그러니 너도 너무 속끓지 말고 그냥 체념하고 편하게 마음 가져라...


한번도 그렇게 손주를 원한다는 걸 내색하신적이 없으셨는데...
일주일에 몇번씩 새벽기도 다니시면서 그리 원하셨다니..
지금은 가질래야 가질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나니(방사능, 제 나이)
정말로 후회스럽고,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 뿐입니다.


돌아오는 길에 공항에 배웅오신 시부모님들 모습을 뵈니 정말 왜 이리 연세들어 보이시는지...
두분다 늦게 결혼하셔서 늦게 본 아들들 둘 다 아이가 없습니다.
얼마나 바라셨으면 그렇게 열심히 기도를 하시고, 그런 내색 하나 없이 며느리와 아들을 보는
심정을 어떠셨을까 싶으니 눈물이 나네요.


정말 너무 죄송한 마음 뿐입니다.
IP : 223.133.xxx.49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3.5.10 7:19 PM (118.33.xxx.41)

    도쿄 사람 모두가 아이포기한건 아닐텐데..
    너무 쉽게 포기해버리시는거 아닌지..
    저는 원글님이 안쓰럽네요.
    아이를 부양해야하는데 시부모들 부양하느라 힘
    빠지고...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56120 어쩌죠?아이가 학교 수행평가라며 4시간 동안 한 문서가 .. 4 도와주세요 2013/05/28 1,977
256119 승승장구폐지진짜이해안가요 10 ..... 2013/05/28 2,679
256118 무엇이든 못먹는게 없는 남편 13 음식처분 2013/05/28 2,622
256117 공동주택에서 개3마리 키우는건 심하지 않나요? 5 2013/05/28 1,699
256116 전월세 복비 1 복비 2013/05/28 1,421
256115 이 시간에 열쇠집 불러서 문따고 들어왔습니다ㅋㅋㅋㅋ 3 .... 2013/05/28 2,266
256114 ocn 에서 셜록2ㅡ1 해요 1 호호호 2013/05/28 910
256113 현수막 제작 하는곳 소개 부탁드려요.. 6 도와주세요... 2013/05/28 720
256112 동갑들하고 잘 지내시나요? 5 궁금해요 2013/05/28 1,283
256111 그동안 내가 보아온 엄마들.. 12 불면증 2013/05/28 5,109
256110 옥정이가 웃으니 저도 따라 웃게 되네요^^;;; 3 하... 2013/05/28 1,433
256109 88 사이즈 이벤트 5 공자천주 2013/05/28 1,411
256108 자녀 셋. 키우시는 분들 생생한 조언 듣고싶어요. 26 밤새고고민 2013/05/27 3,900
256107 안녕하세요 보세요? 2013/05/27 796
256106 이수역에 있는 골드맘이라는 피부관리샵 아시는 분 계실까요? 혹시 2013/05/27 1,618
256105 숨쉴곳이 없어요 3 답답 2013/05/27 1,120
256104 얼굴에 지방이식.. 4 2013/05/27 1,800
256103 감자 푸른 부분을 먹었어요! 4 2013/05/27 1,458
256102 이번 극장판짱구 보신분 안계세요? 1 짱구 2013/05/27 531
256101 시댁과 친정부모님 학력차이?? 75 아구구 2013/05/27 13,838
256100 장아찌 담글때 썼던 간장으로 다시 똑같은 장아찌 담그면 3 안될까요? 2013/05/27 1,648
256099 지금 날씨 어때요? 1 보나마나 2013/05/27 510
256098 강아지 보험? 2 분당지엔느 2013/05/27 691
256097 솔직히 장희빈역 역대 최고 미스캐스팅은 김혜수였어요 30 ... 2013/05/27 12,681
256096 스맛폰의 사진을 어떻게 컴으로 옮기나요? 17 가르쳐주세요.. 2013/05/27 2,4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