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도 비슷한 글 올렸는데 마음의 정리가 안되네요.
어제 새벽두시반에 화장실때문에 잠에서 깼다가
이리뒤척 저리뒤척하다 눈물만 질질 짜다가 다시 잠들어서인지
그 새벽의 감정이 아직도 남아있어요.
잠이 안와서 옆에서 곤히 자는 남편을 쓰다듬으며 다시 한 번 세상에 감사했어요.
제게 남편을 보내줘서 너무나 감사해서요...
부모의 폭력과 불화로 정말 지옥같던 10대를 보냈고,
아무런 직업도 없는 주부인 내 엄마는 아주 어릴때부터 항상 집에 없었고
해가지기전에만이라도 귀가하기를 바라며 늘 동생과 불안에 떨던 어린시절이 기억나서,
또 아빠가 없는 날은 항상 새벽에 무거운 가구뒤에 꽂힌 전화기코드까지 다 뽑아놓고
잠자는 애들을 두고 나가서 아침에야 들어오던 상식밖의 엄마를 둔
내 어린 시절들이 생각나 스스로가 너무 가여워서 눈물도 나고...
정말 하나하나 다 말로 할 수 없는 내엄마의 이해할수 없는 수많은 기억들이
임신하고 나니 더더욱 이해할수 없는 엄마로 자꾸만 미움이 끓어오르네요.
내엄마의 감정의 쓰레기통으로 살면서 이를 바득바득갈며 살았던 지난 날들,
어쩌면 더이상 같이 살았다면 자살하거나 미쳤거나 했을텐데
대학졸업무렵의 제 이성은 지금보다 훨씬 현명했었는지
운좋게 타지로 와 직장생활 열심히하며 그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어요.
그러면서도 부모에대한 도리는 다 할고 산 것 같네요.
너무나도 심성이 바르고 성정이 좋은 가장 가까웠던 오랜 친구가
지금은 남편이 되어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절을 보내고 있지요.
친구일때도 좋은 사람이었는데
몇 년안되는 결혼생활동안 정말 더더욱 배울점 많고 좋은 사람이란걸 알게되었어요.
그런데,
경제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부족할 것 하나 없는 지금의 저는 속으로 곪아터져가고 있는 느낌이에요.
임신중이라 호르몬 영향이라고 하기엔 너무 오래된 고민이네요.
엄마에 대한 애증. 부모에 대한 애증...
아이를 가지니 더더욱 깊어지네요.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에게도 정성을 쏟게 되는데
내엄마는 아직도 어린시절의 딸에게 최선을 다해 이쁜 옷을 입혀키운게 크나큰 자부심으로 남아있네요.
지금의 내 엄마는 자식에게는 돈계산도 굉장히 흐리고,
(몇백이 되건 빌려달라고 해놓고 그걸로 끝... 한두번이 아니라 이젠 그것도 안하지만요...)
세상의 시선이 요구하는 딸노릇도 은근히 원하는데 그게 너무 구역질이 날때도 있어요.
부모도 완벽한 인격체가 아니었다고 생각해도 억울하기만 하고...
고아원에 안버리고 키워줘서 고맙다고 해야만 하기엔 어린날의 상처가 심해서 그냥 덮어만 두고 살았어요.
아마도..
아이를 낳으면 이런 감정이 더더욱 폭발할 것같아요.
아이도 자꾸 본인이 봐주겠다하지만 돈벌이의 수단으로만 생각하고 있는것 같이 느껴지니 치가 떨립니다...
남편에게도 얘기하고나니 좀 후련해진 느낌이지만 참 미안하기도 해요.
항상 도도하고 당당한 모습이었는데 어찌 갈수록 약한 모습만 보여야하는지 참 그래요.
그래도 하나하나 제감정까지 세심하고 다 배려해주고 토닥여주는 남편을 보며
성정이 바르신 시부모님을 저절로 존경하게 되네요.
아...내 부모도 존경하고 싶네요.
두서없지만 저같은 경험있으신 분들의 극복경험 좀 부탁드립니다.
마음이 너무 힘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