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이슈는 역시 아파트다. 수도권 집값이 반등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아파트 소유자 사이에서 ‘박원순은 집값 끌어내리는 시장’이라는 물밑 정서가 만만치 않다는 평이 나온다. 박 시장이 정치 고관여층과 SNS 등에서 인기가 높은 편이지만, 눈에 보이는 인기만으로 재선을 확신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시민사회 단체 시절부터 박 시장의 측근이었던 한 인사는 최근 박 시장을 만나 이런 우려를 전달했다고 한다. 이해관계와 절박한 심정을 공유하고, 촘촘한 네트워크로 연결된, 투표율 높은 아파트 소유자들이 일종의 ‘응징 투표’에 나서면 재선을 장담할 수 없다는 취지였다. 이 인사는 “박 시장이 자신도 알고 있다고 하더라. 상황을 진지하게 인식하는 것 같았다”라고 귀띔했다. “물론 박 시장은 서울시장이 실제로 집값을 좌우할 힘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거랑 유권자 표심 문제는 별개니까.”
박 시장의 재선 기획에도 깊숙이 관여하는 한 핵심 인사는 “아파트 정치 쪽으로 선거 구도가 흘러가면 진다. 애초부터 안 그러도록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박 시장의 최근 일정을 유심히 보라고 했다.
전형적인 ‘관리 전략’이다. 아파트를 가진 유권자 블록에서 이기지는 못해도 결집된 응징 투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하려는 시도다. 집값을 올려주지는 못해도, 불만을 듣는 행보는 성실하게 이어간다. 앞서의 핵심 인사는 이를 ‘리스크 관리’라고 표현했다.
민주당의 부진·내세울 치적 부족도 고민
아파트 외에 박 시장 주위에서 꼽는 리스크 요인이 두 가지 더 있다. 첫째, 민주당이다. 박 시장은 최근 민주당 보좌관 초청강연에 나서는 등 당과의 접촉면을 넓히더니, 4월15일에는 “싫든 좋든 입당했으니 민주당 이름으로 재선에 도전하겠다”라고 말했다. 측근 인사는 “민주당이 장악한 시의회와의 관계를 매끄럽게 하기 위한 것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역시 리스크 관리 차원이라는 얘기다.
둘째, 박원순 하면 떠오르는 대표 비전이 없다는 것을 시장 주위에서는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당선 직후 여러 인터뷰에서 박 시장은 “대표 브랜드가 없는 시장이 되고 싶다”라고 말하곤 했다. 치적 사업보다 내실을 다지고 싶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측근들은 서울시장 재선에 도전하려면 정립된 비전을 내놓아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한다. 박 시장과도 공감대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래저래 박 시장의 재선 가도가 만만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