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예전에 그만둔 어린이집원장한테서 전화가 왔었어요.

노란제비꽃 조회수 : 2,544
작성일 : 2013-05-03 10:41:01

어제 저녁 6시무렵, 저녁밥을 해야 하는데...하면서 tv를 보다가 저절로 잠이 들었나봐요.

원래 초저녁에 그렇게 잠을 자지않았는데 임신 7개월로 접어들면서 아침에 아이 학교 보내고 청소하고 반찬만들고 빨래하고 쓰레기버리고, 잠깐 밖에 나가서 필요한 거 사러 갔다오고 우체국 다녀오는 그 사소한 일상이 점점 버거워지나봐요.

틀어오는 저녁 뉴스가 일정한 톤의 목소리로 들려오고 한가로운 저녁은 아무일도 없이 그렇게 저물어가는 그런 시간들이 저는 제일 좋은것 같아요.

그런 생각을 하면서 빨래를 다 개켜놓고 좀 누워있다가 결국 코까지 골면서 깊이 잠들었어요.

정말 단잠이었어요.

그런데 마침 전화벨이 울려서 잠이 훌딱 다 깨어버리고 받아보니,

보육교사자격증을 따고서도 일자리를 구하지못한 저를 (가슴아플정도로) 무지막지하게 부려먹었던 두살연하의 어린이집원장님이셨어요.

"선생님!"

칼칼하면서도, 좀 드센 억양의 그 원장님 목소리.

일부러 모르는척하고,

"여보세요오오~~?"

하고 받으니

"선생님!"

또 한차례 저를 부릅니다.

안들리는척

"여보세요오오??"

다시 물어보니,

"죄송합니다."

하면서 전화가 뚝 끊어져요.

그 원에서 시급 4000원의 임금보다 더 못한 계산에 그것도 공휴일, 일요일,토욜은 다 빼고 계산해주시고 월급날도 이주나 늘 늦게 주시고 처우개선비,환경개선비등등의 명목비들은 절 정식교사로 올려놓고도 다 원장님이 갖고 가시고,

필요한 교구도 안사주시고, 먹을것도 자기들만 야금야금 유리창안에서 다 모여먹고, 신고식이라고 들고간 빵이나 과일들까지 다 순식간에 먹으면서 내겐 한번도 주지도 않았던 그 원장.

게다가 우리 언니가 하는 작은 국수집에는 제가 부당한 월급과 , 교구도 안사주고 다 만들어오라고 해서 재료비도 많이 들었는데도 경력에 플라스되는거니 좋은거라고 달래고, 아기들 자면 계단청소 시키고 주방일 시키고.

결국 안좋게 퇴사하고 나갔는데도 그 이후로 언니네 집에 와선 제이름 팔고 외상도 거듭해가고.

그런 원장님밑에서 마지막으로 일하고 나가던날,

사람은 어디서 만날지모르니 우리 원에 놀러오라고 하더라구요.

자꾸 그런 말씀을 하시길래 제가 한마디 그랬죠.

"인생도처유청산이라고, 떠나가는 사람의 등뒤에 대고 그렇게 말씀해주시면 고맙죠."

그랬더니, 다들 입만 벌리고 신발신는 저만 쳐다보더라구요.

그곳에 있을때 그원장님네 애들 그림숙제 글짓기숙제까지 다 해달라고 하시니, 참 ..

다시 전화가 또 와서 이번엔 안받았어요.

그랬더니 두번다시 전화가 안왔어요.

무슨일로 온걸까 궁금해지네요..

 

IP : 110.35.xxx.239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산에서
    '13.5.3 10:49 AM (175.208.xxx.191)

    후, 저도 사흘간 단기 알바 하면서 그런 분에게 당해봐서 알 것 같아요. 저의 고용주이신 자매분이 마치 인생의 한을 이 사흘 안에 풀지 않으면 더 이상 기회는 없다는 듯이 저에게 지극한 정성을... 다 잊고 착하고 복많은 아기 낳으시길 빌어요.

  • 2. 짝짝짝!
    '13.5.3 10:49 AM (118.36.xxx.172)

    모른 척 전화받기...잘 하셨어요.

  • 3. ....
    '13.5.3 10:51 AM (211.210.xxx.62)

    다짜고짜 선생님 하고 부르는걸 보니 뻔하네요.
    모르는 척 하시길 잘하셨어요.

  • 4. 한숨
    '13.5.3 10:52 AM (180.70.xxx.78)

    어린이집원장들 저런.싸이코들 .너무많아요.
    아예 수신거부 해놓으세요
    만만하니 다시 고용하고 싶어서일것 같은데요

  • 5. 원글
    '13.5.3 10:52 AM (110.35.xxx.239)

    혹시 보육교사자격증을 딴뒤에 어린이집에서 취업하시게될때 꼼꼼히 알아보고 계약체결하세요.
    먼저 처우개선비,환경개선비는 정식교사의 몫이에요. 그걸 확실히 하지 못하는게 초임으로 처음 나서게될때는 그런 걸 잘 몰라요.
    그러니 먼저 내몫에 대해서는 누가 붙들고 알려주지 않으니까 확실히 공부부터 하고 가세요.
    그렇지않으면 정말 날로 먹히고, 부당한 대우와 처사로 1년이든 2년이든 있는거에요.

  • 6. 아유
    '13.5.3 10:58 AM (175.198.xxx.154)

    대처를 잘하셨네요~ㅎㅎ

  • 7. 아우
    '13.5.3 11:07 AM (58.236.xxx.74)

    선생님이 꼭 필요해요, 그 말에 내가 정말 필요한 사람인가보다 인정받은 걸로 착각하고
    버선발로 뛰어나가는 모자란 순둥이도 있답니다. 님의 센스에 박수가 나오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49306 국민연금 대신 꾸준히 넣을 뭔가 추천 좀 해주세요. 4 50대 전업.. 2013/05/06 1,446
249305 친구가 결혼한다고.. 4 123 2013/05/06 966
249304 식당과 남편... 1 ---- 2013/05/06 821
249303 [원전]한국은 후쿠시마의 교훈을 무시하지 말라! 1 참맛 2013/05/06 390
249302 간장게장 담글때 끓는 간장을 바로붓나요? 5 bobby 2013/05/06 1,498
249301 어느 택배기사의 하루! 4 어떤아짐 2013/05/06 2,532
249300 김한길의 아버지, 문성근의 아버지 5 샬랄라 2013/05/06 1,907
249299 전업주부는 언제 은퇴하는가요? 24 나님 2013/05/06 2,727
249298 아이들에 대한 기대와 현실의 갭이 너무 큰 것 같아요.. 2 ㅎㅎ 2013/05/06 875
249297 요 밑에소풍때 부침개 부친다고 글올렸는데요 3 ㅇㅇ 2013/05/06 1,024
249296 저는 진심으로 스마트폰이 재앙인 것 같습니다... 22 진심으로 2013/05/06 4,288
249295 박원순 시장 "일자리 없다는 말 믿을 수 없다".. 7 할리 2013/05/06 996
249294 신문1년정기구독권과 상품권당첨..낚인건가요? 3 당첨 2013/05/06 504
249293 임신3개월..회사일에 자꾸 집중을 못해요 5 ... 2013/05/06 873
249292 파워블로거 관리하는 회사가 따로있나봐요? 7 ,,, 2013/05/06 1,880
249291 공공부분 비정규직, 정규직과 임금격차 더 벌어져 세우실 2013/05/06 598
249290 특히 고3 수험생 부모님들을 위해 1 좋은 정보를.. 2013/05/06 824
249289 카드사에서권하는 복리저축... 4 금육상식부족.. 2013/05/06 1,067
249288 어제 성동일씨가 준이 달래는거보고 감동했어요 3 ... 2013/05/06 4,980
249287 어제 어린이날 딱 5시간 조카랑 놀고 실신했어요. 9 엄마들을 존.. 2013/05/06 2,452
249286 갑자기 면접 일정이 잡혔는데..그만둔 사유를 뭐라고 해야 할까요.. 4 ... 2013/05/06 1,538
249285 내용 펑이에요 4 내팔자야 2013/05/06 1,167
249284 얼음정수기 유지관리 비싸네요 2 아놔 2013/05/06 1,258
249283 주말만 되면 애들 울리는 남편.. 1 ,, 2013/05/06 926
249282 중3아들 이제 하다하다 담배까지... 4 T.T 2013/05/06 2,0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