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아주 깔끔하신 분 계신가요?
가끔 글 올라오는 거 보면 남자들이 대체적으로 지저분하고 씻지도 않고 집안일도 안 한다고 불평이 많아서 제 남편은 안 그래서 다행이다 싶었는데 이것도 오래 가니 피곤하네요.
결혼 전에는 몰랐는데 결혼해서 3년 살다 보니 일종의 결벽증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위생 상태에 너무 민감해요.
남자가 하루 두 번 샤워하면 말 다했죠, 뭐.
저는 원래 매일 샤워 안 했는데 남편이 하도 뭐라 그래서 지금은 매일 샤워하는 게 습관이 돼서 피부가 굉장히 건조해졌어요.
하여튼 이렇게 깔끔하다니 보니, 집안 청소 상태에 대해서도 너무 민감하네요.
저희는 맞벌이고 두 살, 세 살 된 애가 둘 있어서 아무리 치워도 금방 어질러집니다.
솔직히 퇴근하고 애들 어린이집에서 찾아오면 저녁 먹고 애들 잘 때까지 청소 거의 못해요.
너무 피곤해서 저녁밥만 겨우 먹고 설거지 하면 더이상 에너지가 없어 애들 보기도 힘들거든요.
애들 자면 시간이 늦어져 청소기 돌릴 수도 없구요.
남편은 퇴근이 늦어서 거의 10시 다 돼서 들어오는데 집에 오면 장난감 어질러져 있고 먼지 많다고 불평해요.
그래서 얼마 전부터 도우미를 쓰게 됐는데 애들이 있다 보니 도우미가 청소하고 간 바로 그 순간만 반짝 하지, 금방 어질러져서 별로 티가 안 나네요.
그렇다고 매일 도우미를 부를 처지도 아니고, 남편은 집에 오면 짜증내고, 전 에너지가 바닥이고...
정말 힘드네요.
남편이 원래 부지런한 사람이라 시간 많을 때는 집안 청소 정말 잘 하고 심지어 냉장고 정리까지 하는 사람인데 몇 달 전에 승진하면서 거의 회사에서 살고 주말에도 나가서 잡무 봐야 할 지경이라 자기가 집에 신경쓸 시간이 없어요.
게으른 사람이 잔소리 하는 거면 듣기 싫을텐데 원래 부지런한 사람이 바빠서 청소를 못하는 거라 저도 뭐라 할 말은 없지만 맞벌이 하면서 애 둘 키우는데 어떻게 집이 먼지 하나 없기를 기대하는 건지, 남편의 짜증을 받아 주기가 힘드네요.
어제는 저도 무 피곤해서 대판 싸우고 자기가 밤 10시에 와서 혼자 청소하더라구요.
혹시 제가 일 그만두기를 원하는 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