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생각나는 선생냄이 계시는데

내 생애에 조회수 : 532
작성일 : 2013-05-02 09:33:39

한 분은 중2 여자 담임샘.

당시 우리집은 가난하지는 않았지만 부모님이 교육에 전혀 관심없고

아빠는 엄마랑 매일 싸우고 게다가 엄마는 많이 편찮으셨죠.

항상 아파 누워만 있고 아침에 학교갈 때 그 이부자리가 하교후에도 그 상태..인 날이 많았구요.

중1때도 나이많은 여자담임샘이었는데 차별이 참 심했어요.

그 전 초등 6년 시절도 대부분 그렇게 차별받고 다녔죠.

그러다가 중2가 되었는데

나이가 우리 엄마또래의 샘이였는데 가정방문을 하시는 겁니다.

그래서 그런가보다 했는데 정말 우리집을 찾아오신거에요.

너무 놀라서 예의범절도 제대로 모르는 내가 어떻게 반겼는지도 모르겠는데

그냥 어버버버하고 있는데 선생님이 엄마를 만나러 방으로 들어오셨어요.

당시 엄마는 몸이 아파서 누워계시다가 샘을 맞으신거죠.

우리 엄마가 샘한테도 너무 성의 없었어요.

그런데 담임샘이 적당히 가시면 될것을 커다란 수첩을 꺼내시더니

제 1학년때의 성적향상을 우리 엄마한테 막 칭찬을 하시는겁니다.

제가 1학년 첫시험에 반에서 50등 정도였다가 막판에 15등전후까지 올라갔거든요.

그런데 우리엄마 반응은 내몸 아프고 난 교육에 관심도 없고...한마디로 당신이 지금 온 것 자체가 귀찮다..

뭐 이런 반응이었죠.

제가 옆에 있는데 너무 부끄럽더라구요.

그렇게 샘이 나가시는데 우리엄마 나와보지도 않으시고...

그렇게 샘이 가신후 다음날 부터

안그래도 기죽어 학교생활하던 내가..더 기죽었던것 같아요.

그런데 그 선생님..가정샘이었는데

수업시간때 유달리 제 눈을 많이 맞춰 주시고 심지어는 졸았던 적이 있는데

내가 졸은 모습가지고 유머스럽게 말씀하셔서 애들앞에 날 스타처럼 만들어 주시고

아무튼 시도때도 없이 제 기를 살려주려고 무지 노력해주셨어요.

덕분에 2학년 중반이 되어가면서 좋은 친구들 사귀기 시작하고 친구들이랑 편지도 주고 받고

여학생다운 여학생의 삶을 처음으로 누린것 같아요.

그 후 저는 공부에 더욱 흥미를 붙이다가 중3시절에는 반에서 2~3등까지 했어요,

고 1까지 잘했다가 고2때 사춘기 심하게 왔고 ( 그 당시는 사춘기인지도 몰랐어요. 그냥 책상에 앉기만 하면

뭔가 두렵고 나는 무슨 과를 가야 할지도 모르겠고...그냥 그 생각만 계속 들고.책상에 앉아서 볼펜만 들고만 있다가 가방싸서 집으로 돌아오는 날이 허다했죠..)

고3때까지 이 상태로 가다가 그래도 괜찮은 대학 괜찮은 학과 졸업해서 졸업후 곧장 취업하고 결혼해서 그럭저럭

살고 있는데

제 인생의 대혁명은 그 중2샘이셨던것 같아요.

시시때때로 날 기특하게 바라봐주던 그 눈빛...그게 출발이었던 것 같아요.

IP : 114.200.xxx.69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3.5.2 9:43 AM (112.218.xxx.11)

    아프면 만사 귀찮고 ..
    성가시기도 하죠..
    엄마도 마음속으로는 기쁘셨을 거에요..
    신경도 못 써줬는데.. 공부 알아서 잘 하고 칭찬까지 받으니..

    제 학창 시절에도 기억나는 선생님 몇분 계시는데..
    저도 중2때네요..
    특별하지 않은 나를 특별한 아이로 생각해 주시던 선생님..
    그런 기억이 알게 모르게 힘이 되었겠죠..
    뵙고 싶네요..

  • 2. 플럼스카페
    '13.5.2 10:53 AM (115.95.xxx.163)

    글 읽으면서 저도 엄마미소로 보게 되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59418 글 중간 중간에 온점 찍는 거 27 궁금녀 2013/06/06 8,801
259417 한의사분 채용하는 방법 있을까요..? 4 궁금 2013/06/05 2,201
259416 캐나다로1년보내기로했는데밤마다눈물이 57 아이유학 2013/06/05 4,942
259415 루뷔똥에 금액이 450만원되는것도있나? 11 새벽 2013/06/05 3,002
259414 중구청에서 300억들여서 박정희 기념공원 추진한대요 11 ㅡㅡ 2013/06/05 992
259413 드라마 나인 다 봤어요 7 선우선우 2013/06/05 1,833
259412 가사도우미인데 이런 경우 어떻게 할까요? 97 조언 2013/06/05 15,035
259411 애가 중학생쯤 되면, 엄마가 자유로와지나요? 7 날찾아가리 2013/06/05 1,926
259410 우리 아이들의 상상력을 키워줄 서울 '상상나라'! ssss 2013/06/05 574
259409 눈에 실핏줄 터진것 어찌해야될까요? 6 에휴 2013/06/05 2,960
259408 지원한거에 떨어질때마다 자존감과 자신감 하락해요 ㅠㅠ 9 .. 2013/06/05 1,780
259407 사주에 금이3개고 수가 5개나 되네요 7 사주 2013/06/05 6,946
259406 술이 그렇게 다이어트에 안좋은건가요? 4 질문이요.... 2013/06/05 1,511
259405 이상하게 발가락에 쥐가 잘나요 4 2013/06/05 9,136
259404 이보영 정말 엄하게 자랐나봐요. 44 도대체 2013/06/05 24,226
259403 호주 패키지여행가는데 가야할까요 3 바보 2013/06/05 1,206
259402 남편이 초저녁 술먹고 꽐라되어 소파에서 자네요 9 ... 2013/06/05 1,886
259401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어요. 선배님들 조언 부탁드릴께요. 5 d_dop 2013/06/05 1,359
259400 7월초 아기랑 싱가폴 여행 많이 힘들까요? 5 고민 2013/06/05 4,195
259399 에티튜드 섬유유연제가 변했어요ㅜㅜ 1 이런 2013/06/05 1,415
259398 임신초기의 몸조심이란 어디까지를 의미하나요? 9 임신초기 2013/06/05 3,363
259397 홍삼 먹고 저같으신분 있나요? 2 부작용 2013/06/05 2,104
259396 제주공항 면세점도 미리 쇼핑이 가능한가요? 1 제주 2013/06/05 1,352
259395 무자격 조교가 체벌·성희롱.. 공포의 수련회 1 샬랄라 2013/06/05 837
259394 관람후기] 김수현 주연 '은밀하게 위대하게' - 스포없음 7 별2.5개 2013/06/05 3,7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