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광주에서 봉하마을, 다시 서울로.
광주라는 도시는 사람들의 마음결 그 자체가 빛나는 곳이었습니다.
터미널에 처음 도착해서 아무런 정보가 없어 헤매던 저에게 먼저 다가와 조심스레 도움을 주시려 했던 분들이 기억나네요. 처음에는 경계를 했는데 시간이 지나자 진심을 느낄 수 있었고, 심지어 충장로까지 자신의 오토바이에 태워 바라다 주기까지 하셨지요. 웨딩의 거리에서 사진사로 일하신다던, 약간 말을 천천히 하시던 그 분, 정말 감사했어요. 그 밤에 오토바이로 광주의 곳곳을 세세하게 설명해 주시며 궁금했던 것들에 대해 자상하게 대답해 주시던 그 모습 잊을 수가 없네요. 제가 위험할까봐 시속 40킬로미터를 넘지 않으며 달리셨던 것도 제가 다 알고 있었어요. 그 마음 정말 고마웠어요.
518 국립묘지에 안장된 분들의 비석 뒷편에 새겨진 개인사들을 읽다보니 저도 모르게 소리내며 울고 있었습니다. 참배객이 없어서 다행이었겠지요. 가장 마음이 아팠던 비석의 내용은 아무것도 새겨넣지 않고 빈 채로 그냥 둔 것이었어요. 더 이상 무슨 할 말이 있었겠습니까.......
구 전남도청과 분수대, 양동시장과 말바우 시장, 금남로 YMCA 앞에 있는 버스정류장, 도청 분수대 건너편에 있던 떡볶이 집에서 도란도란 대화를 나눴던 조선대, 광주여대, 고등학생 친구들, 광주공원 포장마차, 지하철 기념품을 주셨던 문화전당역 직원분, 518 국립묘지 후문에서 말바우시장까지 저를 외면하지 않고 차를 태워주셨던 할아버지, 말바우시장 근처에서 밀레오레 앞 광주세무소까지 저를 직접 복잡한 버스 안에서 함께 동행해 주셨던 아주머니, 아.... 모두들 잊을 수 없을 거예요.
봉하마을로 가는 길은 생각보다 편하지 않았어요.
만약에 그곳에 방문하시는 분들은 <김해터미널>과 <진역(버스)역>, <진영(기차)역>을 각각 혼동하지 마세요. 그 지역 분들도 말을 짧게 줄여서 해서인지 오해하기 딱 좋습니다. <김해터미널>에서 봉하마을까지 가려면 적어도 두 번 정도 버스를 갈아타야 하는데 각 차편이 거의 한 시간에 한 대 정도 오고 그 마저도 시간이 잘 안 지켜져요. 저는 김해터미널에서 봉하마을까지 가는데 (계속 버스를 기다리느라) 총 3시간 조금 안 되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택시를 타면 30분 정도 걸려요. 진영 (버스, 기차)역에는 봉하마을로 가는 버스(1200백원)가 있어요. 개인적으론 그걸 추천합니다.
봉하마을 입구까지 버스가 들어가는데 찻길에 노란 바람개비가 주욱 서 있더라고요. 그걸 보는데 마음이 정말 찡했습니다.
정보센터(인포메이션) 사무실에 계신 3분의 직원들께서 자상하고도 자세히 친절하게 모든 질문에 답변해 주셨고 그동안 경험했던 일들까지도 옛 이야기 들려주듯 얘기해 주셨어요.
흰국화 한 송이를 묘소에 놓고 기도드리고 잠시 울먹였습니다. 초라한 생가와 여사님이 머물고 계신 사저, 정말 너무 초라한 기념관, 테마식당에서 소고기 국밥 한그릇, 입구 맨 앞에 있는 할머니께서 하시는 첫번째 포장마차에서 봉하친환경쌀막걸리와 잔치국수......
부엉이 바위는 실제로 올라가보니 그 높이가 생각보다 상당했어요. 사자바위까지 올라갈 계획이었는데 부엉이 바위를 직접 보는 순간 마음이 무거워 더 이상 올라갈 마음이 없어졌어요. 먹먹하다는 표현이 딱 맞겠네요.
서울로 올라가는 버스와 기차표 예약을 대신 도와주셨던 안내 사무실 직원분들, 그래도 불가능하게 되자 자신의 승용차로 김해터미널까지 저를 데려다 주셨던 직원 분, 잊지 못할 거예요. 정말 감사했습니다.
광주와 봉하마을의 여행 속에서 저도 모르게 개인적 아픔이 치유되는 걸 느꼈습니다.
짧았지만 잊을 수 없는 소중한 만남과 시간들이었어요.
감사했고 감사하고 앞으로도 감사하게 살겠습니다.
1. 뮤즈82
'13.4.28 10:07 PM (59.20.xxx.100)잘 다녀 오셨군요~~
그때님이 올린글에 댓글도 달았더랬습니다.
유지니맘님이 올린댓글도 한번 살펴보시고
돌아가는 날이 조금더 여유가 있으면
5월10일 대학로 벙커1에서 모임이 있습니다.
그모임 뒷날에 저희들은 봉하로 내려 갑니다.
시간이 되신다면 벙커1에서 모임에 한번 참석해보세요
다들 그날 처음보는 얼굴들 이지만 서먹하지는 않을겁니다.2. 판도라
'13.4.28 10:10 PM (183.96.xxx.65)소중한 시간을 보내셨네요...
그렇게 소중한 마음들이 모여서
노대통령이 꿈꾸었던
세상이 왔으면 좋겠어요.~~3. theater
'13.4.28 10:12 PM (110.70.xxx.129)ocean7 님, 제 경험엔 처음부터 겉으로 친절하다기 보다는 일단 제가 외지인처럼 보였는지 경계하는 듯 보인것도 사실이에요. 하지만 제가 편하게 표현을 하면 그 즉시 마음들을 여는 게 눈에 보이더라고요. 참 마음이 따뜻한 분들 같아요.
4. theater
'13.4.28 10:14 PM (110.70.xxx.129)뮤즈82 님,
네 댓글 잘 살펴봤어요. 저도 참석하고 싶은데 7일 오전에 비행기가 출발하네요. 만약 그 전에 시간을 허락하신다면 제가 시간을 조정해서라도 벙커1에서 한번 뵙고 인사드리고 싶네요. 아쉽게도 일정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라서요. 이해해 주시시라 믿어요.5. 뮤즈82
'13.4.28 10:19 PM (59.20.xxx.100)theater님/ 네~~그렇군요
아쉽네요..봉하 에서 충분히 밝은기운
받았을걸로 사료됩니다.
한국에서의 일정이 모두가 잘이루어졌기을
바랍니다.
새로운 인연은 반드시 또 나타 날겁니다.
아마도 그전보다 더욱더 좋은 인연이나타나기를 기원합니다 ^^*6. theater
'13.4.28 10:21 PM (110.70.xxx.129)뮤즈 82 님, 인연이 안 나타나도 잘 살 수 있을 거 같아요. 마음이 많이 안정됐거든요. : )
7. theater
'13.4.28 10:23 PM (110.70.xxx.129)판도라 님,
저도 그런 세상이 오기를 바랍니다.
아니,
오기를 기다리기 보다는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성실히 정의롭게 살다보면 그런 세상이 만들어져 있겠죠? 그렇게 살겠습니다.8. theater
'13.4.28 10:29 PM (110.70.xxx.129)ocean 7 님, 몰랐던 사실이네요. 참 많은 것들을 무관심하게 간과하고 살았나 봅니다.
9. ㅎㅎ
'13.4.28 10:33 PM (182.210.xxx.57)티에터님 소식 기다리고 있었어요. 봉하에서 서울 올라가기 전에 대구에 들려 막걸리 한잔하자고 하고 싶어서요.
빛고을 광주는 정말 돌아보면 아리고 그 시민분들의 이번 대선에서 보여준 끊임없는 성원....
그 어떤 말이 필요있겠습니까 ㅠㅠ
봉하도 노통님 생각하면 ㅠㅠ
그 아방궁이라고 지껄여대던 쥐조중동새키들이 쥐새키 아방궁은 한마디도 말 못하는 그야말로 친일파 새키들..
에휴.. 떠나기 전에 좋은 사람들 많이 만나세요.10. 대한민국당원
'13.4.29 12:01 AM (58.239.xxx.83)빛고을 광주 약 1년 못 되게 살아봤는데 부산 사투리 쓰니 싫어하는 사람도 많았지요. 그때가 90년대 였으니깐! 왜 그곳에 있을 땐 5.18묘지에 가 볼 생각은 못했는지? 봉하에 가신다는 글은 앞전에 읽었는데 잘 다녀오셨군요. 그곳만 생각하면 눈물이 뚝뚝(다 큰 사내라는 놈이;;ㅎㅎ) 봉하라는 마을 영상이 펼쳐집니다. 말씀하시지 않아도 먼저 가 본 사람의 특권이라고 해야할까요? ^^;; 대통령님께서 걸어다녔던 어릴적 길 걸어볼 거라고 몇시간씩 걸어는 보았는데 한참을 헤메고 다녔다고(부끌;;)
11. ㅎㅎ
'13.4.29 12:45 AM (182.210.xxx.57)오션님 걱정해줘서 고맙네요. 뭐 그리 외롭다는 생각없어요. 대구 온지 얼마 안되서이기도 하지만
여기 82에도 대구분들 많고 특히 젊은 세대들은.. 지난 대선때 대구에서도 문후보 만나러 여기 엄청 몰렸답니다.
인혁당이나 과거 민주화운동에서 대구 경북도 고담은 아니었잖아요.12. 진영역
'13.4.29 11:28 AM (121.184.xxx.219)봉하마을 가려면 기차편 이용해서 진영역에서 내리는 게 제일 수월해요. 거기서 택시 타면 됩니다. 택시요금 얼마 안나와요.
13. theater
'13.4.29 1:13 PM (39.7.xxx.139)진영역에서 택시는 6천원이에요. 10분이면 도착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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