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진아일랜드에 보유한 자산이 설사 제대로 세금을 낸 합법적인 돈이라 하더라도 소유자가 누구냐에 따라 자칫 ’도덕’이라는 무서운 시험대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북한 측 인사의 이름 까지 명단에 있다는 것이 협회측의 설명이어서 명단공개시 파장은 클 것으로 전망된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ICIJ가 확보한 명단의 위력은 이미 검증됐다. ICIJ는 지난 4일 버진아일랜드에 설립된 페이퍼컴퍼니와 관계자, 관계 서류, 여권 등이 담긴 200만 통의 이메일 을 분석해 대통령 친인척을 비롯해 재벌, 독재자의 딸 등 전 세계 부호 수천 명의 신상을 공개했다.
러시아 실세인 이고르 슈발로프 제1부총리는 부인의 역외계좌가 확인돼 비난이 쏟아지자 재산을 고국으로 옮겼고, 몽골에선 바야르척트 상가자브 국회 부의장이 정계를 은퇴했다.
지난 19일 워싱턴에 모인 G20(주요 20개국)은 회원국간 조세정보 교환을 강화해 다국적 기업의 조세회피와 각종 역외 탈세에 적극 대응하기로 합의했다.
ICIJ를 이끄는 제럴드 라일 기자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세르비아, 스웨덴 등과 관련된 후속보도를 한 뒤 한국, 오스트리아, 폴란드, 터키 등 국가에 대한 검토작업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분석에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르면 상반기 중, 늦어도 연내 버진아일랜드에 ’은밀한’ 돈을 두고 있는 한국인의 이름이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기업이 지난해 말까지 케이만군도·버뮤다·버진아일랜드·말레이시아 라부안 등 조세피난처에 세워진 금융회사로 송금한 합법적인 돈의 잔액은 16억2000만달러다. 전체 국외 금융투자 잔액의 40%에 해당하는 규모다.
국세청과 관세청은 일단 명단의 유무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버진아일랜드의 이름이 합법적인 계좌신고가 아닌 국세청과 관세청의 역외탈세 세무조사 과정에서 자주 발견됐기 때문이다.
국세청이 10억원 초과 금융자산을 단 하루라도 외국에 둔 해외금융계좌 보유자로부터 자진신고를 2년간 받았지만 버진아일랜드에서는 신고가 1건도 접수되지 않았다.
국세청의 역외탈세 적발건수와 추징액은 2008년 30건, 1503억원에서 지난해 202건 8258억원으로 늘었다.
국세청 관계자는 “버진아일랜드 계좌보유자의 이름이 모두 탈세는 아니겠지만 버진아일랜드라는 이름으로 볼 때 개연성은 높다고 본다”라며 “명단이 확보되면 강도 높은 조사를 통해 탈루 여부를 철저히 검증, 법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강조했다.
기획재정부도 2011년 가서명된 버진아일랜드와의 조세정보교환협정을 서두르겠다는 방침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