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사무실이 한가하여 오랜 궁금증 하나 꺼내봅니다.
나이 40넘어 라인도 무너지고 무엇보다 아줌마 분위기 충만하여 이렇게 말하긴 민망하지만 기본적으로 전 하늘하늘 코스모스(젊었을 때) 병약한 분위기에요. 약간만 꾀병부려도 초중고 체육시간에 운동장에 안나가도 되는...
저도 친정부모님도 제가 약하다고 생각하고 건강에 신경많이 쓰고 조심조심 살아와어요. 체력은 약해도 정신력이 세서 공부 무사히 마치고, 직장생활 15년, 결혼생활 10년을 겨우 겨우 유지했다 생각했는데 불현듯 내가 사실은 아주 체력이 강한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15년 직장생활 한번도 조퇴나 아프다고 빠져본적 없고,
아이 낳는 당일까지 지하철타고 출퇴근하고, 입덧이 있어도 당연한거니까 유세부릴 생각못해봤고,
자궁이 다 열러서 혼자서 분만하러 가서 첫애를 몇시간 만에 낳았어요.(진통 온다고 했는데도 너무 멀쩡해보인다고 부모님이랑 남편이 안 믿어서 혼자갔어요. 심지어 간호사도 안 믿고 절 대기실에서 1시간 기다리게 했어요). 출산은 사실 힘들긴 했어요.
세차례의 시험관 시술과 여러가지 자잘한 수술들 별 불만 없이 견뎠어요. 심지어 애 낳는 만큼 아프다는 담석도( 전 담석까지는 아니고 담낭에 슬러지가 있어서 이게 가끔 문제를 일으켜요) 그러려니 해요. 사실 밤새 때꿀때굴 구르다가 아침에 출근하는 거죠.
병원에 가면 의사가 이 정도면 많이 힘드셨겠네요 그래요. 그러면 전 안 아픈적이 별로 없어서 이번이 더 아픈지도 모르겠어요 라고 답해요. 즉 컨디션이 화창하게 맑은 날은 거의 없어요. 언제나 무겁고 힘들죠.
문제는 이렇게 체력인지 정신력인지가 강하다보니 공감능력이 떨어져요. 우리때는 밭메다가 혼자 방에 들어가서 애 낳았다는 할머니들처럼요.
이제 아래 직원들이 있는 나이가 되었는데, 직원들이 아프다, 입덧이다 말해도 다 엄살같아요. 내놓고 말은 못하지만 누구는 입덧 안해봤나 정신력으로 견디면 되지, 이런 생각을 해요. 밤에 잠을 못자서 힘들다고 다른 사람이 말하면 난 두시간 토막잠 자는 애 밤새 업고도 지각한번 없이 출근했거든 어디서 엄살이야 이런 생각을 해요. 남편도 마누라가 아프다고 말하면서도 어쨌든 직장 잘다니고 애 잘키우니깐 이제 신경도 안써요.
저 같은 분 있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