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아래 치킨 먹고 싶다는 분 글 읽고 드는 생각이에요.
그분이 아이스 커피 사 마신걸 타박하고 싶지는 않구요.
사람마다 성향이 다 다른거니까요.
저는 20대 중반까지 돈개념 모르고 풍족하게 살았어요.
부모님이 용돈을 많이 주셨거든요.
부모님이 여유 있으셔서 그런건 아니고
저희 형편보다 더 풍족하게 해주셨죠.
(원래 저희집이 제가 어릴적 아주 돈이 많다가
그 이후 아버지가 좀 일을 벌리셔서 가세가 좀 기울었는데
어렸을적 풍족하게 키우던 분위기가 죽.. 이어진거죠.
그래도 경제적으로 많이 빠듯하지는 않았지만 부모님이 결핍하게 사시면서
자식에게는 다 해주신거죠.)
90년대 중후반에 제가 입던 옷 브랜드가 샤틴, 오즈세컨, 오브제..
제가 대학시절부터 지금까지 원룸에서 자취를 하고 있어요.
부모님 덕에 신축.. 번듯한 원룸에 살긴 했지만..
(지금은 비좁은 집에 살고 있지만..ㅋ)
집주인들이 하나같이 집 있는 약간의 유세를 하더군요.
집주인들 중 돈자랑 안하는 분 만난적 없구요.
매번 자기가 어디에 땅이 얼마 있고 상가가 얼마고..
자식이 어느 대학(명문대) 다니고..
이건 약과고 한번은 만기가 됐는데도 전세금을 안빼줘서 고향에 내려가 있는데
방이 나갔다고 전화가 와서 이사하려고 서울 왔는데
건물 관리하던 25살 백수 주인집 아들이 제 살림을 옆방에 다 몰아놓고
제 방은 다른 세입자가 들어와 있더라구요.(당시 제 나이는 24살)
옆방이 저희 선배 언니가 살다 나간 방인데 방이 더러워서 안나가고
깔끔했던 제 방을 빼주려고 그렇게 한거였어요.
속옷이니 뭐니 다 끄집어내고 온갖 살림살이들이 더러운 방에 내동댕이쳐 있고
냉장고 음식들은 전원 꺼져서 물이 질질 흐르고...
제가 막 따지니 별 거지같은게 세사는 주제에 어쩌고 저쩌고..ㅋ
지금같으면 경찰에 신고 했겠지만 당시 나이가 어려 어찌어찌 이사를 했네요.
그래서 잠재의식에 돈을 모아야 한다는 생각이 크게 자리잡은듯 해요.
그 후 직장 생활 하면서 완전 반전이 된거에요.
옷도 안사입고.. 밖에서 뭐 안사먹고..
제가 대학원 다니던 2000년즈음 테이크 아웃 커피전문점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했는데
학생때도 날마다 사먹던 카페라떼..
직장 다니면서는 약속이 있는날 외에는 절대 안사마셔요.
배달 음식도 안시켜먹고.. 치킨 안먹은지 10년 넘은듯..
가끔 몇달에 한번 마트에 소량 포장된거 먹는정도..
안먹어버릇하니 먹고 싶은 마은도 안생기더라구요.
외식도 안하고 집에서 늘 밥 해먹구요.
다행히 점심과 야근 저녁 식대가 풍족히 지원되는 회사만 다녀서
지금은 급여에 비하면 남들 2배정도는 모아놓은듯 하네요.
그렇다고 지금 자산이 아주 많은건 아니지만
급여가 워낙 작은 직종인데
몇년전 삼정전자 과장인 동창보다 더 모았더라구요.
저같이 돈 모으는걸 스트레스 받는 분들도 계실거에요.
그런데 이런것도 사람 성향이더라구요.
저는 돈을 쓰면 더 스트레스 받는 성격이라...
(저희 친가쪽 내력이에요. 구두쇠.. 저희 고모들도 다들 경제력 좋은데 옷도 잘 안사입고 수수하게 하고 다니더군요.)
저는 그래도 자잘한거 여러개 안사고
좋은거 하나 살때는 비슷한 수준의 다른 사람보다 훠씬 비싸고 좋은 물건을 사서 오래 쓴답니다.
누가 옳고 그르다는건 아니고..
절약은 정말 사람 성향 따라가는듯해요.
타고나길 이렇게 타고나는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