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그들이 힘 없는 노인이 되었으니, 내가 어른이 되는 수 밖에

쑥과 마눌 조회수 : 1,438
작성일 : 2013-04-19 01:00:25

독후감 하나 올립랍니다.

제목은 칼에 지다
작가는 아사다 지로

내용은.

19세기말 막부가 무너지고, 없는 사람 영문도 모르게, 세상은 개벽하는데,

나름 재주있고 기개도 있었던 몰락한 사무라이가문출신.. 우리네 아버지는 세상이야 어찌 되었던, 명분이야 어찌 되었던,

처자식 먹여살리고자 이리저리 칼을 쓰고,  그리 사람을 벤 돈으로 고향에 있는  가족에게 돈을 부치는 이야기이죠.

동봉한 편지에는 아들에게 전하는 공자의 말씀을 잊지않는 센스를 발휘하면서 말이죠.

인상적이었던 건, 그 주인공을 기억했던 주변인물들의 시각이였네요.

그를 싫어했던 좋아했던, 다들 깊은 속으로는 그를 이해하더이다. 더럽게 벌어 처자식목구멍에 풀칠시키는 그를 말이예요.

이런 이야기는전형적이니,  나라마다 있겠지요.
중국에는 가진것 없어 피를 팔고, 그걸로 자식을 먹이는 '허삼관 매혈기'라는 책으로..
우리에겐 영화의 막판.. 살아남아 엄니를 외치며 고향 들판을 달려가던 '황산벌'의 거시기로..

...........................................................................................................

저는 말이죠.
얼마전 끝난 내 딸 서영이를 보면서,
나의 아비를..그리고, 누군가의 아비들을 생각했었어요.

그 서영이 아비의 이야기.
새로울 것도 없었던...
갸가 갸고,야가 야고, 거가 거고..
그 익숙한 순파.

사는 거 역시 신파라, 디테일 놓고 보면, 정도의 차이는 있을 뿐,
가족중의 누구는 창피하고, 가족중의 누구는 민폐이고, 가족중의 누구는 적반하장이질 않남요.

드라마와 다른 점이라면,
서영이 아버지처럼 변하지 않고, 그저 힘없는 노인네가 되어버린다는 거.
그것도 자기유리한대로 각색한 과거의 기억들을 가지고 말이죠.
예전 당한 사람 환장하게 만들 그런 개 편집들.

서영이가 부러웠더군요.
킹카 우재남편도 안 부럽고,
판사출신 변호사된 능력도 안 부럽고,
심지어 개과천선한 아버지도 안 부럽던데...
피해자였던 서영이와 똒같아 과거를 기억하고 나누는 아버지는 부럽더만요.

그러다 말이죠.
칼에 지다...라는 책을 보면서.
처자식 먹여 살리려고, 주인공이 돈 몇푼에사람을 베고,
영문도 모르면서, 전쟁터에 나가 싸우고,
잡혀서, 살려 달라 애걸복걸하고...그라는 걸 읽은 면서,
나는 어라..또.. 내 아버지가 생각나네요.
이건 뭥미...당...당황스럽게...

마...그려도 하자도 들면, 세상에 이해 못할일이 뭐있겟남요

그렸겄지.
가진 거 없고, 먹고 살기 고달펐던 내 젊은 아비는
한번 멋지게 살아보고 싶었던 내 젊은 아비는
영문 모르게 끌려나간 전쟁터에서 패한 날이면,
젊은 서영이 아버지를 꿈꾸며  술한잔 제끼고
철 모르고 자는 자식들 깨워서, 성적을 탓하며 매질을 하고,
능력없긴 마찬가진데, 자신만 쳐다보는 부담스러운 아내에게 주사를 부렸겄지.
그렇게 속엣걸 토해놓고, 그는 또 다시 더라븐 세상속으로 들가고..
식구들이야 거시기해도, 자기가 거시기 하니, 거시기하지 않을까하고 넘어가고 ..


그런 그가  힘없는 노인네가 되어버렸으니,
그래서, 이제는 자신이 힘겹게 싸워야 했던 전쟁터파트만 기억한다는데..말이죠.

서영이 아버지 파트를 빠득빠득 알려 주는 뚝심은 애들에게 맡기고.
그 파트가 48 대 52 라도, 왜곡된 편집은 그대를 향햔 축복이라니.
할 수 없잖아요...
내가 어른이 되는 수 밖에..

..................................................................................

IP : 72.219.xxx.35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좋은 글이네요...
    '13.4.19 1:08 AM (118.209.xxx.145)

    서영이라는 드라마도 안 봤지만
    황산벌과 평양성은 봤고,
    '칼에 지다'라는 소설의 이야기와 아울러 가며 보니
    님이 하시고자 하는 말씀을 약간은 짐작 하겠네요.

    그 망할 놈의 52....
    그러나 우리들의 부모 우리들의 조부모들,
    게다가 우리들의 동년배나 선후배들도 적쟎이 있었죠.

    정말로,
    할 수 없네요,
    내가 어른이 되는 수밖에.

  • 2. ...
    '13.4.19 1:30 AM (1.242.xxx.178)

    52라는 숫자에 나의 부모님이 형제가 속해 있다는 사실이 참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그리고 그들의 인생도 싫어 지고요. 삶의 가치관이 그것 밖에 안된다는 실망감
    하여튼 원글님이 글에 생각이 많아 지는 밤이네요.

  • 3. 밀크티
    '13.4.19 2:17 AM (59.10.xxx.180)

    저도 어른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어른이 되고나서 보자구요.

  • 4. ok
    '13.4.19 1:03 PM (59.9.xxx.20)

    제목이 인상깊습니다. 생각하게하는 글이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42771 화초키우기 으아~힘드네요... 2 속상속상 2013/04/20 1,003
242770 유진박을 봤어요.. 8 정말정말 2013/04/20 4,239
242769 82에서 추천받아서 제일 잘 쓰는 물건 9 반지 2013/04/20 3,136
242768 옷에 까만색 자국 지우는 방법없을까요... JP 2013/04/20 502
242767 고등학생 시 낭송하기 좋은 시집 있을까요? 5 .. 2013/04/20 2,074
242766 입에 본드칠한것 같은 선남 5 과묵한남자 2013/04/20 1,818
242765 변희재 얼른 나았으면 좋겠어요 ... 2013/04/20 776
242764 우리집 냥이 6 그냥 2013/04/20 1,082
242763 육개장 사발면과 찰떡궁합은? 10 ㅎㅎ 2013/04/20 1,569
242762 대항병원 의사분 추천해주셔요 5 2013/04/20 6,444
242761 변희재가 낸시랭에게 앙심을 품게 된 결정적 계기 7 ... 2013/04/20 3,596
242760 변희재 입원... 12 ㅇㅇㅇㅇ 2013/04/20 4,025
242759 아파트안에 커뮤니티시설로 볼링장은 2 ... 2013/04/20 842
242758 주변사람들이 하는 말로 자신이 이쁜지 어떤지는 몰라요 13 슬픔 2013/04/20 4,450
242757 옷 싸이즈 잘 아시는 분 계실까요? 질문 2013/04/20 342
242756 30대 중반 ...성형을 하고 싶은데 어떤걸 하는게 좋을까요 5 -_- 2013/04/20 1,376
242755 낸시랭 물어뜯던 분들 부끄러운줄 알아야 15 gctc 2013/04/20 2,486
242754 양배추채칼 저렴하고 얇게 잘 썰리는거 없나요? 6 양배추 2013/04/20 1,716
242753 원룸이나 오피스텔 사시는 분들, 쓰레기처리 어케 하시나요 4 질문 2013/04/20 4,796
242752 look, sound, feel, smell, taste 이 동.. 3 .. 2013/04/20 874
242751 영어 독해 2 부탁드려요... 2013/04/20 586
242750 11살. 남아 밤에 오줌 2 쉬야~ 2013/04/20 699
242749 슈에무라 클렌징오일에 버금가는 것 좀 14 sks 2013/04/20 4,967
242748 봄에 점을 빼면 어떤가요 2 한반도점박이.. 2013/04/20 1,890
242747 글이 너무 천박하면 오히려 원글이 얼굴은 예쁠거라는 생각이 들어.. 5 ........ 2013/04/20 1,1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