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3개월 취재 뒷이야기
경찰 외면 속 특종의 8할은 ‘정의로운 취재원들’
원 전 원장의 지시말씀이 공개되자 파장은 컸다. 지시말씀에서 ‘종북세력’으로 거론된 민주노총과 전교조는 원 전 원장을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했다. 고소 대열에는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시민단체와 민주통합당, 통합진보당도 합류했다.
원 전 원장은 자신에 대한 고소·고발이 이어지던 3월20일 저녁 몇몇 간부만 모아놓은 자리에서 조용히 퇴임식을 열었다. 수사기관이 석달 넘도록 끌어온 국정원 사건의 배후로 그가 지목되는 시점이었다. 3월22일 저녁, 다급한 제보가 왔다. 원 전 원장이 일요일인 3월24일 해외로 출국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미 국정원 안팎에서는 원 전 원장이 퇴임 뒤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원으로 간다는 소식이 널리 퍼져 있는 상황이었다. 금요일 밤 기사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밤 10시께 기사를 마무리하고, 출국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서울 관악구 남현동에 있는 원 전 원장의 집으로 향했다. 불은 모두 꺼져 있었다. 초인종을 눌렀지만 대답은 없었다. 다음날 낮 다시 찾은 원 전 원장의 자택에는 여전히 인기척이 없었다. 10여차례 초인종을 누르고 “잠시만 만나 달라”며 소리도 질러봤지만 개가 대답할 뿐이었다. 진돗개와 수십개의 동작감시센서, 폐회로카메라(CCTV)가 집을 지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