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newsis.com/ar_detail/view.html?ar_id=NISX20130407_0011982172&cID=1...
그냥 일반인으로서도 충분히 가능한데, 심지어 전시장 전전시장 누대에 걸친 행정미스로 생긴 똥을
현재 치우고 있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할 수 있는 비판이라고 생각합니다.
참고로 그 페이스북 글은 이것입니다.
아주 조용한 일요일 오후. 서류더미를 정리하고 있는데 STYLE.COM이라는 잡지의 편집장 이충걸씨가 전해준 "서울시장께 드리는 편지"라는 문건을 읽게 되었습니다. 전에 저에게 전해준 것인데 이제서야 한번 읽어보게 되었네요. 물론 이 편지는 2009년 9월에 씌인 것이니까 그 이전의 시장님을 향해 쓴 것입니다만 그래도 저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많네요. 누구를 탓하는 것이 아니라 저나 또는 저 이후의 어느 시장이라도 귀기울여 들을만한 것이 아닐까 해서 적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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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서울은, 마땅히 흘러야 했을 물길이 열렸다는 얄팍한 기쁨이 압도하고 있습니다. 청계천은 거대한 박쥐 같은 군중들의 옷자락으로 가득합니다. 시월 저녁 저는 청계천에서 잠시 퍼포머가 되는 스릴을 맛보았습니다. 제게 청계천은 신흥도시의 상가에 세든 가라오케처럼 느껴졌으니까요. 계단부터 입구까지 화강암 계단으로 정 없이 반듯반듯하고, 실내는 업자들의 습관적 인테리어로 치장됐는데, 천장에는 오색등이 돌아가는 가라오케 말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꽹가리 치듯 활짝 청계천을 반기면 그것으로 풍성한 성공이라고 용납해야 하는 건가, 깊이 괴로웠습니다.
모든 도시 건설자들은 유토피아의 유전자를 지니고 있습니다. 워낙 도시 건설의 역군이신 시장님도 마찬가지겠지요. 좀 경우가 다르긴 하군요. 시장님은 자신의 계획을 설파하고 이룩하는 데 시간을 낭비하지 않으니까요. 그러나 시장님의 추진력은 렘 쿨하스식 ‘사회주의자 감수성’관 다릅니다. 나는 ‘건축은 너무 느리다’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느린 건 지루할진 몰라도, 잘못된 것을 수선하고 탄탄하게 구축할 힘을 줍니다.
그러나, 우리 근대화의 과정엔 내부로부터의 압력이 필요했습니다. 속전속결이란 강박 말입니다. 임기는 몇 년 남지 않았고, 재선을 장담할 수도 없는데, 인생은 또 무지 짧으니 모든 끝은 당대에 봐야 하지요. 그러니 백 년이 지나도 공사가 안 끝난 바르셀로나의 성 파밀리에 대성당이 무슨 한가로운 수작이란 말입니까. 그래서 우린 빗물로 손상되고 창턱이 부식된 방이나 먼지가 덮인 창고에도 최면에 가까운 황폐한 아름다움이 있다는 걸 알지 못합니다.
시장님의 건축적 제안은 분명 시도해 볼 만한 것들입니다. 그러나 결과물은 시장님이 얇은 포트폴리오를 지닌 선동가라는 것을 말해줍니다. 특히 청계천, 그 방대한 스크랩북은 앞으로 시장님이 실현할 프로젝트들의 무덤입니다. 유례 없이 조잡한 기념비로서 말입니다. 그 숱한 찬송가에도 불구하고 나는 청계천에 감정적이고도 미학적인 메시지를 발견할 수 없습니다. 오해 마세요. 그건 청계천 복원의 명분 때문이 아니라, 완공된 청계천의 디테일 때문입니다. 저는 시장님께서 제대로 된 감식안을 좀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업자와 일급 아트 디렉터를 구별하는 판단력이 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도시 건설자는 문화적 식견으로 자신을 먼저 건축해야 하지 않습니까.
앙드레 말로 좀 본 받으세요. 그리고, 시장님은 청계천 설계가 마음에 드세요? 그게 청계천의 가치를 이용하거나 이해한 설계라고 생각하세요? 시공은요? 시장님 눈엔 그 기괴한 세부들이 보이지 않나요? 하나만 예를 들자면, 생태 환경이라면서 오색 분수는 다 뭔가요? 그 분수를 물고기가 좋아할 줄 아세요? 청계천 디자인 요소의 목적은 뭐죠? 그 디자인을 지원할 근거나 개념은요? ‘사진빨’ 잘 받으면 인정되는 건가요? 건축물은 그 속에 담긴 놀라운 수단과 경이로운 구조적 업적을 표현할 때만 아름다움을 시각적으로 전달할 수 있지요. 그러나 청계천 디자인의 조악함은 애들 공작 놀이 못지않습니다. 지능적이지 않고 공교로움도 없습니다.
나는 청계천을 설계하고 시공하고 감리하고 총지휘한 자들의 후진 미감과 두뇌, 그 폭정이 당황스러울 따름입니다. 정말이지, 이렇게 다들 조형에 대한 감각이 없는 채로라면 서울은 시장님의 프로젝트에 바쳐진 버림받은 박물관이 되고 말 것입니다(다음은 경인 운하를 생각하신다지요. 수양제가 되고 싶으신 게지요). 나도 청계천이 내 귓가에 무의식적인 공명같이 흐르길 바라지만, 그건 안될 말이에요. 청계천엔 결코 터닝 백이란 존재하지 않을 테고, 이런 상태가 바로 서울이 되어버렸으니까요. 돌이킬 수 없게도 청계천은 이대로 영원한 서울의 일부로 흘러가겠지요.
제 편지가 짜증나시더라도 절 독살시키진 마세요. 저보다 경륜은 말할 것도 없고, 재산은 비교할 수조차 없는 데다, 영향력은 구름 위를 거니시는, 다윗처럼 기름 부으신 자라면 부디 관대하게 들어주세요. 시장님이 스스로 서울에서 제일 중요한 시민이라고 생각하신다면, 저 또한 서울에서 두 번째 중요한 시민쯤은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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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은 참나무가 더욱 뿌리를 깊게 박도록 한다.
- 허버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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