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에 제 경우가 없어서 저만 이러고 사나~ 싶은때가 많았는데,
요즘 베스트글에 저랑 비슷한 경우가 올라와서 저도 글 올려봅니다
시어머니가 하루종일 집에 함께 계셔 답답하시다는분,
늦은 나이에 사람을 사귀는데, 몸 편찮으신 홀시어머니를 모셔야할 상황이라는분...
저는 오랜시간 연애했었구요 지금은 결혼 4년차입니다.
홀로되신지 오래되신 홀시아버지, 외동아들(울신랑), 결혼한 시누이들
제 신랑도 처음 저 사귈때 자기는 꼭 아버지를 모셔야한다고 먼저 얘기했었고,
자신 없다면 미리 얘기해 달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어떤분들의 댓글처럼 식모가 필요하다는 말로 듣진 않았구요
어려운 문제이니만큼 정 많이 들기전에 미리 얘기해서 내가 결정해 달라는 말로 들었어요
제가 많이 사랑했고, 어렸던 나이여서 제가 모두 감당할수 있을꺼란 무모함에 오케이했고,
오래 연애하고 결혼했네요
결혼후 바로 임신, 그리고 몇달후 아버님 지병으로 병원입원/수술..
짧은 2~3달의 신혼뒤에는 그야말로 고통의 시간만 있는것 같았어요
병원 입퇴원의 반복.. 집에 계실때는 하루종일 저만 쫓아다니는 눈길..
(TV소리는 하루종일인데, 왜 저만 보시는지...)
그리고 병원에 계실때는 지루한 보호자 생활.
새댁이라 살림에 익숙치 않은데, 세끼를 꼬박 차려내자니.. 하루가 그냥 밥상 차리는것만으로 흘러버리고
저는 새로운 환경에서 친구하나 없이 지내느라 우울증이 올 지경이고,
갓난쟁이는 꼭 할아버지 밥상 차려드리려고만 하면 여지없이 깨서 울어버리고,
멀리 시집와서 친정은 멀고, 도와줄 사람은 없고..
시누이들은 착해서 저를 위해주지만,
그래도 온다고 하면 저는 밥걱정부터 앞서고,, 그러다 보니 오는것도 반갑지 않고..
신랑이랑 그런것들 때문에 트러블도 있었습니다
평생 이러고 살아야하나 생각도 들고, 친정엄마에게 얘기하면 속상하실것 같고
친구에게 전화로라도 좀 풀고 나면 속이 진정되는 것 같았는데.
그나마도 그런 말들이 나중엔 화살이 되서 날아오더라구요
시어른 모셔본적도 없으면서~
정말 집안에 환자가 있으면, 아니 환자가 아니라 어른이 계시면 가까운 곳도 맘 편히 다녀올수 없더군요
점심 차려드리고, 아기랑 공원이라도 나가면 금방 저녁.. 저녁시간 늦을까봐 부랴부랴 와야하고,
국 끓여서 차려드리고 나면 넉다운되어 버려 나갈 계획 자체를 잘 안세우게 되고..
집에 있으면 우울한 생각만 들고.. 거실로 나가면.. 또 나를 따라다니는 시선..
그러다 시누네가 어디 놀러갔다 왔다는 말만 들으면 불쑥 불쑥 나오는 시샘과 원망
나는 이러고 사는데, 다들 잘 다니는구나~
지금은....
시간이 좀 지나니, 아버님 몸도 좀 괜찮아지시고,
다행이 이사 온곳에 잘 적응하셔 노인정에서 친구 사귀시고 외출도 하십니다
숨통이 확 트입니다
그래서 신랑이랑 지금은 이런 말도 합니다
나: 예전에 아버님 많이 편찮으셔서 거동못하시고 대소변 받아내야 했을때
병원 가는 차안에서 내가 뭘 빌었는지 알아요?
신랑: 뭘 빌었어?
나: 제발 나 아기 낳아서 똥기저귀 갈때까지는 아버님 변 안받았으면 좋겠다고..
내 평생에 남자중요부위는 신랑이랑 아들꺼외엔 누구도 보고 싶지 않지만,
세상일 내 뜻대로 되는거 아니니.. 아기 변 먼저 연습해보고 아버님 기저귀도 갈아드리고 싶다고
매일 기도했어요
신랑:나도 그때 매일 빌었었어
나: 뭘?
신랑: 제발 내가 간병할때만 큰일 보시라고..
너나, 누이들(시누이들) 있을때는 큰일 보시지 말라고 매일매일 간절히 기도했어
아~ 내가 이래서 울신랑이랑 결혼했구나 했네요
어떻게 사람이 조건만 보고 결혼할수가 있나요
사랑도 있어야하고, 그 사람 됨됨이도 꼭 보셔야죠
그리고, 숨도 안 쉬어질것 같던 날들도.. 시간이 지나니 조금의 변화도 생기고
그러다보니 또 살아지더라구요
저는 또 언젠간 아버님 변 치워야할일도 생기겠죠
다행히 울아기 똥기저귀로 연습 많이 해봤으니.. 좀 더 노련해질테죠
P.S
참.. 제 평생의 소원은 끝내 이루어지지 못했고 ^^;
다행히 아기 낳고 살짝 익숙해진 손길로 한번 갈아드렸네요
저랑 비슷하신 분들 이글 읽고 조금이라도 기운 내셨으면 좋겠어요
시댁일이라 어디 풀데도 없고, 저는 82가 도움이 되더라구요
주옥같은 댓글들 읽고 으샤으샤 힘도 내고, 나만 이리 사는것 아니구나 싶고..
지나고 후회할일 하지 말자 싶고.. 모두 기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