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도서관에서 저희 애랑 저랑 각자 책을 보고 있었어요.
근데 초3 정도 되는 아이가 갑자기 저에게 " 제가 넌센스퀴즈 내도 될까요 ?" 그래요.
( 약간 이야기해도 되는 자유로운 분위기의 도서관이예요..)
너무 붙임성 있고 귀여워서 퀴즈도 풀고 "너 되게 재밌다" 고 칭찬도 해주었더니
자기가 구리에 살다가 이쪽 낡은 아파트로 이사오려고 했는데, 그때 아빠가 갑자기 돈이 많이 벌려
다행히 새아파트로 이사오게되었다고 자기집 현황 두 줄 요약도 해주었고요.
얘가 우리애에게도 재밌는 이야기를 많이 해줬어요.
근데 , 2 시간동안 같이 있었는데 정말 유쾌한데 은근히 요구가 많은거예요.
귀엽게 엄살 떨면서 "배가 너무 고파요, 아침도 못 먹었어요"
저희간식이 너무 조금이라 휴게실에서 쪼금 나눠 먹고는,
"아줌마 밖에 저랑 뭐 사러 같이 가주세요, 네 ?"
5권이나 되는 칼라 노트를 보고 나선 "이거 저 하나 주세요"
네 살 어린 저희 아이에겐 "그 100원 나 주면 안 되니 ?"
아무리 봐도 귀엽고 이쁘고, 잔머리 굴리는 아이는 아니예요.
근데 요구사항을 다 들어주다가 노트부분에서,
그게 다 중요한 노트라 " 줄 수 없다" 고 딱 잘라 말했더니,
( 82에서 배운 조용하고 카리스마 있게 말하는 방법으로 )
얘 말이 놀라웠어요, 실망하는 대신, 이러는 거예요
" 맞아요, 달라고 달라는대로 다 주면 그건 바보예요"
헉, 그니까 어린아이들도 아줌마 태도 인상 눈여겨 보고 조를만 하니까 조르는 거 같아요.
달라는 대로 줬어도 속으론 그렇게 고마워하지 않았을 거 같더라고요.
예전같으면 해달라는 대로 다 해주고 "속으론 부글부글하면서 다음엔 쟤 만나도 되도록 모르는 척 해야지"
했을 텐데, 안 된다는 선을 확실히 보여주니 아이도 나를 호락호락하게 보는대신, 조심하고
저도 앙금같은게 안 남는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