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살았을때 (결혼전이었지만) 꽤나 된장녀였던것 같아요.
이십대여서 그랬기도 하지만, 그때 분위기가 에트로 머리띠, 에트로 스카프. 페라가모 플랫슈즈. 막스마라 코트, 버버리 가방.. 이런거 유행했었거든요. 학생때는 용돈 받아서.. 직장다니면서는 월급 쪼개서, 무리해서 그런것들 샀던것 같아요.
너무 비싸다 싶으면 동대문 수입상가 가서도 사고.. 암튼 그게 어찌나 이쁘고 고급스러워 보였는지...
그러다가 이십대 중후반. 결혼과 함께 남편과 4년동안 영국에 가서 살게 되었어요.
물론, 한국에서 가지고 있던 가방과 옷. 신발을 바리바리 싸들고 갔지요.
그당시 유행하던 에트로 페이즐리 머리띠 하고, 단아한 마인치마 입고.. 페라가모 구두 신고... ㅋㅋㅋ
당시 어학연수 하던 학교에 갔는데... 땋 !!!!!!
모두 저를 한국인으로 알아보더군요. 일본인인지 중국인인지 헷갈려하지도 않고요.. ;;
그렇게 1년이 지나고....
음. 저는 깨달았어요. 그런 패션이 을매나 영국에서 촌스럽고 안먹히는 패션인지를요.
명품? 이런거 들고 다니는 사람을 거의 본적이 없었어요.
뭐 물론 제가 서민동네 살아서였을수도 있겠네요.
그런데 잘사는 동네 가도 아줌마든 처녀든.. 왜 아무도 명품가방 안들고 다니고, 왜. 탑샵이나 악세사리즈..
H&M이나 망고 같은데서 나오는 천가방 쪼가리 들고다니는지..
옷은 여름에 밍크코트에 털모자를 쓰던,
겨울에 반팔을 입고다니던 아무도 뒤돌아보지도 쳐다보지도 않고,
아마 길거리에서 제가 한복을 입고 다녀도 안쳐다볼 분위기.. ^^;;
일년을 살고나니 제 패션관점이 바뀌기 시작했어요.
갑자기 코끼리 자수 밖혀있는 무지 화려한 천쪼가리 가방이 엄청 이뻐보이고,
인도애들 신고다니는 공단에 보석같은거 밖혀있는 플랫슈즈가 엄청 이뻐보이고..
한국에선 절대 소화하지 못할 탑 나시를 거기선 당연하게 입고다니고. ( 왜? 뚱뚱하던 말랐던 다 당연하게 입고다니니까)
암튼.. 집에 있던 명품 백과 신발.. 머리띠 이런거.. 다 창고에 집어넣어버렸답니다.
이듬해 여름, 한국에 잠시 다녀오러 나왔던 제가..
탑 나시에 엄청 화려한 천쪼가리 가방.. (악세사리즈 것으로 추정) 그리고 인도풍의 공단 플랫을 신고..
머리는 미용사 지망생 일본친구가 지맘대로(?)잘라준 일본풍 머리를 하고, 친구들을 만나러 나갔을때
친구들의 경악하던 그 눈빛을 잊지못합니다. ㅎㅎ
다들.. 옷차림이 이게 뭐냐며.. 같이 다니기 쪽팔리다고.. ㅎㅎ
하지만 제 눈엔 한국친구들의 옷차림이 너무나 몰개성으로 보였을뿐이고..
그당시 한국엔 짧은 청치마가 유행이었는데 어쩌면 다들 리바이스 짧은 미니 청치마를 입고다니는지..
잠깐 지하철만 타봐도 뭐가 유행인지 알수 있을정도였지요.
뭐가 더 이쁘다고 단정지을순 없지만
어쩄든 친구들과 저는 패션에 있어선 서로 너무나 다른길을 걷고 있었어요.
그후로 몇년후, 남편 공부가 끝나고 한국으로 귀국해서도..
옷차림 독특하다는.. 취향 독특하다는 소리를 참 많이 들었어요.
그렇게 몇년 내 스타일로 밀고 나가다가..
거참 희한하네요. 한국에서 한국 백화점 가고, 한국 드라마 보고.. 한국 친구들과 만나다보니
다시 한국스트일이 엄청 이뻐보이기 시작했네요.
지금 들어온지 5년이 지났는데...
이젠 다시 전형적인 한국여자 스타일로 돌아오고 있네요.
여전히 명품백보다는 인디백(?)들이 예뻐보이고,
원색에 눈이 가고, 화려한 무늬의 천쪼가리 백에 마음을 홀딱 뺃기긴 하지만
이상하게 못사겠네요. ㅎㅎ
여기 맞춰살다보니 다시 무난해지고 싶나봐요. 헤헤
워낙 패셔니스타가 아니다보니 귀가 얇아 그런걸수도 있지만
어쨌든 그당시 영국에서 느꼈던 패션충격은 아직도 잊혀지질 않네요.
한국스타일로 다시 컴백한 아줌마가 그냥 몇자 끄적거려보았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