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을 넉넉하게 시작하지 못 했어요.
시댁에서 전세라고 얻어 준 다세대가 월세라는 걸 알고서는
그 전에도 짠순이 엄마 밑에서 큰 게 어디가나 싶게 짠순이었지만
더욱더 허리띠 졸라 메고 그러고 살았어요.
그러고 지금은 20년이 흘러...이제는 좀 살만하다 싶네요.
하지만 그 천성이 어디 가나요?
이제는 좀 써도 뭐 되는 거 같은데...옷을 못 사겠어요.
자꾸 싸구려..내가 이걸 사서 입으면 얼마나 입는다고...
명품가방?? 그런 것도 브랜드 옷 입고 들어 줘야 진짜로 보이지..
나처럼 1만원짜리 바지에 1만원짜리 T셔츠 입고는 그렇게 보이지도 않아...
암튼 그러면서 지내 왔어요.
중간에 아이가 안 생겨 불임으로 병원 다니면서 지금은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고
내 스스로가 참 힘들었지만 잘 견뎌 왔다 싶어요.
그래서 이제는 나에게 선물을 하나하나 주자 싶은데도
백화점은 쳐다도 안 보고 기껏 아울렛만 돌고 오는 데도
가격표에 10만원만 넘어가면 정말 이걸 사서 내가 얼마나 입을까?
에이...한두번이나 입고 말지 싶어서 매번 그냥 돌아 보다가 다시 또
이벤트홀에서나 하는 할인되고 이월 된 옷들이나 하나씩 가져 오게 되요.
혹시...저처럼 아끼면서 살았지만 지금은 좀 쓰시는 님들...혹시 상한선 같은 거 없으세요?
무조건 내 마음에 들면 그냥 사가지고 오시는 거 가능하게 된 게 어떤
계기 같은 거 없으셨나요?
아까...마음에 드는 정장자켓을 하나 입어 봤는데 가격이 99000원이었던 거에요.
정장자켓을 입으니까 생활에 때 묻은 내가 아닌 커리어우먼처럼 보여서 참 좋았어요.
그런데 전업주부인 내가 저 정장자켓을 사서 입는다면 이번 총회때나 한번 입고...
또 언제 입을까 싶어지면서 그냥 제자리에 걸어 놓고 왔네요.ㅜㅜ
오면서 나도 참 못났다..못났다...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