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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결혼을 후회하는 날인가요?

결혼기념일은 조회수 : 3,537
작성일 : 2013-03-14 21:03:33

아침 댓바람부터 남편하고 싸우고

하루종일 전화한통 없더니

퇴근시간 무렵에 전화와서는 중간에서 만나자더군요

 

저로서는 아주 황당한 일로 싸웠는데

결혼기념일이랍시고 제가 남편한테 선물을 했어요

남편은 선물따위 없었고요

 

노래를 부르던 게 있어서 그걸 사줬는데

저한테 성질을 내더라고요

비싸다 이거죠

 

참나 어처구니가 없어서;;

 

그랬는데 하루종일 전화로 사과나 가타부타 말도 없이

저녁에 저녁먹자면 먹어야하는 건가요?

 

정말 결혼기념일에 좋았던 기억 하나도 없고

결혼생활 탈탈 털어도 좋았던 기억 별로 없습니다

그렇지만 내가 선택한 사람이니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사는데

남편은 너무 즉흥적이에요

자기 감정 내키는대로 말하고, 자기 풀어지면

내 감정은 상관없이 왜 화 안푸냐고 그러고

 

저는 왜 이럭하구 사나요?

저도 웬만큼 생겼거든요?

공부도 웬만큼 했고, 지금껏 맞벌이도 하고

시짜들 등살도 견딜만큼 견뎌봤고요

지금도 이쁜 아줌마소리 들을 정도는 되는데

왜 저 인간은 지 좋을 때만 좋은 마누라고

내가 이런 공허함을 느낄 때 자기는 코골고 잘까요?

 

정말 살아보니까 단순한 사람만큼 세상살기 편한 성격이 없는 거 같아요

나는 왜 이렇게 예민하고 섬세한 성격인 건지

그러다보니 너무 치여서 지금은 정말 시니컬한 성격이에요

그런데.. 그거 아세요?

시니컬하다는 건요

상처가 많다는 거랍니다

그래서, 용기있게 나서질 못하고 뒤에서 궁시렁대는 거에요

시니컬한 건... 비겁한 거죠, 다른 말로

 

우리 남편은 시니컬이 뭔지도 모를 거에요

왜 시니컬해야하는지도 모르는.. 아주 단순한 사람

참 좋겠어요

마누라가 그렇게 성질을 내고, 토라진 표시를 냈는데도

저렇게 코골고 잘 수 있다니

 

저는 왜 빈 속에 맥주를 드링킹했는데도 잠이 안오는 걸까요?

 

왜 나는, 그 좋은 스물둘에 저 인간을 만나서

대학 졸업하자마자 엄마, 아빠 눈에 피눈물을 빼고 결혼이란 걸 해서

이렇게 멍청하게 사는 건지

 

주위를 다 둘러봐도

다... 따질 거 따지고 연애도 하던데

멍청하게스리...

 

그런데요

제가 진짜 멍청한 건 뭐냐면요

 

그럼에도, 제 딸아이한테

여우같이 살아라.. 이렇게 말하지 못하고

정직하게 살고, 정직한 남자 만나서, 정직하게 네 손으로 벌어서 네 생존을 지켜내라고 가르친다는 거에요

 

에휴...........

 

IP : 14.52.xxx.72
1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3.3.14 9:05 PM (218.38.xxx.31)

    님, 너무 괜찮은 인간인 거 같다.
    결혼생활하면서 더더더 훌륭한 인간 되신 거 축하드려요.

  • 2. ..
    '13.3.14 9:08 PM (1.225.xxx.2)

    토닥토닥..

  • 3. 원글
    '13.3.14 9:10 PM (14.52.xxx.72)

    길라임님..

    저한테 정말 마사지를 위로라고 건네시는 거에요?
    광고글 아니죠?
    그럼 정말 슬플 거 같아요

    점두개님들..
    고마워요

    처음 점두개님
    괜찮은 인간이란 말... 제가 진짜 좋아하는 말인데 고마워요

    저도 82자게 최고 네임드
    점두개에요

    점두개님들.. 굿밤되세요

  • 4. ..
    '13.3.14 9:19 PM (175.211.xxx.130)

    이글엔 점두개 이상은 찍으면 안될거 같은 분위기...^^

    전 나이 먹을만큼 먹어서 딸아이의 연애 상담을 할 정도인데요.

    님이 하시는 것과 똑같은 후회를 나중에 내 딸도 할 거라 생각을 해요.
    아무리 많은 얘기를 나누고
    남자 보는 눈도 갖추고, 똑똑하게 살도록 해도
    짝 찾는 남녀들은
    자기 자신도 알아채지 못하게 자신을 위장해요....^^
    그러니, 자기도 모르는데 누가 알겠어요?


    그리고 우리들, 덜떨어진 남편들 데리고 사는 아내들 모두 다 힘내세요.
    오죽하면 죽어야 철 든다고 할까요.

  • 5. 하늘에슬픈별
    '13.3.14 9:20 PM (211.211.xxx.122)

    힘내세요. 제가 위로해 드릴게요.
    기념일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저는 축하해줄 사람도 없네요. 둥글게 둥글게 그렇게 살아가요.
    힘내요

  • 6. 조약돌
    '13.3.14 9:21 PM (1.245.xxx.186)

    살살 달래가면서 비위맞춰부면 맘대로 구워삶을수 있습니다. 건투를 빕니다.

  • 7. 원글
    '13.3.14 9:22 PM (14.52.xxx.72)

    세번째 점두개님..

    맞아요
    암만 제가 딸아이단속해도 제 딸인데 그 피가 어디가겠어요?
    저처럼 아마 그러겠지요...

    그래도, 후회할 때 하더라도
    딸아이가 단단한 사람이 되길 바래요
    그래서, 후회가 자기 인생의 발목을 잡지 않기를...
    후회를 통해 한걸음 또 나아갈 수 있게 되기를...

    이렇게 말하면 단순한 우리 남편은
    내가 잘 골라주면 된다고;;;

    말을 말자.. 인간아...

  • 8. 저도 오늘이
    '13.3.14 9:23 PM (121.139.xxx.173)

    오늘이 결혼기념일인데
    떨어져살다보니
    전화만 왔어요

    아침일찍
    결혼기념일 축하해 ! 이러는데
    자기도 오늘이 축하할 일인가?
    이랬네요

    정말 축하할일이어야 하는데요

    20년 살다보니 흠 오늘이 20주년 이네요
    오래 살다보니 기념일 챙기는일이 그냥 저냥

    혼자 남편회사에서 보내주는 케익먹고 곷다발 사진찍어 축하한다고 보내줬어요

    울딸이 학교중간에 나와서 늦은 점심먹고
    그러고보니 울 신랑 불쌍하네요

  • 9. 요정
    '13.3.14 9:24 PM (1.253.xxx.215)

    제얘기 같아서 로그인 했네요.
    울집 남자도 무쟈게 단순합니다. 어쩜 그리
    똑같은지. 그래도 힘냅시다. 사십중반되니
    불쌍해서 삽니다.

  • 10. 원글
    '13.3.14 9:24 PM (14.52.xxx.72)

    하늘에슬픈별님..
    무슨 일인지 몰라도 저도 님을 위해 축하해드릴께요
    우리 이럭하믄서 힘내요

    조약돌님
    예리하시다.. 맞아요, 우리 남편 단순해서 살살 똥구멍 긁어주면 말 잘들어요
    근데, 긁기가 싫을 때도 있답니다 ㅠㅠ

  • 11. ...
    '13.3.14 9:24 PM (59.28.xxx.127)

    질량총량의 법칙인가요. 님이 괜찮으니 남편분이 좀 내려가는.
    포기할건 포기하는 것이 결혼 생활의 한 룰인가 봅니다.
    저도 딸에게 뭐라고 해얄지 참 고민인데 찌찌붕입니다.
    화이팅~

  • 12. 원글님
    '13.3.14 9:26 PM (211.234.xxx.72)

    결혼을 누가 100%만족하고 살겠어요
    이런저런날 있겠죠 결혼은 정말 전쟁 같아요
    저도 이렇게 팔자좋은 조언을 지껄이지만...
    휴..나도 진짜...


    여까지만 말하겄소

  • 13. ..
    '13.3.14 9:27 PM (112.171.xxx.151)

    간혹 기념일에 이런 저런일로 우울할수는 있지만
    결혼생활 탈탈 털어도 좋았던 기억이 없다는건 문제가 큰거 아닌가요ㅜ
    매우 절망적인 상황 같은데 단순하다로 간단하게 치부할건 아닌듯요

  • 14. 원글
    '13.3.14 9:31 PM (14.52.xxx.72)

    마지막 점두개님..

    아마 좋았던 기억이 별로 없다는 건, 아마도 지랄맞은 제 성격때문일 거에요
    그렇게까지 절망적이지는 않답니..........다
    그럴거에요 ㅎㅎㅎㅎㅎㅎㅎ

    괜찮아요..
    님들이 이렇게 위로해주시니까 술도 좀 깨는 거 같고 좋아요

    저 오늘 님들한테 좀 부비부비 좀 해도 됩니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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