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댓바람부터 남편하고 싸우고
하루종일 전화한통 없더니
퇴근시간 무렵에 전화와서는 중간에서 만나자더군요
저로서는 아주 황당한 일로 싸웠는데
결혼기념일이랍시고 제가 남편한테 선물을 했어요
남편은 선물따위 없었고요
노래를 부르던 게 있어서 그걸 사줬는데
저한테 성질을 내더라고요
비싸다 이거죠
참나 어처구니가 없어서;;
그랬는데 하루종일 전화로 사과나 가타부타 말도 없이
저녁에 저녁먹자면 먹어야하는 건가요?
정말 결혼기념일에 좋았던 기억 하나도 없고
결혼생활 탈탈 털어도 좋았던 기억 별로 없습니다
그렇지만 내가 선택한 사람이니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사는데
남편은 너무 즉흥적이에요
자기 감정 내키는대로 말하고, 자기 풀어지면
내 감정은 상관없이 왜 화 안푸냐고 그러고
저는 왜 이럭하구 사나요?
저도 웬만큼 생겼거든요?
공부도 웬만큼 했고, 지금껏 맞벌이도 하고
시짜들 등살도 견딜만큼 견뎌봤고요
지금도 이쁜 아줌마소리 들을 정도는 되는데
왜 저 인간은 지 좋을 때만 좋은 마누라고
내가 이런 공허함을 느낄 때 자기는 코골고 잘까요?
정말 살아보니까 단순한 사람만큼 세상살기 편한 성격이 없는 거 같아요
나는 왜 이렇게 예민하고 섬세한 성격인 건지
그러다보니 너무 치여서 지금은 정말 시니컬한 성격이에요
그런데.. 그거 아세요?
시니컬하다는 건요
상처가 많다는 거랍니다
그래서, 용기있게 나서질 못하고 뒤에서 궁시렁대는 거에요
시니컬한 건... 비겁한 거죠, 다른 말로
우리 남편은 시니컬이 뭔지도 모를 거에요
왜 시니컬해야하는지도 모르는.. 아주 단순한 사람
참 좋겠어요
마누라가 그렇게 성질을 내고, 토라진 표시를 냈는데도
저렇게 코골고 잘 수 있다니
저는 왜 빈 속에 맥주를 드링킹했는데도 잠이 안오는 걸까요?
왜 나는, 그 좋은 스물둘에 저 인간을 만나서
대학 졸업하자마자 엄마, 아빠 눈에 피눈물을 빼고 결혼이란 걸 해서
이렇게 멍청하게 사는 건지
주위를 다 둘러봐도
다... 따질 거 따지고 연애도 하던데
멍청하게스리...
그런데요
제가 진짜 멍청한 건 뭐냐면요
그럼에도, 제 딸아이한테
여우같이 살아라.. 이렇게 말하지 못하고
정직하게 살고, 정직한 남자 만나서, 정직하게 네 손으로 벌어서 네 생존을 지켜내라고 가르친다는 거에요
에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