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엔 새해 소망을 가족들 건강으로 꼽는 것이 낯선 풍경으로만 다가왔는데 결혼하고 30대 중반이 되고 나니 매순간 그저 가족들 건강만 했으면 하게 되었네요..
연말부터 시어머니 무릎이 많이 안좋으시다 하시더니 결국 연골이 파열된 걸 잘라내는 수술을 받기로 하셨네요.
다가오는 목요일에 수술이고 수요일에 입원하신대요.
내일은 시골 계시는 친정아버지 폐질환으로 큰병원에 진료예약이 되어있어요. 첨엔 결핵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고 간질성 폐질환이라고 큰병원 가서 조직검사도 받고 입원하라했다네요. 차라리 결핵이 나았을 것을.. 아직 정확한 증상도 원인도 모르고 2주가까이 입원하란 얘기만 듣고 계시는데 농사일은 밀려있고 딱히 심한 통증이 있거나 한게 아니라 입원은 정확한 진단 이후로 미루고 계세요..
친정 엄마는 어디가 안좋으신지 안과에서는 이상 없다는데 자꾸 눈이 안떠지신대요. 친척모임에 오셔서도 숫재 눈을 감고 계세요. 엄청 신경써야 떠진다고.. 한의원가니 간이 약해 그렇다고 한달에 몇십만원어치 약을 지어오셨다는데.. 내과나 신경외과같은데서 다시 진료를 받아봐야하지 않을까 하고 있어요.. 아빠 폐질환 발견하기 하루전엔 갑자기 이가 두개나 깨지셨다네요. 독한 시어머니 만나 산후조리도 못하고 출산 2주도 안되어 얼음물 깨가며 빨래하고 김장한 엄마는 30대에 이미 이가 다 고장났거든요. 아빠 병수발에 돈 아낀다고 치과 안가고 사사로 치료한 이들이 이제 60도 안된 엄마를 틀니신세 지게 했네요.. 쓸만한 틀니하려면 400만원은 있어야 한다는데 그냥 지내고 계세요.
내일은 아빠를 병원에서 만나 저희집으로 모셔와서 다음 검진일정 봐서 내려가시든 더 지내시든 할텐데 수요일엔 시어머니가 입원이시고.. 17개월 아기 데리고 제가 병원에서 뭘 할 수 있을까요? 일단 수요일에 가보고. 목요일 수술하고 나오시는거 보고 남편 퇴근하면 아버지 집에 가시라하고 병원서 자라고 하려구요. 어머니는 아버지 계시면 된다는데 70대 아버지가 좁은 보호자 침대에 누워 주무시는거 너무 힘들거 같아서요.. 일주일쯤 병원 왔다갔다 할거 같네요.. 친정아버지도 와계실텐데요.. 그래도 하나있는 맏며느리니 아기있다고 안가볼순 없겠지요. 그런데 이상하게 제 남편이나 도련님, 아가씨는 아무 생각도 계획도 없네요. 남편에게 동생들이랑 얘기해서 병원서 교대로 자라고 했더니 시큰둥해요. 아버지께 미룰 생각이었는지.. 아님 알아서 할텐데 제가 잔소리하는건지..
친정에선 전 둘째네요. 위로 있는 언니는 유학중인데 가끔 엄마가 돈을 보태야하는 상황이고.. 저는 친정에 돈벌어주다가 아무것도 없이 결혼하면서 혼수하느라 진 빚을 결혼 후 2년간 갚아가고 있는 상황이고.. 결혼한 남동생은 집에서 아무것도 해준거 없으니 자기들 자리잡을때까지는 식구들에게 돈 안들이고 싶어하는.... 그저 자기네 세식구끼리는 아무탈없이 행복할 아이입니다.. 이러다보니. 전 언니대신 큰딸 노릇. 남동생 대신 친정살림걱정을 짊어지고 사네요.
결혼하기 전엔 언니 유학비용까지도 가끔 부담하다가 지금은 그건 관뒀습니다. 저도 이제 저의 가정을 꾸려야하니까요..
남동생네 부부를 욕할 생각도 없습니다. 자기들 살림을 잘 챙겨야지요. 동생 말대로 같이 죽을 수는 없으니까요..
다만.. 혼자서 친정짐을 지고 가는게 가끔은 참 힘드네요. 엄마의 온갖푸념 다듣고 가끔 올라오시면 이것저것 챙겨드리고.. 내가 더이상 용돈 이상의 돈을 드릴 순 없으니 엄마 시골에서 농사지은거 지인들이나 인터넷에 팔아드리고.. 두분 고집있어서 고생고생하며 농약없이 지은거라 보람은 있지만 이거 팔아달라 저거 팔아달라 하실땐 가끔은 일처럼 느껴질때도 있으니까요. 그거 한다고 아기 데리고 문자나 댓글 통화하느라 전화붙잡고 있자니 남편 볼 면목도 없고.. 남편은 시골에서 올라오는게 그냥 다 엄마가 보내주는 건줄 알지만 쌀 포함해 많은 것들은 돈드려요. 안받는다하시면서도 동생네는 그냥 먹는다 흉보시는 거 보면 전 그냥 드려야겠더라구요..
게다가 자라면서 친정 부모님한테 엄청 맞고 자란 것때문에 아기낳고 너무 힘들어져서 상담다닌다고 1년간 돈은 300만원이나 썼어요. 도움은 되었지만 부담도 되었네요. 두말없이 다녀준 남편이 고맙지만 면목도 없습니다. 어릴때도 아이대접 못받았는데 커서는 자식노릇 해야하는게 가끔은 화가나기도 합니다. 상담다닌 이유중에 하나기도 했네요.
대학졸업 이후엔 엄마에게 한번도 손벌린적 없었고 혼자 자립하겠다는 절 굳이 시골로 데리고 가셔서 처녀가장 노릇하게 만드셨어요. 엄마는 카드를 여럿 만들어 맨날 홈쇼핑중이었고 전 학습지선생하며 일요일도 못쉬고 수업없는 날은 밭일 도우며 1년에 4천도 벌어다 드렸지만 부모님이 다 쓰셨어요. 그렇게 4년 반 살았었네요. 결혼전까지.. 사이사이 사연은 깁니다만.. 다 적어 뭐하겠습니다.. 결혼뒤로도 이래저래 용돈 말고 친정쪽으로 나간 돈이 500은 될거같아요.. 시댁에선 결혼 뒤로도 받은 돈이 3천은 될텐데..
결혼하고 나선 아이랑 남편에게 집중하며 그냥 제 삶을 살고 싶었는데 친정 부모님은 그냥 건강하게 농사일 제발 늘리지 말고 할수 있는 만큼만 하면서 사셨으면 했는데 힘들게힘들게 늘리고 자꾸 새로운 기계를 사고.. 내 땅도 아닌 곳에 창고를 짓고.. 일을 벌리시더니 급기야 건강문제까지 터지니 멍해집니다. 생각이 극한으로 갈때는.. 제발 귀얇아 평생 약값이 생활비 반은 넘게 차지했던 아버지가 이번엔 병원약 말고 다른 건강식품에 관심좀 끊어주셨으면... 남들처럼 그냥 독하게 지내주셨으면 .. 죽는 소리 안쳐주셨으면.. 이런 생각까지 하다가 내가 미쳤구나.. 아픈 아버지한테.. 이러네요.
내일 아기 업고 2시간 버스타고 병원에 가야하는데 머리는 복잡하고 속 모르는 남편이라도 일찍 자주니 고맙다해야지요.
남편한테도, 형제지간에도 할 수 없는 얘기 여기에 풀고 갑니다..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