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새학기죠? 이런 선생님도 계시답니다.

우리선생님 조회수 : 2,533
작성일 : 2013-03-07 01:00:18
작년 이맘 때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했어요.
초등학교 입학식 정말 초관심 집중되는 게 바로 우리 아이 선생님은 누구?
가 아닐까 해요. 저희 가족도 마찬가지였구요. 

우리 아이 선생님은 어떤 분이실까 넘 궁금했고,
50대 정도 여자 선생님이 배정 되었을 때 
에휴~! 하며 한숨이 .
왜 그런지는 어머니들 눈치 채셨죠?
선생님들에 대해 들은 이야기들이 너무 많아서 그랬죠.          

바로 옆반 젊은 선생님께서 배정 된 것도 샘이 좀 나더라구요.
우리 아이도 젊은 선생님이 되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면서.. 말이죠.

그렇게 며칠이 흐르고.. 

요즘은 아이들이 1년치 준비물을 모두 학교에 가져다 두고 사용하더라구요. 
그렇게 바리바리 챙겨서 보내고, 직장출근한 어.느.날.

선생님께 제 핸드폰으로 문자 한통이 왔어요.

"어머니~ xx이 크레파스가 크레용이라 xx이가 색칠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시간 있으시면 교체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대략 이런 내용)

그 문자를 받고 제 머릿속에 스치는 생각은 두 가지 였어요.
요즘 선생님들은 엄마들에게 문자도 보내시는구나.. 
알림장에 써주셔도 되었을텐데 하면서요. 
그러면서, 혹시 다른 목적이 있으신가?
하는 생각도..

저 진짜 순수하지 못하죠? 때가 많이 묻었죠ㅠㅠ
직장에서 그런 이야기 정말 많이 들었었거든요.
촌지 그런거요... 
직장맘들은 필수다 어쩌다.. 

고민 조금 하다가요, 그냥 모르는 척 하기로 했어요.       
옳지 않다고 생각했지요.    
그로 인해 선생님께 생길 선입견도 걱정되었고, 
내 아이만 특별대접..? 이것도 아니잖아요.. 

근데 저희 선생님 겪어 볼 수록 정말 대단하셨어요.
아이 반에 진행되는 상황을 학부모들에게 일일이 문자로 메세지와 사진도 보내주시고.
너무 꼼꼼하게 체크해주시고, 
항상 아이들 칭찬과 격려해주시고.
알림장이나 일기에 꼼꼼하게 메모해서 그날의 일을 피드백 해주시고. 
게다가 언제나 함박 웃음은 보너스! 
아이들이 학교가는게 너무 좋은거죠.

저희반 아이가 거의 20키 정도 되는 거리로 이사를 갔는데
아이 요구로 전학 못하고, 엄마가 매일 등하교 시켜주더라구요. 

가끔 교실 청소가면 각 엄마들이 아이들 칭찬선물을 한보따리씩 받아가지고 옵니다. 
선생님께서 손수 타주시는 커피나 아이스크림은 보너스입니다. 먹으면서도 민망합니다.

저희 아이에겐 이렇게 말씀해주시더라구요.
저희 아이가 짝꿍을 학업적으로 좀 도와준 모양이에요. 

"xx이가 자기 짝궁을 너무 잘 도와줍니다. 짝궁 00이가 부족해서가 아니고, 그 친구도 정말 똑똑한 친구인데 
다만 속도가 조금 늦거든요. 그걸 xx이가 보완해 주는 것 같습니다" (대략 이런 내용)

상대방 아이에 대하여 혹여 제가 거부감을 가질까봐 이렇게 조심스럽게 칭찬을 해주시는데, 
정말 너무 감사하더라구요. 상대방 아이에 대한 배려도 고맙구요. 
아이들 자존감이 날로날로 커져갑니다. 

하교길 가끔 마중나가면 아이들이 선생님과 한번씩 포옹하고 헤어집니다.
이건 초등학교가 아니라 완전히 사립 유치원 수준이더라구요. 

그리고 저희가 아쉽게 2학기는 미국으로 오게 되었어요.

방학중에 오게 되었는데, 
선생님께서 아이 정서적인 충격을 줄여주시고자
아이가 풀그림이 너무 잼있었다고 일기에 썼는데
그걸 기억하시고, 미국서 한국 그리울 때 그리라고 
재료들을 선물로 주시고, 직접 손편지로 격려해주시고.

방학중인데도 저희 공항가는  길에 전화까지 해주시고.
진짜 차안에서 저도 아이도 펑펑 울었습니다.

그 후에도  카톡으로 장문의 칭찬과 격려의 편지를 지속적으로 보내주셔서 
저희가 여기와서 겪었던 힘들고 외로왔던 시간들을
이겨낼 수 있었어요. 

한 학년이 끝나고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정말 순수하지 못한 감정으로  
혹여 선생님께 촌지라도 드렸다면 지금 우리의 관계가 어떻게 되었을까? 싶더라구요. 
아뿔싸!! 
끊임없이 선생님을 호도하고 의심하였겠지 싶은게.. 
이렇게 편지 보내주시고, 챙겨주시는 선생님 본연의 의도 조차도
불순하게 생각했겠죠.

지금 생각하면 정말 선생님께 송구스럽고, 
죄송할 따름이지요.

제 학교 다닐 때 어떤 선생님보다도 훌륭하시고,
대단하신 분이더라구요.

요즘 이런 선생님이 계시다는게 믿어지시나요?
정말 이런 선생님을 다시 만나기도 힘들겠지만, 
정말 다른 경험을 하게 된 것 같아요.

저와 아이에게 정말 행운이였죠. 
다신 이런 행운이 없을지도 모르고요.

첫학기라 많이 정신없으실텐데
그냥 저희 아이 선생님이 생각나서 적어 봅니다.

학교에 이런 선생님만 계신다면, 모든 학부모들이
안심하고 학교에 보낼 수 있을것 같아요.

선생님을 처음 뵈었던, 지난 봄이 생각납니다. 
지금도 선생님만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따뜻해 집니다.







IP : 99.20.xxx.70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
    '13.3.7 1:05 AM (180.231.xxx.35)

    복받으셨네요
    축하드립니다
    얼마나 마음이 놓이시겠어요
    좋으신분이 선생님이되었다니ㆍㆍ

  • 2. dd
    '13.3.7 1:13 AM (180.64.xxx.150)

    말로만 들어도 정말 훌륭하신 분이시네요. 솔직히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요.
    원래 인성자체가 훌륭한 분이신데다, 직업관과 소명의식도 투철한 분이실 듯...이런 분들이 정말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막 문자해주고 그런거보다, 아이들을 진심으로 존중하고 격려하는 태도에서 정말 감동받았어요.

  • 3. 제이에스티나
    '13.3.7 7:36 AM (211.234.xxx.254)

    저희 아이가 딱 초1입니다. 선생님도 50대 여자분. 입학식때 그실망감 젊고 좋다고 소문난 선생님 반에 대한 동경 시샘도 이해가요. 부디 선입견이길. 님아이 선생님 처럼 좋은 분이기를 바래봅니다.

  • 4. ...
    '13.3.7 8:43 AM (182.219.xxx.140)

    아침부터 좋은글 감사합니다

  • 5. ....
    '13.3.7 9:24 AM (1.247.xxx.40)

    좋은 선생님 만난것도 행운이죠
    두 아이 초 중 고 다녔던 경험상 확실히 젊은 선생님이 차별도 없고 잘 가르치고
    소신도 있더라구요
    초등 저학년 때는 나이 많은 담임 배정 받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저희 작은 딸은 초등 내내 좋은 담임 선생님 만나 탈 없이 무사히 잘 다녔는데
    6학년때 12반 중 유일하게 50대 담임을 만나서 참 힘들어했었어요
    나이 많은게 문제가 아니고
    대놓고 차별하고 자기 눈밖에 난 애들 몇명 찍어서 대 놓고 무시하고 멸시하고
    엄마가 임원인 애들 편애하고 엄마가 학교 자주 안 찾아가는 애들 노골적으로 망신 주고
    교사평가 나쁘게 나올까봐 애들한테 누구 엄마가 어떻게 평가했나 다 알수 있다고 하고

    1년 내내 일주일에 올드팝송 한개씩 알려주고 외워오게 했는데
    애들이 엄청 스트레스 받더라구요
    학습발표회때 일찍 가게 되서 인사했더니 윗아래로 한번 훑어보고 썩소 같은 표정을 짓더만요
    6학년 다른 반 돌아봤더니 선생님이 다들 20대나 30대 젊고
    발표회도 생기발랄 하고 신나게 하는데
    우리애 반은 세명씩 짝져서 올드팝송 부르게 하더군요
    애들도 축 쳐지고 엄마들도 쳐지고

  • 6. ...
    '13.3.7 9:31 AM (211.36.xxx.243)

    아코..아코..
    ㅜㅜ흑..

  • 7. 복뎅이아가
    '13.3.7 2:16 PM (180.224.xxx.11)

    저희 아들도 이번에 담임샘이 거의 60대 여자분이셔서 걱정이 한보따리인데 부디 원글 선생님같은 분이었음 좋겠습니다.

    원글님 복 많으시네요..

  • 8. 저도
    '13.3.7 4:29 PM (124.54.xxx.45)

    작년에 1학년, 40대 중반 선생님인데 첫인상은 딱딱하고 무서웠고 옆반 아가씨 선생님반 부러웠는데
    오히려 아가씨 선생님이 아이들은 키워보질 않아 이론과 실제를 잘 모르시더라구요.
    엄하기도 하지만 저보다 인생선배고 아이들도 키워봐서 딱 아시던데요.
    저도 강사 경험있지만 예전에 무조건 아가씨,젊은 선생님이 좋다란 선입견이 있었는데
    이젠 안 그래요.오히려 연세 있으신 베테랑 선생님이 더 좋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25974 간단한 일본어 해석좀 부탁드려요 4 고멘네 2013/03/07 639
225973 올해 1000-1500정도 사용할 것 같은데, 카드 추천좀 해주.. 3 카드 2013/03/07 1,239
225972 보온도시락 추천해주세요 2 ** 2013/03/07 1,498
225971 대구입니다 도로연수 친절하고 잘하시는 분요? 1 새싹O 2013/03/07 1,379
225970 일을 시작했는데... 6 조언좀..... 2013/03/07 1,163
225969 하늘교육 방문 수학 어떨까요? ... 2013/03/07 4,376
225968 좀있다 무릎 연골주사맞을건데 너무 무서워요 3 무릎통증환자.. 2013/03/07 4,653
225967 초등방과후 바이올린 선생님께 개인렛슨받는거 어떨까요? 6 바이올린 2013/03/07 2,087
225966 삼생이에서 사기진... 6 Ccc 2013/03/07 1,625
225965 마스크팩 추천 1 .. 2013/03/07 1,094
225964 60대 어머니께 선물할 향수 추천 좀 해주세요.. 5 향수 2013/03/07 2,311
225963 준수 학습지 모델 됐네요~ 5 ㅇㅇ 2013/03/07 2,904
225962 남편과 냉전후 마무리어떻게하세요 3 아침에 새날.. 2013/03/07 1,694
225961 새가방에서 생선상한듯한 냄새가 납니다. 뭔가 방법이 없을까요??.. 5 ... 2013/03/07 6,333
225960 매매계약후 계약금 받았는데 1 없던걸로 하.. 2013/03/07 1,228
225959 영양제추천해주세요 3 중학교여학생.. 2013/03/07 681
225958 이러고도 방송장악 의지 없다 할 건가 샬랄라 2013/03/07 485
225957 하물며 여사장도 안뽑는다는 이유는 무엇인지여? 7 .. 2013/03/07 1,763
225956 티비장 봐 주세요. 더불어 도이치가구 50대 부부 어떤가요? 1 ,,, 2013/03/07 1,471
225955 중등 아이 교육문제 조언 절실히 구합니다 49 공부 2013/03/07 3,879
225954 3월 7일 경향신문, 한국일보 만평 1 세우실 2013/03/07 450
225953 'MB물가' 상승률 소비자물가 1.6배 참맛 2013/03/07 350
225952 제발 이 그릇 좀 찾아주세요 ㅠ_ㅠ 5 쾌걸쑤야 2013/03/07 1,402
225951 입술물집과 편도선염이 동시에 왔네요. 2 ... 2013/03/07 1,011
225950 초등6학년 아들 안일어나서 그냥 재우고 있어요 16 휴~~ 2013/03/07 3,5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