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길을 걷다가 타인과 눈이 마주쳤을때.

수요장터 조회수 : 1,440
작성일 : 2013-03-06 20:38:07

 

수요일에는, 장터가 서는게 기억나서 좀 멀지만, 정갈한 봄볕햇살을 맞으며 걸어보고 싶어서 오후한시쯤에 집을 나섰어요.

긴그림자가 호젓하게 담벼락가에 길게 늘어진채로 저를 따라오는 모습을 보면서 나의 이십대에도 이렇게 아무도 없는 길가를 걸어온 적이 있었다는 생각을 하면서 한참을 걸어갔어요.

그리고, 횡단보도를 건너고, 또 반대편으로 가로지른 또 하나의 횡단보도를 건너 마침내 그 장터에 다다랐어요.

이미 장을 보러 온 사람들로 그 좁은 보도블럭은 가득했어요.

딸기,고구마, 피망, 호떡, 그리고 아이옷들. 턱없이 넓은 아주아주 큰 팬티들..

 

그렇게 좌판위에 놓인 여러 물건들을 보면서 지나가다가 갑자기 저만치서 오고있던 동네아줌마를 봤어요.

조금 더, 정확하게 설명을 드리면,

우리아이와 옆자리에 앉은 짝꿍의 엄마였어요.

안면은 몇번 있는데, 친해질 기회도 없었고,, 그 엄마가 먼저 저를 발견하고 걸어오는데 아무 감정도 섞여있지 않은 무표정한 얼굴과 눈빛이 너무 무섭기조차해서 제가 헉!했네요.

그분이나 저나, 40대로 접어들었는데 무표정한 아줌마들표정은 이리도 무서운거구나 하고 깨달은 순간이었어요.

그리고 어떤 친한 감정의 교류가 없는, 타인들이 길에서 우연히 마주칠때는, 마지못해 하는 인사와 함께 서로 어깨도 부딪치지않고 스쳐지나가는 그 순간은 빛의 속도와도 같은 찰나라는 것도.

 

그런데 그날이 장터가 서는 날이라 그런건지,그렇게 안면만 아는 동네아줌마를 얼떨결에 보내고 얼마못가서 이번에는 다른 엄마를 만났습니다.

이분은 성당미사에서 자주 봤었어요.

엄마가 오래전에 아파서 병원에 입원하셨을때에도 다른분들과 함께 문병도 오시기도 하셨어요.

그런데 이분은, 제가 성당에 나가기전의 일이니까 제가 이분에게 그리 맘을 많이 쓰지 않았어요.

그러다가 저도 성당을 나가면서부터 길에서 만나거나 마트에서 보면 그전과는 다르게 제 맘에 먼저 이분이 다가오는게 반가움이 물밀듯이 와서 제가 밝게 인사하면 제 미소가 마저 사그라지기도 전에 인사만 하고 외면하면서 가시더라구요.

 

그러니까 오늘은, 두타입의 타인을 만난거에요.

공통점은

1. 평소에 전화연락이나, 따로 마음을 주고받는 일이 없다.

2. 평소에 생활하면서 굳이 마주치지않는한 생각나는 얼굴이 아니다.

다른점은

1. 한명은 길에서 만나도 반가운 맘이 들지않고 의례적인 인사를 하고

2. 한명은 길에서 만나면 반가운 맘이 든다.

오늘의 두타입의 타인들은 또 공통점이 있는게 40대이고 둘다 똑같은 무표정으로 제가 알아보기전까지는 먼저 절 알아보고 멀리서부터 절 뚫어지게 바라보며 걸어오다가, 저와 눈이 마주칠때 억지로 웃어주고 급히 일별을 하는점.

 

그런데 전, 타인들의 시선들이 참 부담스러워요.

길을 걸어가다가도 절 물끄러미 바라보는 시선들이 부담스럽고 심지어는 적개심도 들고.

점점 더 타인에게 말걸기가 부담스러워지기도 하네요.

특히 학창시절이나 20대와는 달리, 사십을 바라보는 서른아홉앞에서 맘을 나눈 친구도 한명도 없이 갑자기 밖에 나와 길을 걸을때 타인의 시선에 적개심섞인 궁금증을 품는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건가,싶기도 해요.

 

IP : 124.195.xxx.152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그런
    '13.3.6 8:58 PM (121.190.xxx.242)

    시선을 보면 저는 제 표정을 점검해요,
    저도 나이드니 저절로 살이 쳐지고 표정이 굳어져서
    일부러 표정을 관리하기전엔 뚱한 표정이예요.
    마음의 준비없이 아는 사람을 만나면 급 표정전환하기 어려워요.
    상대가 그런 표정을 짓는건 나에 대한 감정때문이 아니고
    그사람의 사정이나 성격인거죠.

  • 2. 다들
    '13.3.6 10:43 PM (221.139.xxx.10)

    세상살이가 편치 않은가봐요.
    생각이 얼굴에 다 드러나잖아요.
    저도 점점 표정이 어두워져가네요.
    그래도 아가들만 보면 활짝 웃게 된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39842 식탁브랜드 문의 오수앓이 2013/04/10 532
239841 교사들 cctv 설치 반대 안해요 4 2013/04/10 1,298
239840 출산 4개월.. 3시이후 금식 다이어트 시작했어요 ^^ 2 출산후 2013/04/10 3,090
239839 요즘 신용카드 발급받는데 며칠 걸리나요? 2 .. 2013/04/10 1,132
239838 손연재가 이쁜 얼굴이에요? 59 3 2013/04/10 8,191
239837 전 심부름 자주하던 학생이었어요 8 심부름싫어 2013/04/10 1,430
239836 서울사람이 연고도없는 부산으로 이사가면 어떨까요-? 6 women 2013/04/10 1,416
239835 라텍스 베개 회사마다 차이가 심한가요? 2 2013/04/10 906
239834 베스트글에 올랐던 심리테스트 좀 찾아주세요. 3 ^^ 2013/04/10 905
239833 82 언니 동생들 영양좀 도와주세요 당쇠마누라 2013/04/10 389
239832 젤 가격이 10만원 맞나요? 5 네일 2013/04/10 1,052
239831 자사고 보냈다고..은근히 힘들게 하는 이웃. 17 .. 2013/04/10 3,992
239830 지금 두피를 만져 보시면 무슨 냄새가 나나요? 12 고민 2013/04/10 3,630
239829 어제 오자룡을 못 봤는데 줄거리 좀..^^ 2 zzz 2013/04/10 2,914
239828 성당 다니시는 분들께... 4 묵주반지 2013/04/10 1,619
239827 아이는 일단 잘못이라 치고.. 그럼 심부름 시킨 교사는?? 26 교사의 심부.. 2013/04/10 3,260
239826 저렴이 화장품 브랜드 중에 쫀쫀하고 촉촉한 크림 없을까요? 6 꼬미꼬미 2013/04/10 1,901
239825 새누리, 윤진숙 장관 후보자 출구전략 이견 속출 세우실 2013/04/10 497
239824 라디오 들으면서 82하삼... 3 나른한 오후.. 2013/04/10 524
239823 드레싱이요.. 집에서 만든거랑.. 1 야채섭취 2013/04/10 529
239822 좋은 전화영어 추천해봅니다 1 커피프린스2.. 2013/04/10 627
239821 옆집 공사 소리. 5 으..괴로워.. 2013/04/10 675
239820 장옥정보다가.. 3 ㅋㅋ 2013/04/10 1,175
239819 극장팝콘값 비정상적으로 비싸다 생각해도 맛있어서 먹었는데.. 5 바가지극장팝.. 2013/04/10 1,399
239818 아이 엄마들만요 ^^ 연예인들은 주로 어떤 아이 용품 브랜드 쓰.. 2 소피엄마 2013/04/10 9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