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며칠 게시판에서 1인 1악기 이야기로 논의가 활발하네요.
저도 어릴 때부터 어머니가 억지로 피아노 학원을 다니게 해서,
오 년 이상은 피아노를 친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은 그냥 악보보고 더듬거릴 정도로 많이 잊어버렸지요.
그렇다고 뭐 피아노 학습을 바탕으로 다른 악기를 쉽게 배웠다거나
음악에 취미를 갖게 되었다거나 그런 것도 아니랍니다.
저는 오히려 소리 자체를 소음으로 느끼는 경우가 많아서
책을 읽거나 일을 하면서 음악을 들을 수 없는 편이에요.
따로 시간을 내어서 음악만 감상하거나 하지도 않구요.
대신 눈으로 보는 것에는 굉장히 예민하고 관찰력도 남다른 편이구요,
제 전공도 눈이 중요한 분야입니다.
물론 미술학원도 수년간 다니긴 했지만 아마 그 때문은 아닐거에요.
피아노보다 더 재미가 없었어요.
그래도 만약 제가 아이를 낳는다면 악기와 미술과 운동 하나 이상씩은 다 접하게 해줄 거에요.
일단, 아이가 어떤 쪽에 재능이 있는지 알 수 없으니 적성을 알아보도록 하기위해서에요.
또 적성이 아니더라도 아이는 그냥 그런 것이 세상에 있구나, 하고 알고있다가
언젠가 또 여건이 달라지거나 관심이 생길 때 더 발전시켜 볼 수도 있을거에요.
그 중 하나에 단순한 취미 이상으로 푹 빠지게 된다면 그것도 또 좋은 일일거구요.
지난 주말에 전시회에 다녀왔어요.
사진이 전공인 분이 국악에 관심을 갖게 되어 사재를 털어넣고 국악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었어요.
국악이 어느날 벼락처럼 그 분한테 찾아왔을 때,
그걸 알아들을 수 있고 또 그 가치를 확신해서 여력을 다 쏟아부어 노력할 수 있었던 건
그 사람이 그 전에 엄청난 양의 다른 음악을 들어온 내공이 있었기 때문일거에요.
이미 길러진 안목과 그에 대한 자기 확신이요.
요즘 간송미술관의 전시가 날로 인기를 더하던데,
간송같은분도 우리 미술의 가치에 대한 확신이 있었으니
집안의 재산을 아낌없이 투자할 수 있었을거에요.
가치는 누가 정해주는 게 아닌 것 같아요.
자기 뿌리나 취향에 대한 확신은 결국 스스로의 내면에서 나오는 거에요.
성격이나 성장환경, 가족 배경도 중요하겠고 또 경험을 통한 발전도 내면의 형성에 도움이 될거에요.
접해보지 않고 알 수는 없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