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아는 게 너무나 없어서 일단 방향이라도 잡아보고 싶은 마음에 글을 올리니
도움 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어요.
저희 큰 애가 고2 남학생인데 어려서부터 많은 신체적 문제를 갖고 태어나 가장 최근까지 전신마취 수술만 9번을
했습니다.
다행히 신체적 문제들을 하나 하나 해결이 되었는데 아직도 몸이 많이 허약해서 제약사항들이 많답니다.
아이가 5학년까지 국내 초등학교를 다녔는데 심한 왕따를 당했어요.
아이는 병원신세를 많이 져서 또래와 어울린 경험이 별로 없기 때문에 사회성도 떨어지고 외모도 특이하기 때문에
언어적 놀림은 물론 신체적으로도 약해 보이니 다른 아이들이 뒤에서 밀어서 다치고 등등...
정말 늘 조마조마하는 마음으로 학교를 보냈습니다.
그러다가 더는 안되겠다 싶은 생각으로 아이를 위해서 이민을 생각했어요.
하지만 남편직장과 비용이나 절차 등을 고려할때 쉽지가 않았고 결국 저만 아이 둘 (남동생)을 데리고
미국 친척집에서 2년을 있었습니다. 아이는 너무나 잘 적응했고 아이가 자존감이나 힘.. 등이 좀 생겼겠다 싶어서
힘든 기러기 생활을 서둘러 청산하고 귀국했습니다.
귀국하고 한동안은 새로운 마음으로 잘 적응하는 듯 했어요.
2년만에 영어실력이 엄청 향상된 결과도 있었으니 그런 비교우위도 있었지요.
하지만 사춘기를 지나며 아이는 계속 더 고립되었고 현재는 학교든 어디든 친구가 단 한 명도 없어요.
왕따 시키는 아이들, 짖궂게 구는 선배들과 티격태격에서 상황을 잘 대처하지 못해서
저희 아이가 오히려 가해자로 몰리는 경우도 있고.. 늘 하루하루가 조마조마한 건 여전하네요.
상담치료도 받고 있지만 별 진전이 없어요.
아이는 여전히 늘 혼자고 (모든 면에서 유능해 보이는 동생과도 사이가 안좋고), 혼자이기 때문에 인터넷에 빠져들고,
겉으로는 완전 착한 아이처럼 온순하지만 이 아이의 내재된 곳에는 이제까지 자기를 괴롭힌 아이들에 대한
분노, 자신의 신체허약에 대한 불안함, 어렸을때 저희 가정이 경제적 관계적으로 힘들었을때 받았던 트라우마 등..
많은 악조건들이 있습니다.
결론은,
학교생활이 힘들어서 자퇴를 하고 검정고시를 치뤄 대학에 진학하고 싶은데
가 보지 않은 길이라 도무지 어떤 길인지 모르겠어서요.
다행히 아이가 영어는 거의 원어민급으로 회화 및 작문에 능하고
수학도 매우 잘 하는데 삶에 의욕이 없고 융통성이나 유연성이 떨어지는 타입이라
늘 수동적으로만 공부를 해요. 시키는대로만 하지요.
친구도 없고 운동도 못하고 전혀 일체 과외활동 없이 학원도 다니지 않고
매일 집에 앉아 공부만 하는데 (물론 인터넷으로 딴 짓도 하고)
그렇다고 성적이 top 도 아니고요.
무엇보다도 학교에서 겪는 왕따문제가 도무지 해결이 안된다는 게 문제입니다.
이건 가해학생들만 탓할 수 없는 게, 저희 아이의 유아적인 행동들도 분명히 자극소재가 된다는 걸 아니까요..ㅠㅠ
한마디로, 지능은 좀 되는데 (상위 1%) 사회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사회생활이 힘든 아이입니다.. ㅠㅠ
이런 아이가 검정고시를 통해, 학원을 다녀 수능을 본 후 대학진학하는 것은 어떨까요?
스펙이라곤, 영어 뿐이고 수학을 잘 한다지만 어디 경시대회 가서 상 받아본 적도 없구요.
요즘 '스토리'를 강조한다고 하는데,
엄마로서의 생각은, 정말 의학적으로 볼때 거의 살 가망도 없던 아이가 이제까지 겨우 겨우 기적같이 생존하며 살면서
(그것만도 정말 감사하지만) 힘겹게 학교생활하고 그나마 머리는 괜찮고 집중력과 창의성이 있으니
대학 진학해서 자기에게 적성 맞는 분야 (공대나 자연과학쪽) 에서 파고 들 수 있는 여건이 되었으면 하는
눈물 겨운 스토리라고 생각합니다.. ㅠㅠ
방향이라도 정할 수 있으면 감사하겠다는 마음으로 글 올리니
꼭 좀 조언 부탁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