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에는
잠이 오지 않아서 새벽내내 tv만 봤어요.
처음엔 자려고 불을 다 끄고 눈을 감았는데
옆에서 핸드폰으로 열심히 게임만 하고 있는
남편을 등 뒤로 느끼니 머릿속이 너무 많이 복잡해지고 그랬어요.
워낙 가진거 없이 0원으로 결혼을 시작했던 남자
형편이 너무 그래서 신혼살림도 마련하지 못하고
신혼살림 할 돈으로 한칸짜리 방 구해 살아야 했고
시부모님 때문에 아니 시어머니 때문에 우울증 홧병도 겪어봤고
우유부단한 남편 때문에 자질구레한 일도 많았고
결혼 8년이 되어가는 동안
심리적으로 참 많이 지치고 힘들었어요.
그럴때마다 남편이 위로해서 견딘게 아니라
저 스스로 수십번 고뇌하고 마음을 다잡고 그렇게 지내왔고요.
맞벌이 하면서 열심히 살았지만 워낙 가진 것이 없고
수입도 작으니 사는 모습은 여전하고
난임이라 임신도 되지않고.
그냥 한 공간에 사는 남남처럼 느껴지고요.
취미가 같지도 않고
쾌활하거나 재미있지도 않은 남편 덕에
저도 성격이 닮아 버렸는지 참 많이 변했고요.
모르겠어요.
그냥 잘 견디면서 살았는데
어젯밤에는 그 모든 것이 너무 답답했어요.
집에 오면 핸드폰으로 게임하기 바쁜 사람.
다정다감 하거나 애정표현이 전혀 없는 사람.
난임이라서 더 노력해야 하는데도
노력해야 하는 남편은 아이를 그렇게 원했으면서도
스스로 노력을 잘 하지 않았어요.
부부관계에 있어서도 먼저 분위기 잡거나 노력하지도 않고
항상 빨리 빨리 대충대충.
막상 상황이 되면 저는 기분이 나빠져 버리는 시간도 많았고요.
제가 뭘 느끼거나 부부관계가 좋거나 그렇지 않은데
임신 때문에 최소한으로 노력하려고 애썼고
그마저도 때론 제가 늘 분위기를 만들고 해야 한다는 점이
화로 쌓이기도 했어요.
올해는 한번도 부부관계를 하지 않았어요.
그걸 원하거나 좋아하거나 그런 건 아니라서 그 자체 때문에
우울하다거나 그렇진 않은데 뭐랄까
남편에 대한 원망이 너무 커져요.
어쩌면 먼저 노력하려고 애쓰는 흔적한번 보이지 않을까.
집에 와서 TV보고 핸드폰으로 게임할 시간에 뭐라도
노력이라도 해볼 생각을 왜 안할까.
새벽 한시가 다 되어가도록 게임을 하면서
어쩌면 아내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할 생각은
단 한번도 하지 않을까.
내가 과연 이 사람의 아내인가.
아니면 그냥 같은 공간에 사는 남인가.
행복하거나 즐겁거나 그렇게 살진 못하더라도
이런 기분으로 살고 싶지는 않았는데
이 복잡한 기분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