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공부 안해서 어지간히도 속이 썩었답니다.(제가 말은 안하고 혼자서 끙끙 앓음)
2년 동안 모의고사는 단 한 문제도 푼 적이 없는 자는 시간이었다고 하고
학교시험도 그럭저럭, 대충 풀어왔다네요.
머리가 나쁜 건 절대 아니라는 거 잘 알고 있는데도 성적은 언제나 바닥...
1학년 때는 하위 10%에서 30%대인가로 올라서 학력진보상도 받아왔다죠.
그래 놓고 자랑스레 마구 얘기해서 도대체 생각이 있나 없나...
드러내 놓고 말은 못하고 혼자서 속상해 했던 적도 있어요.
2학년 때는 언어 4~5등급 전후, 영어는 3~4등급, 수학은 7등급 선.
수학문제는 2년 간 딱 한 문제 풀어서 맞혔고 나머진 다 찍기였구요.
다 찍어서 7등급이면 로또수준 아닌가 생각해 보기도 했어요.
문과인데 수학은 지지리도 싫어하네요. 수학 싫어서 문과 간다 했어요.
영어는 한 번씩 학원 다니고(방학 땐 놀고 학기 중에 친구들과 다니는 정도, 그것도 한 번씩 빼먹고),
언어는 학원 안 다녔어요.
너 공부하고 싶으면 학원 보내줄 테니 얘기해라 했는데 말을 안하길래 놔뒀어요.
그런 가운데 전 한 번도 공부해라 하고 닥달하지 않고, 알았다. 성적 올랐네 잘했다.
내려가면 말을 안 하니 내려갔나 보다... 싶어서 성적표 함 보자... 잃어 버렸어요... 알았다...
그냥 언젠가 정신 차리겠지 믿었어요.
그러던 아이가 고2 겨울방학 신나게 놀고 이제 고3 될려 하니 뭔가 해야겠다 싶나 봐요.
자기가 원하는 학교 갈 수 있겠는지 입시학원 상담받아보자 하더니 학원도 보내달라 하고,,,
낌새가 이상해졌어요.
요즘은 책상에 앉아 있는 게 가끔 보이더니 오늘은 드디어 친구들과 카톡 다 끊었다며 폰을 반납하네요.
이젠 엄마와 연락만 되는 폰 해주면 좋겠다고...
이제 슬슬 희망이 보이기 시작하지만 넘 늦지는 않았기를 바라며 그나마 다행이다 가슴을 쓸어 내리고 있어요.
본인이 갈려는 과는 언수외 모두 최하 2~3등급 이내 들어야 하고
실기과목도 있는데 상위 5% 안에 들어야 갈 수 있대요. 평균 경쟁률이 10:1 이네요.
지금 평균 5등급인 아이가 언수외 3등급 이내에 모두 들 수 있을까요?
자세한 상황 파악을 위해서 애성향과 가정상황을 말씀드리면,
남편과 저는 남들에게 괜찮다고 보여지는 직업이구요(사회적으로 선호하는 직업), 아이언니는 연세대학 학생이예요.
학원선생님이 너희 부모님은 공부 잘하셨는데 공부잘한 부모는 아이가 잘 못하는 거 절대 이해못한다고
너도 너희 엄마가 너희 언니 더 이뻐하겠다? (말하자면 차별) 이런 얘기 들었다 하고,
얼마전 학원 면담과정에서 다른 선생님도 그런 뉘앙스로 말씀하시고...
그런데 아이는 아닌데요, 우리 엄마는 제게 공부 하라고 안하세요. 이렇게 당당하게 얘기해서 선생님이 대략 난감...
제게 쫑알쫑알 얘기 잘하는데 친구얘기할 때 친구는 공부 잘하는데 몇 등 안에 못 들었다고
엄마아빠한테 어디를 맞았다 그런 얘기하며 난 엄마가 공부하라 안해서 좋아요. 라고 하네요.
그래서 전 우리 나라 청소년들이 공부에 너무 치여서 이 좋은 시간을 너무 안타깝게 보내는데
(저는 정말 공부에 치여사는 울 나라 청소년들 너무 불쌍해요)
너는 행복하게 보내고 니입에 풀칠할 정도의 능력만 갖추고 행복하게 살면 된다.
남자에게 기댈 생각은 하지 말고 돈 많고 잘난 남자 만나려면 너도 그 수준은 되어야 한다고 얘기는 해요.
그래도 아이마음 속에 언니는 공부 잘하고 엄마아빠도 좋은 학교 나왔으니
상대적으로 자격지심? 같은 게 있었던 것 같아요.
엄마는 언니 공부 잘하니 언니만 이쁘죠? 이런 말 한 적도 있고.
그럴 때마다 제가 안 그렇다고 사람마다 다 장단점이 있고 잘하고 이쁜 부분이 있기 마련인데
너도 좋은 점이 얼마나 많은데 하며 말하지만 일단 성적으로 비교가 되니까...
아이는 그게 잘 받아들여지지는 않는 것 같아요.
(이런 말 들을 때마다 전 마음속으로 제 자신을 점검해요. 사랑을 더 많이 보여줄려 하고)
암튼 이런 환경인데 제가 요즘 아이 공부를 지원하기 위해 올인하는 모습 보여주고는 있는데요,
위에 적었다시피 언어, 영어 4~5등급, 수학 완전 바닥인 아이가 2~3등급 안에 들 수 있을까요?
그런 경우 보셨나요...?
어떻게 공부를 했을까요?
가능성이 있을지 말씀 좀 해 주시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