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이네....
어제 각자의 취미생활로 바쁜 토요일을 보내고...
느긋이 늦잠을 즐길 수 있는 일요일이네...
어젯밤엔 춥지도 않고.. 낮에 좀 걸어준 덕분인지
덕분에 아주 달게 잘 잤어...
요즘 나이 탓인지 수면의 질이 떨어지는 것 같거든...
문득 생뚱맞은 느낌으로 잠이 깼는데... 새벽 세시에서 네시 언저리면..
정말 낭패스러운 기분이 들거든....
일어나 움직이기에도 적당치 않고... 다시 잠을 청하기에도.. 영 마뜩찮은 그런 시간말이야
이런날 뒤척이다 억지로 다시 잠이 들면... 아침이 완전 망가져 버리거든...
가뜩이나 나의 아침은 상쾌하기 힘든데 말이야...
말이 길어졌네...
하여튼 오늘은 이제 일어나 밥좀 주라며.. 내 얼굴을 핥아주는 강아지 녀석때문에
눈을 뜨긴 했지만... 드물게 상쾌한 아침이네...
일어나 커튼을 걷고... 화분에 물을 좀 주고...
얼마전에 사온 씨디를 틀었지... 바하의 골드베르크....
그리고 커피를 내릴 참이었어...
잠깐 방에 들어와 뭘 찾는 사이... 음악이 뚝!
당신이 또 껐구나... 그리고 퀴즈프로그램 소리가 나는구나...
나는 늘 그리는 휴일 아침이 있는데....
아까 음악을 켜는것 까지는 같아...
그리고 원두를 천천히 갈아서 커피를 내리고... 당신은 빵을 굽거나 그러고 말이야..
커피를 한잔씩 하면서...
어제 각자 즐겼던 하루를 얘기하고...
당신은 공이 잘 맞았느니 안맞았느니.. 골프치면서 날씨가 어땠는지...
같이 간 사람들이 어떤 행동을 했는지... 얘기 해주고...
나는 내가 보았던 연극이 뭐였는지... 배우의 연기가 좋았는지 말았는지...
그러다 문득 들렀던 미술관에서 뭘 봤는지... 주차장을 찾기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그러다 우리보다 늦게 일어난 아들녀석이...
내 커피도 있어요? 뭐 이러면서 슬며시 끼어들고...
아들녀석도 어제 하루가 힘들었는지... 아니면 즐거웠는지...
그렇게 서로에 대해 얘기해 주고 들어주고 그런 아침 말이야...
비록 당신과 내가 같은 취미로 손잡고 다니지는 못해도..말이야...
그렇게... 아! 이사람이 어제 이런걸 했구나... 들어주고 알아주고 그런 아침...
일주일에 하루정도.. 아님 한달에 두번정도...
근데 그 퀴즈프로그램을 켜면... 아무 얘기도 할 수가 없잖아...
당신은 그냥 그걸 들여다 보고 있을테고... 나는 아무 얘기도 하고 싶지 않을거야...
당신은 원래 얘기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니까..
아들이 나와서 또 같이 텔레비젼을 보는구나...
나는 여기 방에서 그냥 컴퓨터를 두드리고 있고...
휴...........
또 이렇게 나의 바람과는 다른 하루가 시작되는구나...
음... 텔레비젼 프로그램이 두개 정도 지나가면 점심을 먹고...
또 한 세개정도 보면 저녁을 먹고...
텔레비젼 앞에서 리모콘을 부여잡고 잠이 들겠지... 당신은..
나는 오늘 몸이 아프지 않으면... 서점으로 도망갈지도 몰라...
지난 겨울은 너무 추워서.. 꼼짝 못하고 동면하는 개구리처럼....
당신의 그 텔레비젼을 견디며 지냈지만...
이젠 얼어죽지 않을 만큼 날이 풀린것 같네...
나는 또 당신의 침묵과 텔레비젼을 피해 서점으로... 음반가게로...
영화관으로... 도망갈거야...
내가 감사하는 당신의 좋은 점은
그렇게 도망나가는 나를 내버려 둔다는 거...
그래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