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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에도 이렇게 혜안이 있는 국회의원도 있군요(펌)

... 조회수 : 2,146
작성일 : 2013-02-15 11:25:17

한 초선 일지 - 제42호

2013년 1월 31일

   

황 주 홍(민주당, 전남 장흥강진영암)

   

민주당은 이제 국민과 화해해야 한다

   

민주당 대선후보로 확정(9월16일)된 다음날인 2012년 9월 17일 문재인 후보는 아침 일찍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참배했다. 문후보는 이승만, 박정희를 비롯한 여러 전직 대통령들의 묘소 참배는 하지 않고, 오직 김대중 전 대통령 묘소만 참배했다. 그 이틀 뒤인 9월 19일 대선 출마 입장을 발표한 안철수 후보 역시 다음날인 9월 20일 국립현충원을 찾았다. 안후보는 이승만 박정희 김대중 묘소를 차례로 참배했다. 이 보다 앞선 8월 20일 새누리당 후보로 선출된 박근혜 후보도 8월 21일 국립현충원을 찾았었다. 박후보 역시 이승만 박정희 김대중 묘소를 차례로 참배했다.

   

나는 이 사건(!)을 예사롭게 넘길 수 없었다. 세 후보의 상이한 정치철학과 가치관의 결과이었겠지만, 여기엔 그 이상의 정치적 함의가 있다고 직감했던 때문이었다. 세 후보가 국민(유권자)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인식하고 있는가가 극적으로 드러나 있었던 것이다. 이 세 후보들의 마음속에 ‘나의 이런 행보가 국민 또는 유권자들의 눈에 이러이러하게 비칠 것이다.’는 판단과 계산 하에 참배에 임했을 것이 틀림없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나는 민주당 사람으로서 ‘아, 우리 문재인 후보가 국민들을 저렇게 보고 있고, 저렇게 표 계산을 하고 있구나!’하는 직감적 판단을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나는 ‘아, 이건 아닌데…’하는 작은 한숨을 내쉬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연이어 ‘아하, 이번 대선 역시 어렵겠구나…!’하는 칠흑같은 예감으로 종일 마음이 무거웠던 기억이 지금도 새롭다.

   

민주당은 언필칭 60년 역사를 자랑하고 내세우고 있다. 그렇다면 60년 역사와 전통의 본질(에쎈스 또는 kerygma)은 뭘까? 뭐라고 할 수 있을까?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중도개혁주의 정당,” 그것이 민주당 60년 역사의 정체(正體)이자 정체성(identity), 그 자체가 아니겠는가? 그런데 바로 이 ‘중도개혁주의’와 ‘자유민주주의’가 어느 날 소리없이 민주당의 헌법인 정강에서 삭제되어 버렸다. 의원총회나 당무위원회나 중앙위원회 같은 곳에서 정당성과 필요성에 대한 논의 한번 없이 슬그머니 사라져버렸다. 그러면서 민주당 내에선 “담대한 진보”론이 느닷없이 그리고 거침없이 제기되기에 이른다. 사실 지난 60년의 민주당 역사에서 ‘진보’라는 단어는 오히려 금기시되던 어휘였다. 진보라는 단어는 무언지 모르게 조봉암의 진보당을 연상시키는 것 같았고, 반공이 국시(國是)라던 군부 권위주의의 이념적 올가미에 전전긍긍했던 트라우마도 있고 해서 한국야당 ‘국어사전’에서 진보라는 낱말은 사실상 사용금지 되어오고 있었다.(※ 민주당 정강이 진보로 급선회하고, 담대한 진보론이 민주당 지휘부의 단골 ‘18번’이 된 배경과 과정은 분명히 되짚어져야 하지만, 일단 여기서는 생략한다.) 민주당의 담대한 좌편향 또는 이데올로기 재조정의 구체적 결과물들은 곧이어 통합진보당과의 선거연대,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침묵, 제주해군기지, 연평도 포격사건, 천안함 침몰사건, 한·미FTA 전면 재검토… 등등으로 이어지게 된다.(※ 지금의 국민들에게 ‘진보’의 어감이 부정적이라는 사실을 알고나 있는지 궁금하다.)

   

지난 4·11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새누리당을 누르고 제1당이 되리라는 전망은 당시의 지배적 상식이었다. 민주당이 선전하면 제1당을 넘어 과반의석인 150석 이상을 석권할지도 모른다는 전망까지 나오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우리는 당시 한명숙 당권파의 갈지자 형 공천과 ‘선거혁명’이라고 밀어붙였던 모바일 경선의 엄청난 후유증(광주 동구의 경선 참상을 기억하시는가), 제주 해적(海賊)기지 발언, 관악구 이정희 진보당 후보의 부정경선, 노원구 김용민 후보의 막말파동, 이 모든 것들을 담대하게 껴안으려했던 민주당 지도부의 담대한 오만들이 겹치면서 민주당은 겨우 127석을 건지면서 완패하고 말았다.(※ 그런 뒤, 민주당은 단 한 번도 그 총선패배에 대한 논의와 평가를 해본 사실이 아예 없다. 세계 정당사에서 찾아보기 힘든 희한하고 어이없는 일이다.)

   

민주당은 “127석도 대단한 거다”라며 오히려 2위한 것을 대견해 하는 분위기였다. 그 뒤 한명숙 대표를 지탱했던 당권파들은 이른바 이해찬 박지원 담합(어떤 이들은 이해찬 박지원 문재인 3자 담합이라고도 주장했었다)을 통해 당권을 다시 장악하고, 그 여세로 대선경선에서 문재인 후보를 민주당 후보로 확정(9월16일)한다. 이 과정에서 손학규 후보를 비롯한 경선후보들이 모바일 경선의 폐해를 제기하며 경선을 거부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있었지만, 이박문 삼각연대는 그런 항의를 가볍게 일축하며 경선을 강행했고, 당내에 돌이키기 힘든 깊은 상처를 남겼다. 4월 총선 때 분노의 극에 달했던 모바일 후유증이 대선후보 경선과정에 그대로 답습 재현되었다.

   

지난 12월 19일 대선은 어떤 선거였는가. 각종 여론조사 결과 60% 안팎의 국민들이 “정권교체를 바란다,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고 응답하고 대망하던 그런 대선 환경이었다. 이명박 정부의 실정과 이명박 정부를 심판해야 한다는 국민적 분노가 야권에 의한 정권교체의 필요성과 필연성을 부여해 주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9월 19일 안철수 후보가 대선출마를 선언하며 대권 레이스에 뛰어들기 전까지 ‘박근혜 대세론‘은 질풍노도와 같은 것이었다. 안철수 후보가 대선출마 선언을 하기 전까지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은 박근혜 후보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한심한 수준이었다. 문재인 안철수 두 후보의 ’아름다운 단일화‘만이 야권승리의 방정식이라는 것이 당시의 기본상식이었다. 그러나 11월 23일 밤 안철수 후보의 갑작스런 후보 사퇴로 아름다운 단일화는 물거품이 되고, 문재인후보는 ’상처뿐인 단일화 후보‘가 되었다. 그리고 60% 국민들이 정권교체를 희망했던 그 선거에서 우리는 고작 48%를 득표하면서 또다시 완패하고 말았다.

   

경영학자들은 성공한 기업과 실패한 기업들을 사례연구하면서 ‘성공경로(success –path)’와 ‘실패경로(failure-path)’를 얘기한다. 성공한 기업들을 주욱 들여다 봤더니 그들은 공통된 경로를 밟았더라는 얘기이고, 실패한 기업들도 거의 모두 비슷한 경로를 거치며 붕괴에 이르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경영학자들은 성공하려면 성공경로를 밟아가야 하고, 실패하려면 실패경로를 밟아 가면 된다고 조언하고 경고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길 수 있었던 4월 총선에서 실패 경로를 밟으면서 완패했고, 질 수 없었던 12월 대선에서도 거의 동일한 실패경로를 반복적으로 밟으면서 48%로 주저앉고 말았다.(※ 지금의 민주당은 절망감에 휩싸여있다. 그렇다고 5년 뒤에조차 절망적이진 않다. 지금까지 걸어온 실패경로를 이탈해서 이제 새롭게 성공기업들이 걸었던, 승리한 정당들이 걸었던, 바로 새누리당이 걸었던 성공경로로 진입해서 걸어가면 되는 것이다. 해답은 경로 변경이다. 문제는 경로 변경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선택과 결단에 있다.)

   

세계의 거의 모든 나라들이 10년에 한 번씩 총인구조사(인구센서스)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그렇다. 10년에 한 번씩 대한민국의 인구학적 온갖 통계가 새롭게 수집되고 분류되어 나라의 주요 참고 지표가 된다. 미국에서는 이 인구센서스를 토대로 435석의 연방 하원의원의 주별 배당 의석수를 재조정하곤 한다.

   

우리 민주당에 이런 제안을 하고 싶다. 우리도 5년마다 한 번씩 국민 정치의식 센서스를 실시해보자는 거다. 우리 국민들의 정치의식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를 정기 관찰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그에 따라 민주당의 진로와 경로를 그대로 재설정하자는 것이다. 정치는 국민을 보고 하는 것이다. 국민은 늘 변화하고 이동한다. 따라서 정치도 늘 이동하고 변화해야 한다. 국민이 보편적 복지와 경제민주화로 이동하면 우리도 같이 이동하는 것이다. 국민이 진보 쪽으로 옮겨가면 우리도 그리로 옮기는 것이고, 중앙과 중도로 이동하면 우리도 중원을 두텁게 구축하는 것이다. 국민은 변하는 데 우리만 불변고정이어선 결코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없다. 국민일반의 정치적 의식수준과 민주당의 정치 이념적 지향 사이에 간극과 불일치가 클수록 우리의 선거승리 가능성은 가물가물해진다. 이것은 불변의 abc다. 국민을 우리 쪽으로 불러오려 해선 안 된다. 우리가 국민쪽으로 가야 한다. 이른바 친노로 불리우는 민주당 당권파(노멘클라투라, Nomenklatura)는 이 기본 중의 기본을 가벼이 하면서, 국민여론을 무시하거나 경시하거나 일축한 사례들이 너무 많았고, 그래서 국민여론에게 무수히 많은 ‘잔 펀치’들을 허용했고, 그 결과 가랑비에 옷 젖듯 선거마다 허무하게 패배하곤 했다.

   

친노 패권주의란 표현이 실체가 있는 것일까? 많은 이들이 그렇다고 느끼고 있다. 그러면 실체가 있는 것이다. 정치는 영원불변의 ‘한 개의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아니다. 오히려 정치는 여러 개의 동시대적 ‘정답들’을 구성해 가는 것이다.(요컨대, 국민들이 민주당내 패권파가 있다고 느끼고 있다면 있는 것이다. 그 존재와 토대 위에서 논의를 해야 ‘정치적 논의’를 할 수 있다. 철학적 논의가 아니다. 국민의중(국민여론)을 찾아내고 발견해 가는 것이다.)(※이것이 민주당을 포함한 한국정당들이 아직 덜 익숙하고 잘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대목 같기도 하다.)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있을 때 나는 『지도자론』(2002년, 건국대학교 출판부)을 집필하면서 잠시 충격에 빠진 적이 있었다. 우리 국민들에게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존경하는 지도자가 누구냐고 했는데, 1위가 박정희, 2위가 세종대왕, 3위가 이순신 장군으로 나와 있는 것이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박정희 군부독재시절 대통령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육군교도소에서 1년간 복역한 일도 있고, 유신시절 수배도 받고 끌려도 가고 정기적으로 정보과 형사에게 동향 점검도 받아야 했던 터여서 박정희라던가 군부라던가 유신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질 수 없었던 사람이었다. 그런 나에게 박정희가 세종대왕이나 이순신보다 더 위대한 지도자로 평가되고 있다는 것은 문자 그대로 충격이었다. 1996년의 공보처 조사결과 뿐만 아니라 2001년의 국정홍보처 조사에서도 동일한 거였다. DJ정부의 국정홍보처 조사에서도 그렇게 나왔으니 더 할 말도 없었다. 난 충격을 받았고, 여기서 ‘살아남으려면’ 내가 생각을 바꿔야지 내가 무슨 수로 국민들의 생각을 바꿀 수 있겠느냐, 아니, 내가 국민의 생각을 바꿀 수 있다손 치더라도 국민이 내가 생각하는 쪽으로 옮겨와야 한다는 과학적 정당성도 없는 게 아니냐 하는 ‘혼란’을 겪었다. 그러면서 나는 내가 동시대 대한민국 국민들과 ‘화해’의 길을 걸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나는 JTBC, 채널A, TV조선 등의 이른바 ‘종편’에 출연한다. 대부분의 민주당 의원들은 종편 출연을 거부하거나 고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대략 20~30여명 정도만이 가끔 종편에 출연하고 있다고 들었다. 어느 날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했을 때였다. 당시 원내대표께서 “일부 의원들이 종편출연하고 있는데, 이것은 당론 위반이다.”라는 취지 발언을 했다. 그때 참석자가 10여명 됐었는데, 가만 둘러보니 종편 출연자는 나밖에 없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내키지 않았지만 나는 한 마디했다. 이런 취지였다. “종편 출연금지가 어떻게 당론일 수 있느냐. 그런 당론 들어본 바 없다. 집권을 하겠다는 대중정당인 우리 민주당이 덧셈의 정치는 고사하고, 어찌 이렇게 뺄셈 정치만 하고 있는 거냐. 새누리당에서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에 기고하거나 좌담회 참석하면 안된다는 당론이 있다는 얘기 들어보지 못했다. 평양이나 개성은 가겠다면서 (종편이 있는) 서소문이나 세종로는 가지 말아야 한다는 발상을 이해할 수 없다. 종편의 출범 과정에 반대했기 때문에 종편 출연을 금지해야 한다면, 정권 출범이 부적절했던 북한 정권과는 어떻게 대화할 수 있겠는가.” 그러면서 당시 원내대표와 나는 당론으로서의 적절성 여부를 의원총회에서 토론에 붙여보자고 얘기하기까지에 이르렀었다. 아마 작년 7, 8월경이었을 것 같으니 이해찬 박지원의 서슬이 한창 퍼럴 때였다.

   

재미있는 변화가 지금 당내에 일어나고 있다. 민주당 대선 패배의 여러 원인들 중에 ‘종편 방치’도 들어있다는 반성적 지적들이 일고 있는 것이다. 여러 자리에서 적지 않은 의원들에 의해서, 뾰족한 근거도 없이 종편을 민주당이 거부하는 바람에 대선 과정에서 종편이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의 독무대가 되어버렸다는 자기반성이 당내에서 일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는 당시의 원내대표조차 종편 출연금지 당론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공개발언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형편이니 종편 출연금지 당론은 사실상 무력화되거나 해체된 셈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종편 출연금지 당론이 무력화되거나 해체되었다는 사실에 있지 않다. 지금의 관점에서 말도 되지 않는 당론이라는 것이 어떻게 해서 불과 4,5개월 전에 그토록 서슬 퍼렇게 당론으로서 위세를 떨칠 수 있었고, 한 사람 한 사람이 헌법기관이라는 국회의원들을 어떻게 그토록 꼼짝달싹할 수 없게 만들어버렸던가 하는 문제를 진지하게 살펴보는 일이 정말 필요하고 중요하다.(※ 이 시대착오적 당권 질서의 해체없는 민주당내 민주화는 무의미하다는 것이 적잖은 이들의 생각이다.)

   

이승만 묘소와 박정희 묘소를 참배하지 않는 것, ‘문재인식 정치’라고 할 수 있다. 이해할 수 있고 수긍할 수도 있다. 종편 출연금지 당론, ‘친노 당권파적 노선’이라고 할 만하다. 이해할 수 있고 설득력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을 알아야 한다. 우리는 운동권이 아니다. 시민사회도 아니다. 우리는 집권 여부와 상관없이 움직이는 이념정당도 아니다. 민주당은 대중정당이다. 대중정당을 영어로는 ‘catch-all party’라 부른다. 문재인식 정치와 친노 당권파적 노선으로 우리의 선명성을 부각시킬 수 있을지는 몰라도, 대중(국민일반 또는 유권자)들의 지지와 호응을 얻을 순 없다.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보다 더 위대하다고 믿는 박정희 대통령의 엄연한 존재와 위상을 마치 존재하지 않았던, 없었던 사람인 것처럼 무시하고 가겠다는 문재인식 근본주의와 친노적 청산주의로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

   

우리는 국민을 일깨우는 계몽가들이 아니다. 우리는 이 나라 정치의 시종(始終)이며 전부이며 명제 그 자체인 국민들의 처분에 종속될 수 밖에 없는 후보자들과 출마 예정자들이다. 문재인식 정치로 한국을 이끌 수 있다거나 친노 당권파적 노선으로 이 나라를 변경하거나 접수할 수 있다는 생각은 거대한 착각이었다는 것이 지난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이 민낯으로 생생히 보여주었다. 문재인식 정치와 친노 당권파적 노선은 이미 국민들의 눈 밖에 나버렸다. 이제 민주당은 이 지극히 엘리트주의적이고 귀족주의적인 미몽에서 깨어나야 한다. 민주당은 이제 국민과 화해해야 한다.

   

민주당의 길잡이가 김대중인가? 민주당의 푯대가 노무현인가? 민주당의 등대가 문재인인가? 천만에다. 국민정당인 한에 있어서, 민주당의 정신과 좌표는 다른 데 있다. 민주당의 존재의의는 국민에 있다. 민주당의 척도는 국민이다. 민주당의 기준도 국민이다. 그리고 그 국민은 늘 그리고 무조건 옳다. 국민은 비록 틀렸을지라도 옳다.

   

황석영의 슬프지만 아름다운 대서사 장편소설에 『오래된 정원』이 있다. 출중한 논리와 투철한 의식으로 불우한 시대를 이끌었던 당대의 운동권 지식인 주인공 오현우는 광주 5·18운동 뒤 오랜 수배과정 끝의 불심검문으로 체포되어 20년 가까운 옥고를 치르게 된다. 피신해 왔던 현우를 숨겨주었던 당시 미술교사 한윤희는 현우의 아이를 낳고 기르며 20년 가까운 세월동안 현우를 기다리다 병으로 서서히 죽어가고 있었고, 죽음을 앞둔 윤희는 석방되어 나올 현우에게 일기 형식의 길고 긴 유서를 남기면서 이 대작은 끝을 맺는다. 한윤희가 오현우에게 남겼던 메시지의 핵심은 화해였다. 시대를 앞서 이끌고자했던 주인공에게 그 동시대와 화해하라는 마지막 당부였다. 나는 오늘 우리 민주당의 많은 현우들에게, 시대에 앞서 고뇌하고, 시대를 이끌었고, 시대의 불의에 맞서 투쟁을 선도했던 민주당의 선구자들에게 한윤희가 했던 마지막 유언을 꼭 다시 들려주고 싶다. 「우리가 지켜내려고 안간힘을 쓰고 버티어왔던 가치들은 산산이 부서졌지만 아직도 속세의 먼지 가운데서 빛나고 있어요… 당신은 그 안(교도소)에서 나는 이쪽 바깥에서 한 세상을 보냈어요. 힘든 적도 많았지만 우리 이 모든 날들과 화해해요. 잘 가요. 여보. 1996년 여름, 당신의 윤희.」

   

[출처] 한 초선 일지 - 제42호 2013.1.31|작성자 황주홍

IP : 210.95.xxx.186
1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혜안?..
    '13.2.15 11:29 AM (219.249.xxx.19)

    민주당이 국민으로부터 외면 받는 이유가 바로 이런 작자 때문....

  • 2. ...
    '13.2.15 11:30 AM (210.95.xxx.186)

    장문이지만 글이나 다 읽어보길...

  • 3. 아~ 그래서
    '13.2.15 11:38 AM (219.249.xxx.19)

    대선기간동안 지역구 내려가 선거운동 제대로 한번도 안햇군요.
    정청래 의원 트윗에 언급된 사람맞죠?..이 사람
    새누리의원들 아무리 티격태격해도 선거중에는 집안 싸움 딱 멈추고 선거운동 올인하는거나 좀 배우라 하세요.

  • 4. 참맛
    '13.2.15 11:40 AM (121.151.xxx.203)

    한날당으로 가야 맞는 사람인데.

  • 5. 이사람이랑
    '13.2.15 11:42 AM (1.217.xxx.250)

    선거기간 내내 조용했던
    우리동네 국회의원 다 기억하고 있어요

  • 6. 어머
    '13.2.15 11:47 AM (219.251.xxx.5)

    이 사람 새누리의원 아니였나요??
    민주당의원이라는 게 놀랍네요~~

  • 7. ㅎㅎ
    '13.2.15 11:53 AM (210.216.xxx.209)

    그쪽이면 날로 먹었겠구만 지랄은 ㅋ

  • 8. 흠..
    '13.2.15 11:58 AM (218.237.xxx.215)

    혜안이라...
    이런 놈들 땜시 민주당이 인기가 없는 것을 모르는건지.

  • 9. 혜안 ? 2222
    '13.2.15 12:03 PM (184.148.xxx.115)

    문장 하나하나가 속이 훤하게 들여다 보이네요

    남을 속이려는 사람들은 진실이 보이지 않는 법이랍니다

  • 10. ㅈㄹ...
    '13.2.15 12:14 PM (14.34.xxx.23)

    웃기고 앉았네....

  • 11. ***
    '13.2.15 12:48 PM (1.217.xxx.251)

    왜 슬픈 예감은 틀린적이 없는걸까...
    다른글에 노회찬,이정희,김대중 원글까지
    원글님 바쁘시네요

  • 12. 혜안???333
    '13.2.15 12:51 PM (221.140.xxx.12)

    뭐가 어디가 혜안씩이나 된다고요?
    "친노 패권주의란 표현이 실체가 있는 것일까 ? 많은 이들이 그렇다고 느끼고 있다 . 그러면 실체가 있는 것이다 ." 이 무슨 초딩식 이단논법이에요? ㅋㅋㅋㅋ 참 화도 안 나고 웃음만...
    노통과 DJ는 청산 안 했다고 통합 정치 폈다고 같은 편 내치는 거냐며 화내고, 문재인은 자기 편을 보다 잘 아우르고 자기 신념의 정치를 하려 하니 통합에 걸림돌이라 화내고.. 니들은 어차피 딴지 걸 준비만 하고 있잖아!

    "지금의 국민들에게 ‘ 진보 ’ 의 어감이 부정적이라는 사실을 알고나 있는지 궁금하다 " 이건 무슨 또 개 풀 뜯어먹는 소리? 그 국민은 새누리 지지하는 국민? 언제 새누리 지지하는 30% 보고 선거했나?

    얼른 새누리당으로 고고. 이런 사람들을 빨리 정체성 드러내는 게 돕는 거.

    뺄셈의 정치를 하자는 게 아니에요. 아닌 것에 대한 꼿꼿한 자기 잣대와 의지가 있어야 옳은 것을 더 값지게 지킬 수 있기 때문이에요. 이승만 박정희식 비리 독재 정치가 제대로 청산 안 됐기 때문에 이 모양 이 꼴이란 생각은 안 하고 다시 그 모양을 답습 안 하는 걸 지적하는 이 멍청이 무리수가 민주당 초선의원의 한 자화상인가요?

    이긴 것은 무조건 옳고 진 것은 틀렸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저 악설에 씁쓸합니다.
    자기 자식에게도 그렇게 가르치는지 과연.

  • 13. 황주홍은
    '13.2.15 12:53 PM (112.151.xxx.163)

    대선기간 내내 자기이름 알리기는 성공했어요. 물론 노이지마케팅. 아주 새누리 스럽죠.

  • 14. green
    '13.2.15 2:09 PM (119.202.xxx.166)

    바른 문재인님이 너~무 아깝다............아까워....

  • 15. 웃기네요
    '13.2.16 12:43 AM (218.238.xxx.188)

    이사람 이름 기억하고 있어야겠어요. 다음에 새누리로 이동하거나 민주당 이름으로 나오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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