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솜씨가 없어서 제 마음이 잘 전달될 지 모르겠네요..
남편을 처음 봤을때..
말은 없지만 제 말은 참 잘 들어주었어요
경청한다는게 이런 느낌이구나 하고 생각했지요
여자를 만나본 경험이 별로 없어서
여자하고 뭘 해야하는지는 몰라도 내가 하자는건 다 들어주던 사람..
19살때부터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향해 꾸준히 정진하여 자기 일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사람..
미래에 대한 조급함이나 걱정이 전혀 없더군요
이십대때의 불꽃같은 열정은 아니었지만 편안한 느낌으로 결혼까지 했습니다
저는 가난한 집에서 자라서 대학때부터 알바를 몇개씩 해왔고 생활비로 보태고 나면 없는 그런집이었어요
학창시절부터 옷이나 가방 이런거 사고 싶은 욕구조차 지긋지긋한 가난으로 생각도 못해봤구요
제가 기억하는 대여섯살 시절부터 가난했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내성?이 생겼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어려워지니까 견디기가 힘들었어요
학교 졸업후 본격적으로 돈을 벌기 시작할때부턴
더 가세가 기울어서 집도 날아가고 제가 번돈으로 월세방 얻어서 살고
가족은 모두 흩어지고 그랬어요..
버는 돈은 한정되어 있는데 부모님은 신용 불량자에 집에는 빚쟁이들 몰려오고
전기요금,수도요금 내라고 분명히 돈 드렸는데 나중에 보면 몇달씩 연체되어 끊긴다고 통지서 날아오고..
도저히 감당이 되지 않아서
엄마한테만 미리 얘기하고 독립했어요
가족을 철저히 버려야 제가 살 수 있는 상황~
글로 쓰려니 간단한데 이 상황이 수년간 지속되었어요
제 20대를 충분히 저당잡혔지요
그렇게 몇년동안 지독하게 돈 모아서 전셋집 마련하고, 하고 싶은 공부를 위해 사표내었어요
퇴직금으로 2년정도 공부할 생활비가 될 것 같아서 나름 계획된 사표였지요
공부한지 일년쯤 되었을까
동생이 사고쳤다고 엄마한테 연락받고 정말 너무한다 싶었습니다..
제 돈이 필요하단 얘긴데
그 돈을 줘버리면 저는요? 제 공부는요? 제 미래는요?
그때 정말 죽음을 생각했어요..
들어두었던 생명보험금이 얼만가하고 찾아보고 이 정도면 부모님 빚 다 청산할 수 있겠다 싶었고..
자살은 생명보험금을 탈 수 없으니 사고사로 위장하는 방법도 찾아보고요
지금 생각해도 그때의 저...불쌍했네요
한참을 방황하다 이 놈의 세상,,내가 억울해서라도 죽지 않겠노라고 다짐했습니다..
그렇게 또 시간이 흐르고
공부한게 잘 마무리가 되어 서른이 넘어서야 원하는 직업을 가졌어요
미래를 생각할 겨를이 없이 오늘 하루 사는게 힘들었던 저였던지라
제가 생각해도 냉정한 성격이 되었어요..
직장에서 승진도 했고 상사들은 제 업무처리 능력을 높이 쳐주지만
아래사람 입장에서는 저 같은 상사 힘들거 같아요
너무 칼 같아서요
부단한 노력으로 이 자리까지 왔고 힘들게 살았기 때문에 마음의 여유가 없는 것 같아요
저는 늘 동동거리며 살았고 가끔은 지금 가진게 없어질까봐 불안하고 그래요
그런데 남편은 그런게 전혀 없어요..
항상 허허 웃고 짜증나는 상황이어도 그럴 수도 있지,뭐,,그러고 말아요
시부모님도 성품 좋으시고 경제적으로도 좋으세요..
아들 딸들에게 하나라도 더 주고 싶어 하시고
며느리인 저에게도 인격적으로 대우해주시고 저의 그런 냉정한 성격도 장점이라고ㅜㅜ칭찬해주세요
그런 부모님밑에서 정서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지원을 팍팍 받고 자란 남편은 뭐랄까?
꼬인게 없달까요?
무슨 말을 하면 다 그냥 순수하게 받아들이고 기분 나쁠일이 없어요
저는 돈때문에라도 가족관계 자체가 힘들었었는데~
남편이나 시댁이나 그냥 항상 좋아요
싸우는게 뭐지? 기분 나쁜게 뭐지? 이럴 정도로요
아기를 낳으니 더욱더 웃을 일이 많아지고 저도 마음이 한결 푸근해졌고요
삶이 이렇게 편안하고 여유로울 수 있다는 것~
예전에는 미처 느끼지 못했습니다..
남편에게 참 고맙고 시부모님께도 정말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