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남편과 저의 소소한 이야기

푸른 하늘 조회수 : 2,540
작성일 : 2013-02-14 17:39:30

글 솜씨가 없어서 제 마음이 잘 전달될 지 모르겠네요..

 

 

남편을 처음 봤을때..

말은 없지만 제 말은 참 잘 들어주었어요

경청한다는게 이런 느낌이구나 하고 생각했지요

여자를 만나본 경험이 별로 없어서

여자하고 뭘 해야하는지는 몰라도 내가 하자는건 다 들어주던 사람..

19살때부터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향해 꾸준히 정진하여 자기 일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사람..

미래에 대한 조급함이나 걱정이 전혀 없더군요

이십대때의 불꽃같은 열정은 아니었지만 편안한 느낌으로 결혼까지 했습니다

 

저는 가난한 집에서 자라서 대학때부터 알바를 몇개씩 해왔고 생활비로 보태고 나면 없는 그런집이었어요

학창시절부터 옷이나 가방 이런거 사고 싶은 욕구조차 지긋지긋한 가난으로 생각도 못해봤구요

제가 기억하는 대여섯살 시절부터 가난했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내성?이 생겼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어려워지니까 견디기가 힘들었어요

학교 졸업후 본격적으로 돈을 벌기 시작할때부턴

더 가세가 기울어서 집도 날아가고 제가 번돈으로 월세방 얻어서 살고

가족은 모두 흩어지고 그랬어요..

버는 돈은 한정되어 있는데 부모님은 신용 불량자에 집에는 빚쟁이들 몰려오고

전기요금,수도요금 내라고 분명히 돈 드렸는데 나중에 보면 몇달씩 연체되어 끊긴다고 통지서 날아오고..

도저히 감당이 되지 않아서

엄마한테만 미리 얘기하고 독립했어요

가족을 철저히 버려야 제가 살 수 있는 상황~

글로 쓰려니 간단한데 이 상황이 수년간 지속되었어요

제 20대를 충분히 저당잡혔지요

 

그렇게 몇년동안 지독하게 돈 모아서 전셋집 마련하고, 하고 싶은 공부를 위해 사표내었어요

퇴직금으로 2년정도 공부할 생활비가 될 것 같아서 나름 계획된 사표였지요

공부한지 일년쯤 되었을까

동생이 사고쳤다고 엄마한테 연락받고 정말 너무한다 싶었습니다..

제 돈이 필요하단 얘긴데

그 돈을 줘버리면 저는요? 제 공부는요? 제 미래는요?

그때 정말 죽음을 생각했어요..

들어두었던 생명보험금이 얼만가하고 찾아보고 이 정도면 부모님 빚 다 청산할 수 있겠다 싶었고..

자살은 생명보험금을 탈 수 없으니 사고사로 위장하는 방법도 찾아보고요

지금 생각해도 그때의 저...불쌍했네요

한참을 방황하다 이 놈의 세상,,내가 억울해서라도 죽지 않겠노라고 다짐했습니다..

 

그렇게 또 시간이 흐르고

공부한게 잘 마무리가 되어 서른이 넘어서야 원하는 직업을 가졌어요

미래를 생각할 겨를이 없이 오늘 하루 사는게 힘들었던 저였던지라

제가 생각해도 냉정한 성격이 되었어요..

직장에서 승진도 했고 상사들은 제 업무처리 능력을 높이 쳐주지만

아래사람 입장에서는 저 같은 상사 힘들거 같아요

너무 칼 같아서요

부단한 노력으로 이 자리까지 왔고 힘들게 살았기 때문에 마음의 여유가 없는 것 같아요

저는 늘 동동거리며 살았고 가끔은 지금 가진게 없어질까봐 불안하고  그래요

 

그런데 남편은 그런게 전혀 없어요..

항상 허허 웃고 짜증나는 상황이어도 그럴 수도 있지,뭐,,그러고 말아요

시부모님도 성품 좋으시고 경제적으로도 좋으세요..

아들 딸들에게 하나라도 더 주고 싶어 하시고

며느리인 저에게도 인격적으로 대우해주시고 저의 그런 냉정한 성격도 장점이라고ㅜㅜ칭찬해주세요

그런 부모님밑에서 정서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지원을 팍팍 받고 자란 남편은 뭐랄까?

꼬인게 없달까요?

무슨 말을 하면 다 그냥 순수하게 받아들이고 기분 나쁠일이 없어요

저는 돈때문에라도 가족관계 자체가 힘들었었는데~

남편이나 시댁이나 그냥 항상 좋아요

싸우는게 뭐지? 기분 나쁜게 뭐지? 이럴 정도로요

 

아기를 낳으니 더욱더 웃을 일이 많아지고 저도 마음이 한결 푸근해졌고요

삶이 이렇게 편안하고 여유로울 수 있다는 것~

예전에는 미처 느끼지 못했습니다..

 

남편에게 참 고맙고 시부모님께도 정말 감사해요^^

 

 

 

 

 

 

 

 

 

IP : 118.221.xxx.224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우왕
    '13.2.14 5:53 PM (122.46.xxx.38)

    원글님 냉정하다고 했지만 따스함이 묻어나는 글이네요.
    늘 행복하기를...

  • 2. 긍정의 힘
    '13.2.14 6:09 PM (39.7.xxx.242)

    허허하는 남편이라고 모든 유형의 여자를 좋아하고 결혼까지하는건 아니겠죠.
    제 표현이 좀 이상한데, 결국 그런 긍적적인 남편을 만나신 것도 다 원글님 능력이고 복이란 얘기에요.
    원글님의 장점, 매력을 알기 때문에 두분이 결혼까지 하신거죠.
    전 집에서는 고생안하고 자랐는데 회사생활하면서 좀 힘들고..욕심이 강해서 제가 뜻한바가 안되면 심한 자책과 느끼곤 금새 주저않아서 세상을 욕하는 못나고 꼬인 인간이였어요. 알고보면 그정도면 나름 성공한 삶인데...
    그러던 중 남편을 만났는데 절 처음에는 너무 좋아하다가 곧 절 차버리더라구요. 인간관계가 이해력부족에 부정적이라고
    저도 처음부터 남편이 너무 좋았는데..그 이유가 저와같이 않아서.. 뭐든 당당하고 애정표현 많이하고..
    남편은 어려서는 가난해서 엄청 고생하다 공부잘해서 좀 풀린경우인데 참..밝아요.
    이런 사람이 결단력은 강해서 아닌건 아니라고 헤어지려고해서 매달려서 제가 맘고생한거...격렬히 싸우기도 엄청!!
    지금은 저도 남편이 바라는 애정표현도 늘었고 이해력도 조금은 깊어지고...
    원글님 글을 읽고 경우는 좀 다른 듯하지만 전 나름 공감대가 느껴져 얘기만 늘어놨는데...
    사람의 마음먹기..특히 긍정적으로 사는게 얼마나 중요하고 행복을 느끼는 최고의 방법인지 깨닫고 있습니다.

  • 3. 푸른하늘
    '13.2.14 6:10 PM (118.221.xxx.224)

    네? 결혼한지 몇년만에 저도 따스하단 얘길 다 듣네요^^
    친구들조차 냉정하다고 하는데요..
    윗님,,고맙습니다^^

  • 4. 긍정의 힘님
    '13.2.14 6:21 PM (118.221.xxx.224)

    님 말씀처럼 다른 듯? 하지만 저도공감이 되네요
    남편이 순한 성격이라 거절같은거 잘 못하는데 제가 그런거 다 처리?하거든요
    그러니 시부모님께서 일면만 보시고 칭찬하시는거고요^^

    긍정적이고 밝은 기운이 님이나 저에게도 뻗쳐서 변화되는것 같은 느낌?
    좀 웃기긴 한데 우울함도 전해져 오듯이 밝은 기운도 전해져 와서 님이나 저도 좋은 사람이 돼 가나봐요
    재밌네요^^

  • 5. ㅎㅎ
    '13.2.14 6:26 PM (88.74.xxx.14)

    아이디가 맘에 들어 글 클릭했는 데, 기분 좋아지는 내용이라 제가 다 감사합니다.
    푸른하늘 노래 찾아 들어봤야겠어요.^^
    앞으로도 계속 즐겁고 신나는 인생 사시길.

  • 6. ㅎㅎ님
    '13.2.14 6:36 PM (118.221.xxx.224)

    요즘 애기 잘때 '푸른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엔 계수나무 한나무 토끼 한마리~'
    이거 항상 불러 주거든요
    툭치면 그냥 푸른하늘 은하수~ 요렇게 나와서요
    아이디로 한번 써봤어요
    원래 제목이 반달이던가요?^^

    저도 푸른하늘 노래 좋아하는데,,애기땜에 맨날 동요만 듣고 부르고 있어요

  • 7. ...
    '13.2.14 6:52 PM (14.46.xxx.201)

    남편과 소소한 이야기
    은근히 감명 있네요. 잘 읽었어요. 원글님 감사...
    밝게 사시는거 같아 저도 좋네요

  • 8. 아줌마님
    '13.2.14 7:00 PM (118.221.xxx.224)

    저한테는 좋은 남편이고 천생연분인것 같아요..
    하지만 철저히 남편입장에서만 보자면~
    좀 피곤한 스타일의 부인이 아닐까 해요
    어떨때는 사실 좀 안됐어요ㅜㅜ

    저희 친정은 그때보단 나아졌지만 시댁과 비교해서는 여전히 어렵고..
    남편도 신경쓸일이 좀 있었거든요
    어쨌든 칭찬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32943 3월 26일 경향신문, 한국일보 만평 세우실 2013/03/26 429
232942 고3에게 지금 떡주는 것,너무 이른가요? 11 중학생맘 2013/03/26 1,514
232941 머리 아파오는 명절 또는 기제사 문제. 4 리나인버스 2013/03/26 1,138
232940 청산도 다녀오신 분들 팁좀 주세요. 3 여행 2013/03/26 2,768
232939 나이들수록 예민해져요.ㅜ.ㅜ 12 40줄 2013/03/26 2,935
232938 용기와 격려, 부탁드려요.작은 국수집을 오픈합니다. 32 수풀林 2013/03/26 3,140
232937 신랑이 헬리코박터균약을 먹는데 곧 시험관을 해요.. ㅇㅇ 2013/03/26 823
232936 화장 잘하시는분..헬프미요 애교살 2013/03/26 790
232935 쌍꺼풀 지울수 있을까요? 1 다크써클 2013/03/26 1,067
232934 이런경우 어떻게 해야 하나요? 1 미소 2013/03/26 509
232933 씨네타운 나인틴 들으시는 분? 1 개비 2013/03/26 1,361
232932 마늘장아찌가 너무 많아요.. 활용할수 있는 방법 있을까요? 4 마늘장아찌 2013/03/26 1,264
232931 갑자기 드는 생각 시월드는 싫다면 친월드는 좋아해야 할까요? 17 리나인버스 2013/03/26 3,171
232930 약국이나 백화점에서 뭘살까요? 1 프랑스 2013/03/26 491
232929 어머님이 해주신 음식이 짤때... 8 딸기파이 2013/03/26 1,879
232928 줄기세포배영액으로 만들었다는 루비셀-효과 어떤가요? 4 믿어 2013/03/26 13,269
232927 아이가 양말신고 목욕탕욕조로 들어오는거요 15 아이가 양말.. 2013/03/26 3,126
232926 인터넷 쇼핑몰 rndrma.. 2013/03/26 443
232925 지금 여행중인데 남편 얼굴이... 6 어쩌죠 2013/03/26 3,770
232924 논리와 감정의 차이점 때문에 고생했던 어린시절 얘기 리나인버스 2013/03/26 609
232923 슬라이드방식의 USB 불편하지 않으신지요.. 1 /// 2013/03/26 675
232922 김치 냉장고 뚜껑식 +서랍 하나 로 된것도 있나요? 7 삼성 2013/03/26 953
232921 공감합니까?? 2 공시 2013/03/26 605
232920 간단히 해먹을 음식 추천좀 해주세요^^ in canada!!! 32 맛있는한식!.. 2013/03/26 3,300
232919 나한테 없는 것만 보여요 6 아나 2013/03/26 9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