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4학년 딸아이 얘기입니다. 아이가 감수성이 풍부하고 예민한 편이어서 울기도 잘하고 상처도 쉽게 받는 편이라 키우면서 참 많이 조심스러웠는데요.
하지만 친구 좋아하고 노는걸 좋아하는 아이아 친구 관계는 원만한 편이에요. 인기도 꽤 많은지 여자 아이들끼리 서로 친구하려고 싸운다는 말도 건너 건너 들었었구요.
그런데 1학기 끝나갈 무렵 짝이된 남자 아이가 있었는데 그 아이가 좀 산만하고 장난이 심하기로 유명하더라구요. 그 아이와 짝이 된 이후로 끊임없이 저에게 호소하더군요. 놀리는건 다반사고 어깨를 치고 도망가기 일쑤고 정말 아무 이유없이 갑자기 다가와서 그런대요. 지금은 짝도 아니라서 꽤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쉬는 시간이면 어김없이 찾아와서는 트집을 잡는다고 해요.
이제 이틀있으면 봄방학이고 좀만 참아라..참아라..정말 2학기 시작되고 부터 계속해서 아이의 컴플레인이 계속되고 있음에도 저는 그냥 참아라. 하곤 했죠. 아니, 최근엔 너도 참지말고 같이 놀려라. 때리면 선생님께 말씀드려라. 근데 선생님께도 몇번을 말씀드렸지만 그냥 건성으로 듣는건지 앞으로 싸우지 마라..그러곤 만대요. 그래서 이제는 일르지도 않는다고 하네요.
한번은 너무 화가나서 세게 꼬집었대요. 그랬더니 울 아이를 세게 때리는 바람에 넘어져서 울었다고도 하고. 꼬집거나 받아치면 더 세게 나오니깐 그러고 싶지도 않다고 하네요. 오늘도 집에 오자마자 울면서 더이상은 참을 수 없다고. 내일은 여자 아이들 불러서 한꺼번에 복수하겠다면서 서럽게 우는데.
이제 겨우 이틀남았으니 그냥 조금만 견디라고 하면서도 이게 바로 학교 폭력의 일종이 아니었을까..싶은 생각이 번뜩 나더군요. 처음엔 그냥 남자아이들 유난히 장난 심하고 또 좀 맘에 있는 여자 아이 놀리는게 남자 아이들의 특성이려니.. 그 아이가 울 아이한테 관심이 있나..좋게 좋게 넘어가려고 했고 울 아이더러 참으라고만 했는데.
혹 이게 학교 폭력의 일종이 아닐까..싶은 생각이 번뜩 들더라구요. 아이가 호소했을때 아이한테만 참으라던가, 별일 아니라고 무심히 지나치는 바람에 아이는 어디에도 호소할데가 없어 침묵하다가 결국엔 자살에 이르게 되는..
물론 이 일이 그렇게까지 심각한 사안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아이가 엄마에게 컴플레인 했을때는 도와달라는 표현이었을텐데 제가 너무 소극적으로 대처한거 아닌가 싶은 생각에 아이한테 새삼 미안해 지더군요.
이제 정말 이틀남았으니 조금만 견디면 되겠지..가 아니라 혹 또 같은 반이 되면..
차라리 담임선생님께 지금이라도 알려야 하는거 아닌지. 그래서 같은 반이 되지 않도록 부탁드려야 하는지..무엇보다 이일 역시 학교폭력의 일종이 확실한지.. 엄마로서 판단이 서지 않습니다.
그것도 아니면 아이가 내일 여자 아이들 여럿을 불러서 함께 그 아이에게 대적해 보겠다는데 그러라고 해야 하는건지..
아.. 아이키우기 정말 힘드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