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아르바이트 하면서 토익점수도 따고, 스펙도 쌓았는데 국내 대학 출신자는 채용대상이 아니라니 어처구니 없다."(서울 00대학 2013년 졸업 예정자) -"해외에서 졸업장 딸려면 학비, 숙식비 등으로 수억원이 들어 자산가가 아니고선 엄두도 못낸다. 국내 최대 은행에서 해외소재 대학 출신자만 공채대상에 포함시켰다는 건 현대판 음서제다."(서울 00대학 2013년 졸업예정자) 청년실업 이 사회적 문제로 부각하고 있는 가운데 KB국민은행이 올해 신입행원을 채용하면서 자격조건을 해외소재 대학 졸업(예정)자로 제한해 논란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2013년 신입행원 해외채용'공고를 내고, 해외 소재 대학 졸업자에 한해 지원서를 받고 있다.
지원서 마감은 오는 20일 오전 10시 (한국시간) 까지로 채용규모는 미국, 영국 등지에서 100여명이다.
이 은행은 올 상반기 국내 대학생 신입행원 채용은 고려치 않고 있다.
대개 은행권에서 해외인력을 모집하면 연간 채용인원의 5% 내외고 특히,'해외 할당제'를 실시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민은행의 신입행원 공채는 파격 그 자체다.
한편 국민은행은 지난해 하반기 '스펙 만능주의'를 없애기 위해 '통섭형 인재'인사정책을 천명했다.
당시 이 은행은 "역량과 자질의 향상보다 해외연수나 자격증, 토익성적 등 과도한 스펙경쟁으로 몰리고 있는 취업준비생에게 새로운 채용 트렌드를 제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신입행원 채용 자격조건을 해외 소재 대학 졸업자로 제한하면서 그간 은행권 취업준비를 해왔던 국내 대학 출신 학생의 박탈감이 클 것이라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현대판 음서제'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는 상황.
이와 관련 박병권 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은 "그동안 열심히 취업준비를 해온 국내 대학생들은 빼고, 외국 대학 출신자만 채용대상에 포함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사측은 국내 대학생을 포함한 공정한 공개채용을 실시하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실제 글로벌 담당 필요 인력은 10명도 채 안된다"면서 "일선 창구에서 근무할 직원까지 외국 대학 졸업자로 채우려는 행태는 난센스"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만약 사측에서 이를 계속 추진한다면 국가인권위원회 에 제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국민은행측은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전략"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조직 내부에서는 현실적인 인력운용과 괴리감이 있다는 게 중론이다.
실제 어윤대 KB금융회장이 취임하면서 최근 3년간 300여명의 해외 대학 출신자를 뽑았는데, 이들이 담당하는 업무는 글로벌 전략·기획이나 외국환, SOC업무 등이 아닌 대다수가 영업창구 업무를 보고 있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해외 대학 출신자들의 이직률은 일반 신입행원 보다 높은 20%를 웃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