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 많은 집에 태어나, 어려서 관심 받는 길은 스스로 모든 걸 다 해내는 것 뿐이었어요.
어린 나이에 혼자 병원도 가고, 혼자 입학식, 졸업식 가고 그러면 어른들이 칭찬해주시는데,
꼭 그러면 사랑받는 듯한 기분이 들었었거든요.
그 때부터 저는 칭찬받기 위해 살아왔던거 같아요.
칭찬받기 위해서는 거짓말도 하고요.
그래서 힘들다는 얘기를 잘 하지 않아요.
반대로 주위 사람들 상담이나 이런 건 잘해주는 편이고,
집에서도 힘든 일 있음 저한테 상담하는 일이 많아요.
전.. 힘든 일 있어도 잘 얘기 안 하구요.
가족사이나 형제 간 우애도 돈독한 편이라 제가 힘들다 하면 그냥 넘어가진 않겠지만,
입 밖으로 힘들다는 말을 잘 못 꺼내요.
집안 분위기가 너 하고 싶은거 하고 그 대신 책임도 너가 져라 하는 분위기라서
제가 하고 싶은대로 하면서 살아왔지만,
그 대신 제가 짊어져야 했던 금전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곪을대로 곪아 터지기 일보직전이에요.
늦은 나이에 대학에 가게 되어, 타지에서 유학생활 중인데,
제가 일해서 번 돈 들고 와서 학비 내고, 생활비 대고,
지금은 아르바이트랑 장학금으로 학비랑 생활비를 대고 있어요.
그러다 중간에 이사해야할 일이 있어서 이사하느라 드는 비용이랑
학비를 한 번 장학금 놓쳐서 그 학비 대는 비용을 빚을 지게 되었고, 약 천만원 정도 돼요.
돈 빌려준 사람은 친한 친구이고, 천천히 갚아도 된다고 하지만 얼른 갚고 싶은 마음에
죽어라 돈을 버는데도 당장 학비 내야할 때가 다가오고, 생활비로 여기저기 돈이 나가서
실제로 모아서 갚은 돈은 얼마 되지 않아요.
이렇다보니 친구들이랑 잘 어울리지도 못해요.
친구들이랑 놀려면 돈, 시간이 필요한데, 당장 노는데 돈 쓸 여유도 없고,
시간은 곧 돈이라... 학교 끝나면 아르바이트 가고 그러면 놀 시간이 없어요.
그래도 공부는 열심히 하려는 편이라 여태껏 장학금으로 어떻게든 버텨오긴 했구요.
집에서 걱정하시기도 하고, 어렸을 때부터 걸린 칭찬병에...
집에선 제가 빚이 있는지도, 이렇게 돈 때문에 고민하는지도 모르세요.
집안 형편은, 제가 손 벌리면 돈을 못해주실 형편은 아니지만,
돈 달라는 말이 목구멍이 걸려서 입 밖으로 나오질 않아요.
얼마 전, 단기로 좀 많은 돈을 받는 알바가 있어서 했는데,
제가 평소에도 하루에 몇 시간씩 서서 알바하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일은 너무 힘들어서 발이 퉁퉁 붓고 걸을 수가 없어 정말 기어서 집까지 올 정도였어요.
집에 오는데, 지하철 역에서 뛰어내려 죽어버릴까 생각을 몇 번이나 하고,
그냥 눈물이 막 나서 누가 보던말던 울면서 집에 왔어요.
그러다 엄마랑 통화를 하게 되었는데, 엄마 목소리를 들으니까 미치겠는거에요.
그 날, 엄마 앞에서 처음으로 소리내어 꺼이꺼이 울었어요. 전화 상이었지만...
여태 이불 뒤집어쓰고 혼자 소리죽여 울어본 적은 있어도, 그렇게 대놓고 울어본 적은 처음이었거든요.
숨도 못 쉴 정도로 울다가... 결국 너무 울어서 전화도 끊고..
엄마가 카톡으로 절 위로해주시는데, 순간 내가 엄마 걱정시켰구나 싶은거에요.
그래서 엄마한테 미안해서 또 울고... 그렇게 울다 지쳐 잠들었어요.
그러고나서 요 며칠, 그냥 계속 멍하고 가만히 앉아있어도 자꾸 눈물이 나고
그냥 다 놓아버리고 싶은 생각 뿐이에요...
죽어버리면, 내 주위 사람들이 잠깐은 슬퍼하겠지만, 결국 다들 제 살길 살겠지 싶고,
죽고 싶다기 보다.. 다 놓아버리고 싶은 생각...
제 성격 상.. 절대 돈 달라고 말 못해요. 전에도 몇 번 어쩔 수 없어 손 벌린 적은 있었지만,
그 금액 다 적어놓고 언젠간 갚아야한다는 강박증에 그거 아직 갚지도 못했는데 또 손벌릴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방학이라.. 한국에 너무너무 들어가고 싶은데
한국에 한 번 다녀오면, 비행기값에, 한국에 가서 쓰는 돈, 그리고 제가 한국 가 있는 동안에도 나가는 월세,
한국 가 있는 동안 아르바이트 못 해서 못 버는 돈 다 합치면..몇백이에요.
당장, 새학기가 코 앞이라 학비도 학비지만, 올해 엄마 환갑이시라 거기에도 돈 좀 보태고 하려면
한국에 안 가는게 맞는건데... 너무너무 힘들어서 한국에 꼭 가고 싶어요...
한국에 가도 돈 걱정에 마음 편하지 않겠지만, 한국에 갈 수 있다는 사실 만으로 힘을 낼 수 있을거 같거든요...
근데 갚아야할 돈도 있고, 지금 내 형편에 한국에 가는게 사치지.. 싶어서....
그래도 이 악물고 또 버텨야 하는 건지...
오늘도 몇 번을 비행기표 예약 사이트를 들락날락 거리다가
설날인데도 아무 연락 없는 가족들.. 괜히 나 혼자 보고 싶어하는 것 같아 눈물 훔치고...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