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여자들의 명절 후유증, 해보니깐 이해가 되요...

솔직한찌질이 조회수 : 4,420
작성일 : 2013-02-09 18:20:15
저는 아버지가 3남 1녀중 세번 째 이십니다. 근데 당대 사회의 유교적인 정서를 감안한다면, 엄밀히 말해서 제 아버지는
제사 관련하여 막내나 다름 없으시죠. (여성 비하적인 발언 아닙니다. 오해는 없으시길...)
하지만 이런저런 집안 내부사정으로 인하여(이것까진 다 옮겨적지는 못하겠네요. 양해바랍니다.) 몇년 전부터 저희 집에서 
제사를 모시고 있습니다. (아버지께서 일종의 의무감? 그런게 강하신 분이셔서요...)
1년에 제사 4번 모십니다.
설날, 추석 명절 2번, 할아버지 제사 1번, 그리고 엄마 제사 1번.
엄마 제사 때는 외가 식구들이 와서 도와줍니다.
근데 명절 제사랑 할아버지 제사는 사실상 저랑 아버지가 거의 다 주도를 했죠.
그래봤자 여기서 명절 때 고생하시는 누님들에 비하면 제가 하는건 깜냥도 안되는 수준에 불과하죠 뭐.
어지간한건 그냥 사서 준비하고, 직접 요리를 하는 건 제사상에 올라가는 음식 중, 적어도 '정성'이라는 부분이 반드시
담겨져 있어야 하는 비중있는 것만 골라서 하는 수준이니깐요.
고모님이 도와주셔서 그나마 좀 낫습니다.
이제 겨우 몇년 하고 있는데요, 보통 일이 아니긴 하네요.
제사 며칠 전부터 음식 미리 마련하고, 제수 그릇 준비하고, 집안 청소하고.......
거기에 제사 모시는데 걸리는 시간. (절하고 술잔 따르고 하는데만도 1시간 넘게 걸리니깐요.)
그리고 제사가 끝난 이후엔 식사 및 뒷정리까지.
해보니깐 알겠습니다.
여자들이 왜 그렇게 명절을 힘들어하는지............
물론 예전에 제가 실질적인 준비에 참여를 안할 때도 '와~ 제사 모시는게 보통이 아니네.'라는 인식은 하고 있었지만
확실히 직접 경험하는 거랑 그냥 구경을 하는건 천지차이라는 것이 분명하더라구요.
그래서 그런지 아버지랑 고모님은 저 결혼하고 나서는 제사 따로 하지 말라는 말씀을 하세요.
하더라도 최소한의 격식만 차리고 예전에 해오던 것처럼 그렇게 호화찬란하고 요란스럽게 준비해가면서까지는 하지 
말라고 하세요.
이건 외가 식구들도 마찬가지에요. 이모가 그러시더라구요.

'내가 나중에 니 결혼할 때즈음 되면 느그 아빠한테 요것만큼은 얘기해야겠다.
 안그럼 니 장가 못간다고 흐흐흐~'

그래서 전 제가 결혼하기 전에 이 부분에 대해서 아버지, 그리고 집안 식구분들과 어느정도 상의를 해서
대강 결론을 지어놓고 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엄마 제사만큼은 꼭 모시고 싶다는 전제만 붙이구요. 
이건 뭐 저랑 제 와이프, 그리고 이모나 숙모가 도와주시니깐 와이프한테 크게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할 수 있기에.

암튼 전국 각지 곳곳에서 명절을 준비하시느라 수고 많으신 누님들.
다들 정말 고생 많으세요. 저희 세대 때는 여성분들을 조금이라도 더 배려를 할 수 있는 그런 명절 문화를 만들도록
노력할께요.



IP : 27.35.xxx.203
1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남자
    '13.2.9 6:28 PM (119.66.xxx.13)

    저도 울 아부지에게 너무 감사드려요.
    울 아부지, 제사에 관한 불합리한 점 참고 참으시다가 친척들이랑 의난 틈을 타 제사 없애버리셨습니다.
    친척들 만날 일 있으면 본인 혼자 가겠다고 하시고, 어머니랑 저희들 제사 스트레스 안 받도록 딱 끊으셨어요.
    그렇다고 아버지가 조상들 안 챙기느냐, 그것도 아니고 평소에 친척들 중에서 할아버지 산소에도 가장 자주 가시고
    진정한 효자가 있다면 우리 아버지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명절 되면 저는 다른 사람들에게 뭐라 안 하고 조용히 지내요. 다른 사람들에 비해 저희는 너무 편하게 명절을 보내거든요.
    일단 저희 부모님도 우리 보고 제사 지낼 필요 없다고 하셨고,
    그 때까지 제사 문화가 남아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저도 자식 생기면 제사 지내라는 소리 안 할 겁니다.
    제사 문화는 남자들이 끊어줘야 합니다.

  • 2. 솔직한찌질이
    '13.2.9 6:32 PM (27.35.xxx.203)

    남자 // 저도 그 점에서 제사 관련해선 제 의지에 따라 많은 변화를 줄 수 있을 것 같네요. 나이가 이제 그런 것들을 조금씩 생각해봐야 하는 단계로 가고 있는지라 틈틈히 아버지한테 여쭤보고 의견도 나눠보는데 제사를 모시긴 하되, 지금처럼 요란스럽게 할 필요없이 조촐하게 격식만 잘 갖춰서 하자고 하시네요. 제사는 아버지 집에서 모시구요. 준비할 것도 크게 없이 나눠서 하구요. 저도 아버지가 진짜 효자시거든요. 막내급에 속하심에도 불구하고 의무감이 대단하세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 세대부턴 좀 달라져야 한다는데 공감을 하시니깐요.

  • 3. 솔직한찌질이
    '13.2.9 6:35 PM (27.35.xxx.203)

    남자 // 제가 부모 소리 듣는 때가 오면, 그 땐 저도 '진짜 최소한의 아주 적은 격식'정도만으로 하고 나머지는 다 없애버리고 친척끼리 즐겁게 시간을 나눌 수 있는, 그리고 와이프는 명절을 틈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그런 날로 만들고 싶습니다. 일단 계획은 잡고 있네요. 아무리 좋은 거라도 제도가 불합리하면 바꿔야죠.

  • 4. ㅇㅇ
    '13.2.9 7:04 PM (125.146.xxx.219)

    아무리 좋은 거라도 제도가 불합리하면 바꿔야죠.

    이 말에 공감해요
    어린 학생이 이런 생각한 것도 기특하네요^^

  • 5. halo
    '13.2.9 7:11 PM (39.7.xxx.124)

    한국 남성들이 모두 원글님과 아버님 같은
    분들이시면 여자들이 얼마나 더 행복해질지....
    상상만해도 즐거워요^^

    전 오래된ㅋㅋ 미혼누님이라 명절에 시댁에서
    고생하는 며느리는 아니지만,
    키워주신데 대한 감사의 뜻으로 기리고 싶어
    아빠 제사를 엄마와 제가 간소히 지내고 있어요.
    그래서 원글님의 어머님 제사를
    지내고 싶어하시는 마음은 충분히 헤아려지고
    공감 잘 해주시는 예쁜 와이프 얻으시길 바래요.

    제사, 차례가 질리는 음식의 가짓수, 고루한 예법을
    따지는데에서 벗어나
    '부모님까지만' 의 고인에 한해서, 그리워하고
    감사한 마음에서 우러난 한끼 진지를 대접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남, 녀, 노, 소 모두 즐거울 수 있는 명절..
    언젠가될지 모르지만 꿈꿔봅니다!!

  • 6.
    '13.2.9 7:12 PM (203.226.xxx.194)

    저~~윗대 제사는 솔직히 왜 지내는지 모르겠지만
    부모님 제사야 그분 가신날 기억하는 의미는 있죠.
    전 큰집맏며느리인데 윗대 제사는 싹 없애버리고 시부모님 기일은 좀 오바해서 뻑적지근하게 챙기려고요. 남편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내 부모님 기일을 아내가 모른척하면 섭섭할것 같은데 고조 증조부 기일 모른척했다고 섭하지는 않을것같아서요.

  • 7. 솔직한찌질이
    '13.2.9 7:21 PM (27.35.xxx.203)

    엄마 제사같은 경우에는, 제가 어릴 때 일찍 돌아가셔서요. 모든 사람들이 다 그러하듯, 자신의 부모님에 대해서만큼은 당연히 남다르니깐요. 생전 못다한 자식됨을 제사로서도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거든요. 적어도 이것만큼은 미래의 제 와이프도 충분히 이해해주리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당연히 제 와이프 부모님께도 잘해야죠. 살아계실 때는 물론이거니와 사후에도요. 와이프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그것이 인간으로서의 당연한 도리라고 생각하거든요.

  • 8.
    '13.2.9 7:23 PM (203.226.xxx.194)

    그리고 명절증후군이 힘든거 누구는 당당하게 퍼져있는데 누구는 고생하고 눈치보는 상황 때문인게 더 커요
    우리 시댁은 아들 둘 딸하나인데 시누야 자기 시댁가고.. 명절 준비하는 사람이 다섯이거든요.
    시아버님 애보시고 우리부부 시동생부부 시어머님 다같이해요. 시골이라 음식하는거 많고 노인분들이 기력딸려 못해놓은 잡일들,하느라 다같이해도 일이 적지 않지만 나만 억울한 상황은 없다보니 차례 지내는 순간까지는스트레스는 별로 없어요

  • 9. 솔직한찌질이
    '13.2.9 7:26 PM (27.35.xxx.203)

    그리고 제 아버지가 이런 생각을 하실 수 있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은 역시 지식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라고 생각되네요. 여기서 자랑 하나만 하자면, 저희 집에 책이 대략 만권 가까이 정도 되요. 순수 책값에 들어간 돈만 따져도 어마어마하죠. 아버지는 다른건 몰라도 이 책만큼은 다 가져가라고 하세요. 다가 힘들다면 최소한 절반이라도 가져가라고 하시죠. (그래도 오천권이네요 ㄷㄷㄷ) 책을 읽는다고 해서 세상의 섭리를 다 깨우치는건 아니지만, 적어도 책을 통해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옛날부터 지금까지의 사람의 심리가 어떠했으며, 역사는 어떻게 변화하고 반복되는지를 알 수 있으니깐요. 제사또한 바로 그러한 역사의 줄기 속에 하나의 큰 영역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뭐 나름대로 책을 읽고 지식을 접하고 있긴 합니다만 아버지에 비하면 택도 아닌 수준이죠. 그래서 전 결혼할 때 책 많이 가져오는 것. 이것만큼은 꼭 와이프한테서 얻어내고 싶네요 ㅋ 내 자식들한테 무지한 아버지가 될 순 없잖아요.

  • 10. 솔직한찌질이
    '13.2.9 7:29 PM (27.35.xxx.203)

    ㅇ // 드라마를 통해서 제일 강하게 접하는 부분이 그런 부분이더라구요. 누구는 고생하고, 누구는 명절이랍시고 맛있는거 잔뜩 챙겨먹고, 쉴 것 다 쉬고, 음식 다 챙겨가고. 전 그것만큼은 절대로 용납못합니다. 물론 우리 세대가 중심축이 되었을 땐 제사를 비롯하여 사회의 각종 구조가 지금과 비교할 수도 없을만큼 많은 변화를 보일 것이고, 그 중에서 특히 제사는 분명 변화를 할 것이라 여겨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님꼐서 말씀하신 불평등적인 부분은 결코 생겨선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대개 가정의 불화, 친척 간의 갈등은 이런 불평등에서 많이 파생되더라구요. 저랑 제 와이프가 혜택을 받게 된다고 하더라도 그건 제가 거부할 겁니다. 장인 - 장모님꼐서 그런 편의를 제공해주신다고 하더라도 반대할꺼에요. 잠시의 편안함을 추구하려고 전체의 평화를 꺠는 것만큼 어리석은 행동은 없으니깐요.

  • 11. 울남편
    '13.2.9 7:30 PM (211.234.xxx.230)

    오늘 첨으로 전 부치더니 외국에 나가 살고싶다더군요..남자들도 같이 일을 해봐야 이 제사문화가 어떤건지 진짜 감을 잡지 옆에서 볼때는 잘 모르더라구요..
    저도 부모님생각하며 지내는 제사 차례는 힘들지 않아요.얼굴도 이름도 모르는남편네 제사 다섯번..아니 여섯번..그누구도 돌아가신분에 대해 말하지않는 그냥..음식준비로 고되기만한 제사가 힘이 들지요..

  • 12. 솔직한찌질이
    '13.2.9 7:35 PM (27.35.xxx.203)

    ㄴ 가뜩이나 근로환경이나 복지가 OECD국가 기준 꼴지 수준이고, OECD를 벗어나서 세계 기타 많은 국가들과 비교를 해봐도 그렇게 높지 않은 현실 속에서 그나마 명절을 통해 못다한 휴식을 취할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의 현실일진데 그 명절을 누구는 편하게 놀고, 먹고, 자고 누구는 뼈빠지게 고생한다는건 말이 안되죠. 부모님 제사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것은 비단 제사라는 제도를 떠나 자기를 낳아주고 키워주신 분에 대한 최소한의 인간된 도리라고 생각하거든요. 다만, 그 이상의 조상님에 대한 제사를 세월의 변화에 관계없이 굳이 모시고자 한다면, 지금처럼 비합리적인 구조를 끝까지 고수할 필요는 없다는게 제 견해입니다. 물론 마음만으로 어떻게 정성을 알 수 있겠냐고 하겠지만 지금처럼 온갖 요란을 떨어가며 호화찬란하게 준비를 하지 않고 간소한 격식을 통해서라도 충분히 정성스럽게 모실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 13. 기특하네요
    '13.2.9 7:55 PM (14.34.xxx.23)

    제가 딸 있었음 소개라도 해 주고 싶군요 ㅎ
    현실은 아들 하나...
    이녀석에게 잘 가르치고 있어요.

    맞아요
    가족이 다 즐거운 명절, 의미있고 편안하고 기다려지는 명절을 꿈꿔봅니다.

  • 14. 제사가힘든이유
    '13.2.9 7:56 PM (61.43.xxx.57)

    돈과시간이 많이든다
    자기조상이아니다..!

  • 15. ㅇㅇ
    '13.2.10 12:12 AM (59.18.xxx.106)

    원글남 몇살이신지? 너무 생각이 예뻐서 갑자기 궁금 하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16761 60년대 1억이면 얼마정도 될까요..?? 3 ... 2013/02/09 4,755
216760 DKNY 싱글처자들 뭐하고 있나? 36 싱글이 2013/02/09 3,923
216759 서기호 "판검사가 피고인일경우 국민참여 의무화".. 1 뉴스클리핑 2013/02/09 768
216758 아이들아 내 제사는 지내지 마라 8 루치아노김 2013/02/09 2,111
216757 모로칸 오일 써보신분~ 머릿결에 그렇게 좋아요? 12 개털 머릿결.. 2013/02/09 5,511
216756 여자들의 명절 후유증, 해보니깐 이해가 되요... 15 솔직한찌질이.. 2013/02/09 4,420
216755 음식 끝 청소 시작 4 명절준비 2013/02/09 1,716
216754 MBC 실루엣 종결. 문재인,김명민,김승남 - 오유 7 참맛 2013/02/09 2,182
216753 자궁 적출 수술 후 출혈 4 희망이야기 2013/02/09 21,488
216752 계속 울고 있어요. 30 .. 2013/02/09 13,781
216751 전여옥 일본은없다 결국 표절로 확정된거죠 3 뒤늦게 2013/02/09 1,962
216750 아이허브 주문고수님들께 문의합니다. 3 독수리오남매.. 2013/02/09 1,638
216749 집니간 마누라 찾습니다.ㅠ 4 바이엘 2013/02/09 2,640
216748 MBC, 문재인 사진 횡령범 이미지로 사용? 뉴스클리핑 2013/02/09 1,143
216747 몇몇분들 코스트코를 왜 자꾸 코슷코 라고 표기하는거죠 ? 49 진정한사랑 2013/02/09 12,295
216746 오늘 시어머니한테 대들었습니다. 26 건드리면꿈틀.. 2013/02/09 13,288
216745 발톱이 검게 변하고 계속 아픈데.. 왜이러죠.. 4 발톱 2013/02/09 3,507
216744 다들 뭐하세요? 4 ... 2013/02/09 1,211
216743 멜론에서 어학컨텐츠를 이용하려면 얼마짜리 상품을 사야 하는건가요.. 2 멜론어학자료.. 2013/02/09 1,835
216742 성대결절 오신분 조언 주세요. 3 카페오레 2013/02/09 1,535
216741 자다 깨서 글써봐요 1 설날이브 2013/02/09 726
216740 일베, 연휴 첫날 여성음부사진 베스트 보내? 5 뉴스클리핑 2013/02/09 3,479
216739 강신주 박사 특강 2 딴지라디오 2013/02/09 2,098
216738 자꾸 이랬다 저랬다 하는 사람 어떤가요? 3 짜증 2013/02/09 3,065
216737 죽은 여수 환경미화원은 5남매 키우며 일하던 가장" 2 뉴스클리핑 2013/02/09 2,3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