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자기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전혀 관련이 없는 사건이나 사람을 끌어다 붙이고 뻔히 들어나 있는 명백한 사실을 부정하면서 빠져나갈 구멍을 찾거나 되지도 않은 일에 고집을 피우는 사람을 볼 때, 우리는 그가 "억지를 부린다"고 말한다. 보통때, 실제로 그런 사람을 만나게 된다면야 그야말로 속이 터지고 환장할 노릇이겠지만, 적어도 유머가 필요한 상황에서는 그런 억지 주장이 위기를 탈출하게 해 주고 보는 이로 하여금 "기가 막히는 "웃음을 짖게 만드는 위력을 발휘할 때도 있다.
우리 애를 보면
전쟁이 언제 끝날지 몰라 온 국민이 불안에 떨고 있던 어느 날, 기자회견에 나온 대학 교수가 전쟁은 반드시 두 달 안에 끝날 거라는 장담을 했다.
기자; 군사전문가도 예측을 못하는데 어떻게 그런 확신을 하십니까?
교수; 이번 전쟁에 우리 집 작은 애가 했기 때문이라오.
기자; 그게 이번 전쟁과 무슨 상관이지요?
교수; 그 녀석은 무슨일을 하든 두 달을 못 넘기거든요.
억지도 이런 억지가 없지만,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흥미와 우월감을 함께 느끼게 하는 데에는 나름대로 성공한 셈이다. '바보가 만인을 즐겁게 한다" 면 억지는 사람을 기가 막히게 한다.
양말이 아니라
상해 임시정부 시절에 해공 신익희 선생은 바닥이 다 해진 양말을 신고 다녔다. 그걸 본 동지 한 사람이 안쓰럽다는 듯이 한 마디 했다.
"여보시게, 해공. 아무리 궁하기로서니 양말이 대체 그게 뭐요? 숫제 바닥이 없질 않소?"
그 말에 신익희는 빙그레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어허 이건 양말이 아니라 발 이불이라오. 양말을 신어야 한다면 내가 하필 왜 이런 걸 신고 다니겠소?"
생활이 어렵고 궁핍한 때일수록 사소한 불편을 참기 어렵고 시시콜콜한 불만도 대범하게 보아 넘기기 힘든 게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곤궁한 가운데에서도 해공 신익희 선생은 눈 앞의 가난에 연연하지 않고 오로지 조국 광복만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 분이다. 해공이 그렇게 밝고 당당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그 자신의 마음이 밝고 순수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바닥이 다 해진 양말을 "발 이불"이라고 억지를 부리면서도 아무 거리낌 없이 그 누더기 양말을 신고 다닌 그의 이야기를 대하면서, 우리는 남의 나라 땅에서 온갖 어려움과 설움을 겪으면서도 꿋꿋한 기개와 품위를 잃지 않았더ㄴ 대인의 풍모를 발견한다. 해공 선생이 아니면 누구도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유머 감각이 돋보이는 예화이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유머테크에서 이상근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