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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강아지(?) 구조했어요

복받은줄알아 조회수 : 1,847
작성일 : 2013-01-29 10:43:16

저는 두돌반 된 딸을 키우고 있는 워킹맘이에요.

울 딸은 어린이집을 보내고 있지만, 등원 전과 하원후에는 시부모님이 돌봐주고 계시구요. 시댁에는 대를 이어 어미-딸 식으로 키워오신 요크셔 강아지 두마리가 있어요.

언젠가 여기에 강아지 글을 올린적도 있어요. 엄마개 말고 딸 개가 자꾸 우리 아가 이불이나 옷 개켜놓은 것에 쉬를 해서 저걸 딴 집에 줘, 말어 하시면서 시아버지께서 분노하시고...저도 저걸 어쩌냐며 글 올린적 있었어요.

그로부터 몇달이 지났는데, 요즘은 그러진 않네요.

대신 우리 딸의 꼬봉이 되었어요. ㅎㅎㅎㅎ

딸이 리듬체조를 하겠다며 나무젓가락에 리본 매어 준걸 휘두르고 다니더니만, 요즘은 체조에 흥미를 잃고 그 리본달린 젓가락을 어깨에 얹고 '고기를 잡으러~바다로 갈까나~'하고 노래를 부르며 거실을 행진하면, 그 뒤를 강아지 두마리가 차례로 졸졸졸 따라갑니다. (아무래도 리본이 바닥에 끌리는 걸 따라가는 재미인 것 같아요.)

딸래미도 자기가 낚시 놀이 할때 멍멍이들이 안 따라오면 호통을 치구요.

"00야! **야! 빨리 따라와! 낚시 하러 가야지!" 하면서요.

 

여전히 예전처럼 강아지 밥그릇에 사료 담아 주는건 우리 딸 몫입니다. ㅎㅎㅎ

그때 82님들 말씀대로 작은 강아지 녀석을 다른 집에 보내지 않은게 잘 된 것 같아요.

 

암튼, 어제 있었던 일이에요. 저는 퇴근길에 시댁으로 바삐 가고 있었어요.

버스에서 내려서 시댁 아파트 단지 정문을 지날때즈음, 계속 통화가 안되던 신랑과 통화가 연결이 되어 전화를 하면서 걷느라 평소처럼 빠르게 걷지 않고 천천히 걷고 있었어요.

신랑 회사에서 어제 사고가 있어서 괜찮냐고 계속 얘기하면서 걸어가고 있는데, 왠 쪼끄만 개 한마리가 제 옆으로 오더니 제 발 주위를 빙글빙글 도는 거에요.

평소처럼 빠른 걸음으로 걸었더라면 관심도 없었을텐데, 전화 통화 끝내고 가방에 휴대폰을 넣느라 그야말로 몇초동안 서 있던 참이었거든요.

날도 어두컴컴하고, 뉘집 개인가 별 생각 없이 보고 있는데, 어째 개가 제 발 주위를 빙글빙글 도는 폼이 어디서 많이 본 폼이더라구요.

안아올리니 글쎄 시댁의 작은 강아지 녀석인거에요.

어쩌다가 혼자 밖으로 나와서 그 동도 아니고, 아파트 단지안을 혼자 배회하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너무 놀라서 안아들고 시댁에 왔더니 안그래도 강아지 없어진걸 막 아시고 찾으러 가시려고 옷입고 계시더라구요.

 

알고보니, 딸이 어린이집 버스에서 내리는 장소가 제가 강아지를 발견한 그 자리였어요. 딸 데리러 나가실때 강아지 두마리가 항상 따라나가는데, 그 시간이 오후 세시 좀 넘었을 때라고 하시더라구요. 시어머니는 그러고 바로 손녀 씻기시고 저녁준비하시고, 시아버지는 손녀랑 놀아주시고 책읽어주시고 하시느라 강아지들이 당연히 둘다 들어왔겠거니 하신거죠.

한참 지나 저녁 여섯시 넘어서 울 딸이 강아지 사료를 담고는 강아지들을 불렀는데, 엄마개만 나오고 작은 녀석은 없었나봐요. 딸이 이 방 저 방을 다 돌아다니면서, 그 강아지 이름을 부르다가

"할아버지. **가 숨어버렸어! 맘마먹는 시간이니까 얼른 나오라고 해~"하면서 찾아내라고 야단을 떨길래, 소파 밑부터 베란다까지 다 뒤지시고는 진짜 집 안에 없는걸 아신거에요.

 

 

제가 데리고 들어온 녀석은 집에 오니 안심한듯, 왕성한 식욕으로 사료부터 삶은 계란까지 다 먹고, 딸래미가 까준 귤까지 드시더군요. ㅎㅎㅎㅎㅎ

어머니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그 녀석이 그나마 어린이집 버스 서는 거기가 익숙했던 모양이라고, 거기서 배회하다가 저랑 마주쳤으니 망정이지, 날도 춥고 어두워지는 때에 단지 밖으로 나갔으면 큰일날 뻔 했다고 하셨어요.

 

저도, 평소처럼 주변 안보고 엄청 빠른 속도로(저 혼자 걸을때 거의 경보하는 속도거든요. 특히나 아기보러 가야할때는 더욱.)걸었더라면 강아지 발견도 못했을 거에요. 하필 막 신랑이랑 통화하고 난 때라 막 멈춰선 그 몇 초 동안에 발견한 거니....어휴.ㅎㅎㅎㅎㅎ

 

암튼, 사고뭉치 녀석,  신년에 운수대통이었나봐요. ㅎㅎ

 

 

 

 

 

IP : 124.243.xxx.129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어휴!!!
    '13.1.29 11:03 AM (59.86.xxx.85)

    말만들어도...10년 감수했네요
    손녀딸 데리러나갈때 강아지들 목줄 매라고하세요
    그러다 정말 잊어버리면 어쩌시려고!!!

  • 2. ..
    '13.1.29 11:08 AM (211.60.xxx.60)

    지금은 애기와 잘 지낸다니 참 잘됐어요.
    그런데 잠시라도 밖에서는 꼭 목줄 하셔야 해요. 큰개가 나타나거나 큰소리가 나면 놀라서 위험한 상황이 일어납니다. 그래서 죽거나 잃어버리는 개들이 정말 많아요.
    어르신께 잘 말씀드렸으면 좋겠어요.

  • 3. .....
    '13.1.29 11:11 AM (116.41.xxx.57) - 삭제된댓글

    고 녀석 아마 어두운데서 혼자 울먹울먹하고 있다가
    낯익은 원글님 목소리에 똥줄 빠지게 달려왔을듯요 ㅋㅋㅋㅋ
    다행이에요. 가족같던 애완동물 잃어버리면 정말 마음 아프잖아요.

  • 4. 목줄
    '13.1.29 11:12 AM (124.243.xxx.129)

    안그래도 그 말씀 어제 시부모님께 드렸어요. 사실 목줄을 하면 큰 녀석은 잘 따라오는데, 작은 녀석은 목줄을 빼내려고 몸부림+헤드뱅잉 별 짓을 다 한다고 하시더라구요. 어쨌든 시아버지도 목줄 안하면 안데리고 나가시겠다고 강아지들한테 엄포를 놓으셨네요.ㅎㅎㅎ

  • 5. 요즘은
    '13.1.29 11:17 AM (59.86.xxx.85)

    목줄말고 등줄이 있으니 그걸로 해주라고하세요
    그럼 강아지들도 목줄처럼 불편하지않아요

  • 6. 별똥별
    '13.1.29 11:18 AM (211.220.xxx.241)

    시강아지가 뭔가 하고 눌러봤는데
    은근 재밌는 에피소드네요. 다행히 알아보셔서 그강아지는 천만다행!!

    따님이 강아지 사랑하는 게 보여요 ^^

  • 7.
    '13.1.29 1:31 PM (183.102.xxx.64)

    애견인이라 이해가 안가요 강아지들이 들어온줄 알았다니?!!! 여태 안 잃어버린게 신기하네요. 아기와 강아지들 잘 지내신다니 다행이긴하네요.

  • 8. ...님
    '13.1.29 2:06 PM (124.243.xxx.129)

    http://www.82cook.com/entiz/read.php?bn=15&num=1306891 이게 그때 제가 올렸던 글인데, 어디가 과하고 어떤 분들이 분노를 했다는 건지요? 그렇게 툭 던지시면 기분이 별로 좋지 않네요.

  • 9. 보라장
    '13.1.29 4:13 PM (125.131.xxx.56) - 삭제된댓글

    다행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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