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사는 아파트에 작년 4월에 이사를 왔어요.
관사아파트라서 고르고 자시고 할것도 없어 들어오긴 했는데
미리 보러왔더니 집상태가 가관이였습니다.
벽지마다 낙서에 전기스위치마다 스티커에 형광펜에 유리샷시나
방문도 엉망진창...관사생활 20년이 넘었지만 살던 집중에 최악이더라구요.
도배도 하고 물 줄줄 새는 보일러도 고치고 돈들여서 업체에 청소도 시키고...
아무리 관사라도 사는동안은 내집처럼 하고 살자..는 주의이기때문에
돈고생 몸고생했습니다..(이사들어와서도 3달은 집 고치며 살았어요.ㅜ.ㅜ)
그런데 이사 들어오는 날에 아랫집 사람이라며 올라와선 엄청 기웃기웃 거리더라구요.
기분 나쁠정도로 물어보면서..왜 그런지 몰랐는데
어제 저녁에 아랫집 아주머니가 케익을 들고 올라왔네요.
아들이 대학 합격했다며 고맙다고..(그집아들이 고3인건 이사날 알긴했어요)
저는 그야말로 어리둥절..이게 무슨일인가했어요.
말씀인즉 원래 살던 사람들이 아이가 셋인데 정말 밤낮없이 뛰었다고.
아무리 부탁해도 소용이 없고 나중엔 아들이 울면서 공부를 했답니다..
이방저방 옮겨다니며 공부하다가 안되겠다 싶으면 한밤중에 독서실에 책싸들고 가곤했답니다.
관사에서 큰소리 낼수도 없고 그렇게 속을 끓이다가 고3 올라가는봄에
우리가 새로 이사를 왔으니 신경이 쓰인거지요.
우리집은 아들은 작년2월에 군대갔고 얌전한 중2짜리 딸아이에 새벽에 나가서 운동까지 다 끝내고
한밤중에 돌아오는 남편에 오전에 운동가서 점심때나 오후에 돌아오는 저..소음 날일이 없거든요.
(관사생활 오래해서 뒷꿈치 들거나 발을 끌듯이 살살 걸어라~~는 말이 입에 배였어요)
사실 강아지 한마리를 분양 받으려고 했는데 아랫집 아이가 고3이라는 말에 혹시 몰라서
수능 끝나고 데리고 왔어요..낑낑거리거나 짖으면 안되니까요..그런데 이녀석도 엄청 조용하네요.
우리집 이사들어오고 매일 천장을 보면서 절했답니다..너무 고마워서.
마음같아선 식사대접이라도 하고 싶은데 부담준다고 남편이 말렸다며
유명한 케익전문점 케익을 주시고 가네요..
살다보니 이런일도 다있구나..하고 기분 좋아서 글 써 봅니다.
내일 나가서 도서상품권이라도 사서 합격선물로 줘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