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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아랫집에서 케익 받았어요.

이런일은 처음~~ 조회수 : 15,129
작성일 : 2013-01-27 08:41:57

지금 사는 아파트에 작년 4월에 이사를 왔어요.

관사아파트라서 고르고 자시고 할것도 없어 들어오긴 했는데

미리 보러왔더니 집상태가 가관이였습니다.

벽지마다 낙서에 전기스위치마다 스티커에 형광펜에 유리샷시나

방문도 엉망진창...관사생활 20년이 넘었지만 살던 집중에 최악이더라구요.

도배도 하고 물 줄줄 새는 보일러도 고치고 돈들여서 업체에 청소도 시키고...

아무리 관사라도 사는동안은 내집처럼 하고 살자..는 주의이기때문에

돈고생 몸고생했습니다..(이사들어와서도 3달은 집 고치며 살았어요.ㅜ.ㅜ)

그런데 이사 들어오는 날에 아랫집 사람이라며 올라와선 엄청 기웃기웃 거리더라구요.

기분 나쁠정도로 물어보면서..왜 그런지 몰랐는데

어제 저녁에 아랫집 아주머니가 케익을 들고 올라왔네요.

아들이 대학 합격했다며 고맙다고..(그집아들이 고3인건 이사날 알긴했어요)

저는 그야말로 어리둥절..이게 무슨일인가했어요.

말씀인즉 원래 살던 사람들이 아이가 셋인데 정말 밤낮없이 뛰었다고.

아무리 부탁해도 소용이 없고 나중엔 아들이 울면서 공부를 했답니다..

이방저방 옮겨다니며 공부하다가 안되겠다 싶으면 한밤중에 독서실에 책싸들고 가곤했답니다.

관사에서 큰소리 낼수도 없고 그렇게 속을 끓이다가 고3 올라가는봄에

우리가 새로 이사를 왔으니 신경이 쓰인거지요.

우리집은 아들은 작년2월에 군대갔고 얌전한 중2짜리 딸아이에 새벽에 나가서 운동까지 다 끝내고

한밤중에 돌아오는 남편에 오전에 운동가서 점심때나 오후에 돌아오는 저..소음 날일이 없거든요.

(관사생활 오래해서 뒷꿈치 들거나 발을 끌듯이 살살 걸어라~~는 말이 입에 배였어요)

사실 강아지 한마리를 분양 받으려고 했는데 아랫집 아이가 고3이라는 말에 혹시 몰라서

수능 끝나고 데리고 왔어요..낑낑거리거나 짖으면 안되니까요..그런데 이녀석도 엄청 조용하네요.

우리집 이사들어오고 매일 천장을 보면서 절했답니다..너무 고마워서.

마음같아선 식사대접이라도 하고 싶은데 부담준다고 남편이 말렸다며

유명한 케익전문점 케익을 주시고 가네요..

살다보니 이런일도  다있구나..하고 기분 좋아서 글 써 봅니다.

내일 나가서 도서상품권이라도 사서 합격선물로 줘야겠지요?^^

IP : 222.112.xxx.28
1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3.1.27 8:48 AM (115.142.xxx.219) - 삭제된댓글

    흐믓. 이런게 사람 사는 이치예요. 서로 조심하고 이해하고 감사하고...

  • 2. 훈훈
    '13.1.27 9:15 AM (203.247.xxx.20)

    이렇게 마땅한 일이 감사한 세상이라는 게 안타깝지만,
    원글님 스토리 훈훈하네요^^

    합격선물 해 드림 그 댁에서도 더 기뻐하실 듯 ^^

  • 3. 원글이
    '13.1.27 9:22 AM (222.112.xxx.28)

    그쵸? 사람끼리 어울려 사는 기쁨이 이런거구나..하는 마음이 들었어요.

    서로 배려해주고 미안해하고 고마워하는거요..

    전에 살던 사람은 집을 보니 대강 파악이 되서 아랫집분의 고충이 느껴졌거든요.

    이삿짐 빼고 나면 당연히 엉망이지만 제가 보던 집중에 정말 최악이여서...ㅎㅎㅎ

    기분좋은 주말입니다..여러분도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 4. 아~~
    '13.1.27 9:38 AM (218.235.xxx.166)

    이 훈훈한 기운은 뭐죠??

    읽으면서도 맘이 따땃해지네요. ㅎㅎㅎ

  • 5. 이런 글
    '13.1.27 9:38 AM (220.85.xxx.236)

    정말 좋아요~~~
    예의 바르고 교양있으신 원글님댁 가족들과
    그걸 알아주고 감사해하는 아랫집분들....
    서로 이해하며 어울려 살아가는게 맞는거죠!!
    쌀쌀한 휴일에 훈훈해지는 글 고맙습니다^^*

  • 6. ^_^
    '13.1.27 9:41 AM (218.158.xxx.226)

    케잌 갖다드린분 마음 절절이 이해가 갑니다
    애들뛰는 층간소음으로
    심장벌렁거리고 최악의 스트레스를 겪어본사람은
    조용한 윗집이 얼마나 고마운지 알거든요
    아마 절이라도 하고 싶을거에요^^

  • 7. .......
    '13.1.27 10:20 AM (110.10.xxx.5)

    아래층 분도, 원글님도 따뜻하신 분이시네요~^^

  • 8. 웃뜨까
    '13.1.27 10:51 AM (121.143.xxx.14)

    기분좋은 케익이니 맛있게 드세요.^^
    울 윗집은 큰아이 수능 2주 남았는데 대대적인 인테리어 공사를 하더이다.
    미치고 팔짝 뛰다가 일주일 남겨두고 울면서 하소연했네요.
    이런 이웃도 있는데 얼마나 고마웠겠어요.

  • 9. 물고기
    '13.1.27 11:05 AM (220.93.xxx.191)

    그러니까요
    아랫집아이가 고3이라 강아지미루신 님.
    고3아들합격에 윗층에 고마움을 표시한 아랫층님.
    훈훈~~하네요.아~예뻐라!!

  • 10. jjiing
    '13.1.27 11:41 AM (211.245.xxx.7)

    훈훈하네요~^^
    윗집 아랫집 참 좋네요^^

  • 11. 아랫집
    '13.1.27 12:21 PM (122.40.xxx.41)

    아주머니 기분을 절절하게 알아요
    저희 윗집이 세번 이사를 갔는데 이번에 오신분들 정말 무지하게 조용하네요.
    천정보며 맬맬 감사하다 합니다.^^

  • 12. 님 최고!
    '13.1.27 2:13 PM (14.52.xxx.59)

    저희 아랫집도 백화점에서 우연히 뵈었는데
    우리 애 수능에 맞춰서 화장실 공사한다고 논술날짜까지 물으시더라구요
    근데 수시 다 떨어지고 정시까지 가게 되었는데 반상회에서 어찌나 꼬치꼬치 물으시던지 ㅠㅠ
    어쨌든 이웃간의 마음씀은 정말 고마워요
    도서상품권 조금 사주시면 전 평생 안잊고 고마워할것 같아요

  • 13. 여담이지만..
    '13.1.27 6:48 PM (218.236.xxx.82)

    층간소음때문에 읍소하려고 한번은 코스트코에서 빵..
    두번째는 제과점 케익 사다 바쳤어요.
    두번째 케익 줬더니 지난번에 준 코스트코빵 얘기를 하면서 자기네는 그런빵 안먹는다고..ㅠ.ㅠ
    욕나오려는것 참느나 진땀 흘린기억있네요.
    이런 무개념 여편네도 있답니다.
    개념있었다면 애들이 뛰는것도 아니고 어른인 본인 코끼리 발소리때문에 아랫층에서 괴로워하면 처음 그 사실을 알렸을때 주의했겠죠.
    요즘은 남편한테 맞고 사는것 같아 그냥 인간 불쌍하다 하면서 그러러니하는 지경까지 왔어요.-_-

  • 14.
    '13.1.27 7:48 PM (1.236.xxx.89)

    윗집에서 소음 미안해서 뭐 갖다주는 건 봤어도 아랫집에서 고맙다고 갖다주는 경운 처음 보네요. 울면서 공부했었다는 아이도 짠하고요.
    끝이 좋아서 다행이에요. 훈훈해요.

  • 15. 아파트라는
    '13.1.27 8:17 PM (125.177.xxx.83)

    공동주거 공간의 비애네요..암튼 훈훈한 결말이라 다행^^

  • 16. ...
    '13.1.27 9:22 PM (1.245.xxx.109)

    추위를 확 녹여주는 글이네요.
    저의 동생은
    윗집 남자가 택시기사인데
    친구들을 데리고 와 밤새도록 떠들어서
    불면증에 걸렸답니다.
    견디다 못해
    어느날 낮에
    아이들 시켜 피아노를 치게했답니다.
    그랬더니 그날 밤
    방방마다 돌아다니며 몽둥인지 각목인지로
    쿵쿵 두드리고 다녀서ㅠㅠㅠ

  • 17. 저도 관사..^^
    '13.1.27 11:48 PM (182.222.xxx.254)

    층간 소음..일년 반동안 미치는 줄 알았어요..
    밤 11시넘어까지 쿵쿵쿵..
    결국 이번엔 제일 꼭대기로 이사왔어요..
    쿵쿵소리 안 들으니 정말 행복해요...

  • 18. 퍼플
    '13.1.28 12:57 AM (119.17.xxx.222)

    작년 7월 윗집 이사와서 애들 3명 미친듯이 뛰는 바람에 고3 아들 정말 이리저리 독서실 전전 하면서 공부했어요. 고3 스트레스에 층간소음까지...하늘이 원망스럽더라구요. 다행히 합격했지만 그간 스트레스 말도 못해요.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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