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중등 이후의 자녀가 있는 모습 그대로 예쁘신분들 계세요?

무거운마음 조회수 : 4,180
작성일 : 2013-01-24 20:55:54
중학생 아들이 있어요.

초등때까지는 공부로 두각 나타내는 아이가 아니어도, 특별히 잘하는 것 하나 없어도, 
수줍음 많고 소극적이고 어리숙하고.....
뭐하나 특별한 점이 없는 아이였지만, 
저는 이 아이가 있는 그대로 너무 사랑스러웠습니다.
이 아이 안에 있는 개성을 믿었고, 순수하고 여리지만 보다 따뜻한 감성이 있는 아이라고 생각했기에
이 다음에 커나가면 뛰어난 사람이 되지는 못할 지언정, 특별한 사람이 될거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있는 그대로 사랑스럽고 제 아이의 스타일 자체가 좋았습니다.

초등때는 반에서 거친 아이들 틈에서 다소 치이기도 하고, 빠릿하지 못하고 좀 느리고 순해서 그렇지 못한 아이들 틈에
약간의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지만
그래도 친구들과 다정하게 지내고 몇몇 착한 아이들과 조용히 잘 노는 스타일이었거든요.
그래서 앞으로 커가면서 저 순하고 순한 성격이 다치지는 않을까, 기센 남자아이들 속에서 상처받고 크지는 않을까
약간의 우려를 해본 적도 있지만
그래도 아이를 있는 그대로 믿었고, 잘 클거라고... 그냥 이유는 없지만 낙관적이었어요.

그런데 중학생이 되고 난후....아이가 너무 많이 변해가네요.
학교에서는 오히려 마치 사람이 변신을 한듯 활달하고 명랑한 아이로 변했고,
소극적이던 성격은 완전 반대로 적극적이고 친구 관계에 능동적이고 심지어는 주도권을 가지고 리드하는 분위기로 바뀌었구요,
워낙 공부를 안시켰던 아이라 중학생이 되고 나서 남들처럼 학원도 다니고 시험때 공부도 하고 하다보니
의외로 성적도 잘 나와서 나름 반에서 공부는 좀 하는 부류에 속하게 되었는데...
(교육열 무서운 동네라,,존재감 전혀 없던 아이가 중학생 되어 공부 잘하게 되니 엄마들은 얘가 누군가..하는 호기심도 있나봐요.)

그런데 저는 아이의 변해가는 모습이 너무 서운하고 걱정이 됩니다.
또래 문화속에 잘 적응해 가는건 좋지만 성정이 너무 무너지고 자기옷을 입지 않은 듯 하고, 
자기만의 특별함을 잃어버리고 좋지 않은 면에서의 그저 그렇고 그런 평범한 무리 속으로 들어가려고 애쓰는 듯 해요.

소심하고 여리고 착하기만 해서 친구가 한 욕을 엄마한테 그대로 입으로 옮기지도 못하던 아이가
이제는 친구들 틈에서는 또래의 거친표현과 욕설들을 거침없이 쓰면서 생활하는 듯 하고.
물론 남자아이들 세계에서 거친 말 안쓰는 아이들이 거의 없다는 건 알고 있기에 나름 저의 실망감을 다스리고 있어요.

그런데 수업시간에도 집중하지 못하고 짝이나 주변 친구들하고 산만하게 떠들어서
선생님들께 굉장히 지적을 많이 받는 듯 하구요,
담임 선생님도 다른 일로 전화통화중에 저희 아이가 의외로(T.T) 성적도 좋은데 수업태도만 달라지면 본인에게도
여러가지로 좋을텐데 지적을 당해도 변하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반에서 주변을 웃기는 사람으로 스스로 이미지 메이킹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게다가 요즘 저한테 하는 행동이나 말투를 보면 정말 혈압이 오를 정도로 짜증을 내거나 말대꾸를 하기도 합니다.
어떻게 부모한테 저런 표정으로 짜증을 내고 말대답을 고래고래 하는지 받아들이기 힘들구요...
여러가지로 속이 상하네요.

가치관도 어린 나이에 너무 속물적으로 변해가고 있는 듯 하고,
다른 사람에 대한 비판이나 불만도 너무 많은 것 같고(제가 듣기에는 친구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들인데도 본인은 너무 비난하고 싫어해요) 
이해심이나 포용심 같은 것도 없는 사람으로 커가고 있는 것 같고...
도덕관념이나 선한 의지 같은것도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마음도 별로 없이
무리속에 끼어서 흘러가려고 애쓰는 것 같구요...

제가 기대했던 모습의 청소년으로 커가지 않는 듯 해서 마음 한켠이 썰렁하고 그러네요..
도대체 진지함이나 생각은 전혀 없는 것 같고, 자기 자신에 대한 고민이나 생각도 없는것 같고
세상사에 뭔가 중요한 일은 하나도 없는 아이 같아요.

제가 한 일이년 몸이 안좋고 하던 일이 잘 되지 않아서 몹시 괴로와서 힘든 시기를 보냈었는데
그동안 아이에게 짜증을 내고, 별거 아닌일로 많이 혼내고, 분노 폭발하고 그랬던 것은 아닌가 너무 후회가 되고
저때문에 아이가 영향을 받아서 저렇게 좋지 않은 성격으로 변해가고 있는거 같아서 넘 속상하고 자책되네요.

오늘, 아이를 아주 어려서부터 보아왔던 분이, 제 이런 마음을 그대로 표현하는 듯한 얘기를 해서
제가 아주 충격받았거든요.
아이에게,
니가 아닌 사람으로 변하려고 애쓰는 거 같다고...그게 더 좋은 모습이 아닌데 너의 모습을 잃어가고 있는 것 같다고...
빨리 돌아오라고.....웃으면서 얘기하셨는데,
그게 딱 제 마음이었거든요.

사춘기라고 생각하고 마음을 다스리려고 해도 잘 안되네요..
왜 아이가 이렇게 변해가는 걸까요?
공부에 대한 압박은 전혀 하지 않습니다. 훌륭한 사람, 성공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강조도 하지 않구요.
아이의 변화를 제가 받아들이기 싫고 있는 그대로 수용하지 못하겠는데.....제가 이러지 말아야 하는건가요?T.T
중등 이후의 자녀도 있는 모습 그대로 예쁘고 사랑스러우신 분들도 분명 계시겠죠?


IP : 115.139.xxx.150
1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메이
    '13.1.24 9:01 PM (61.85.xxx.176)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란 아이가 지닌 기질이나 어느 고유한 특성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아이의 모습을 말해요. 아이의 커가는 과정을 여유있게 지켜보는 것을 말한답니다.

  • 2. ㅇㅇ
    '13.1.24 9:08 PM (211.237.xxx.204)

    그 아이가 어렸을때 모습 그대로 가지고 있으면 어른이 될수가 없어요.
    사춘기는 어른으로 가는 과정이고, 그 과정에서 부모와의 유아적 연결고리를끊는거죠.
    고딩딸이 있는데 이제 어른으로 가는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엄마를 귀찮아하고 혼자 있고 싶어하는 모습보면.. 섭섭하기도 하지만..

  • 3. 성장과정
    '13.1.24 9:09 PM (119.64.xxx.91)

    까지도 아드님의 있는모습아닐까요?
    지금 몸과 마음모두 폭풍성장시기잖아요

  • 4. 콩알
    '13.1.24 9:10 PM (61.73.xxx.248)

    아이가 잘 크고 있는거 같은데요. 든든하실듯...

  • 5. ..
    '13.1.24 9:12 PM (219.251.xxx.144)

    대학생아들
    어릴때완 많이변했죠
    그래도 이뻐요
    엄마 맘에 드는 모습 아니래도
    활기차게 열심히 살아가려는 모습이

    실망 왜 없겠어요
    자식 겉낳지 속낳지 않는다는 옛말 있어요
    엄마아들 이전에 독립된 영혼
    그모습 그대로 사랑합시다^^

  • 6. 원글
    '13.1.24 9:13 PM (115.139.xxx.150)

    답글 읽으니 눈물이 나네요....
    남편이 들어와서 제 댓글은 이따 한밤중에나 달게요.
    울고 있는 모습 보이기 민망해서요.

  • 7.
    '13.1.24 9:18 PM (175.114.xxx.118)

    원글님은 부모님의 기대에서 한치도 어긋나지 않고 자랐다고 자부하실 수 있나요?
    저 나름 고3 때 문과에서 전교1등도 했지만=_=V 학교에서 많이 혼나기도 했고요
    (넌 다른 친구들한테 모범이 되어야할 판에 도대체 왜 그러느냐 뭐 그런...;;;)
    중고등학교 시절 내내 자잘한 걸로 부모님께 실망 많이 안겨드렸어요.
    중 1때까진 정말 내성적이었는데 중 2때 만난 친구로 제가 많이 변했었는데,
    저희 엄마가 원글님 같은 생각을 하셨었을지도 모르겠어요. 그 친구 많이 싫어하셨거든요;;
    지금 제 모습은 뭐...남들 결혼하는 때에 결혼해서 잘 살아요 ㅎㅎㅎ
    남들도 돕고 제대로 된 정치인 후원도 하고 무도도 좋아하고 요리도 좋아하고 먹는 것도 진짜 좋아해요 ㅋ
    아이들은 좀 헤매다가도 사랑을 충분히 받았다면 돌아온다고 믿어요. ^^

  • 8. 그렇게
    '13.1.24 9:20 PM (125.178.xxx.170)

    변하는 모습도 님 아이의 모습입니다. 님 생각과 다르다고 해서 사랑할수 없다는 아닌거 같아요.
    그렇게 여러 과정을 거쳐서 한 사람의 어른으로 성장하는거죠. 설마 님도 어릴때 고대로 자랐다고는 생각하지 않겠죠? 부모로써 가만히 지켜봐 주고 나중엔 한사람의 어른으로 인정해주는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 9. 당연한변화
    '13.1.24 9:31 PM (121.134.xxx.90)

    아이를 너무 원글님의 정형화된 틀안에서 바라보시는 것 같아 글읽으면서 좀 답답함을 느껴요;
    이제 겨우 중딩인 아이입니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별것도 아닌걸로 쎈척하는게 다반사구요
    또래문화에 속하지 않으면 뭔가 겉돌고 배제된다는 느낌도 많을 나이구요
    너무 이상적인 잣대만을 가지고 아이를 판단하기 보다는 어느정도 이해와 허용이 필요한 시기라고 봐요
    특별히 큰 문제를 일으키는게 아니라면 제가 보기엔 지극히 평범한 사춘기 중학생의 모습입니다

  • 10. ...
    '13.1.24 9:45 PM (110.14.xxx.164)

    북한도 무서워 하는 중딩딸
    미웠다 이뻤다 합니다 ㅎㅎ
    물론 이쁜때가 훨 많고요
    학교에선 말썽인 애들도 하나씩 대화 해보면 이쁜 구석이 있고 아직 많이 여리더군요
    센척 해도 애들인거죠
    그냥 있는 그대로 봐주며 조금씩 잡아주는게 좋아요

  • 11. 사과향
    '13.1.24 10:10 PM (112.154.xxx.68)

    큰아들이예비중입니다
    딱그런 착한 아들인데중학교가면저런 변화가 올까봐 걱정입니다.실은 그런일이 생길까떨고 있지요.
    하지만 그런 모습도나름 괜찮을 듯해요
    현재의 모습도 많이 예뻐해 주세요.
    따뜻하고 여린기질은 없어지지 않아요.
    금방 배려깊고 젊잖은 아이로 돌아올꺼예요.
    지금 있는모습을즐기세요~.

  • 12. 저는
    '13.1.25 12:52 AM (115.41.xxx.216)

    아이의 그런 변화를 자라는 과정으로 보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입니다. 순하고 착하기만 하던 제 아이도 원글님 표현하신 모습으로 변했거든요. 야단 한 번을 안 하게 하던 아이인데 요샌 하루 두 어번 큰 소리 나게 하네요. 아이는 지금 완성된 것이 아니고 과정 속에 있잖아요. 어떻게 완벽을 바라겠습니까.

  • 13. 헤르만 헤세가
    '13.1.25 1:22 AM (121.162.xxx.132)

    데미안에서 그랬지요.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 새는 신을 향해 나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라고 한다.'
    저도 아이들을 키우면서 같은 고민이 생길때마다 이 말을 되새기면서 마음속으로 기도했답니다. ^^
    넌 지금 고통스럽게 투쟁하고 있지만 그 또한 결국 신에게 다가가기 위한 것이다, 라고 믿으면서요.

  • 14. Mmm
    '13.1.25 3:21 AM (78.225.xxx.51)

    나비가 사람 꿈을 꾸고 있는 것인지 사람이 나비 꿈을 꾸는 것인지...잘 모를 수도 있겠죠? 어쩌면 자기 정체성이 드러나는 사춘기 지금 그 모습이 그 아이일 수도 있어요. 어릴 땐 부모가 세상의 전부고 부모의 영향력이 매우 커요. 부모의 마음에 들고 싶어서 부모가 좋아할 만한 행동을 하고 부모 컨트롤 하에 들어 와요. 부모가 아는 모습이 다고요. 그런데 지금은 부모가 일거수 일투족 컨트롤 안 되고 자기 모습이 나와요. 님이랑 안 맞아서 그렇지 아이는 적극적이고 성취욕도 강하고 경쟁심이 강한 아이였을 수도 있어요. 그게 꼭 나쁜 건 아닙니다. 순수성을 일찍 잃고 욕심 내는 모습 거친 모습이 내 자식같지 않다고 실망하는 마음, 부정하는 마음이 은연중에 아이에게도 전해져요. 경쟁심 강하고 거친 아이가 되어 버렸다면 그 기질이 나쁜 방식으로 발현되어 괴물이 되지 않게, 강하고 생존력 있는 아이가 되게 도와 주세요...

  • 15. 혹시
    '13.1.25 12:40 PM (122.38.xxx.67)

    읽으셨는지 모르겠으나
    아이의 손을 놓지 마라 - 고든 뉴펠트 저
    추천 할게요.
    그 책에 나오는 사례들이 원글님 아이의 상황과
    비슷한 거 같아요.
    아이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듯 싶은데...

  • 16. ..
    '13.1.26 1:49 PM (218.50.xxx.3)

    자식은 부모의 그림자를 보고 자란다잖아요
    원글님 좋은 엄마같아요
    방황하더라도 부모의 심성이 바르면
    아이들은 돌아옵니다
    가정환경이 괜히 중요한게 아니예요
    윗분이 추천하신 책도 도움되실거예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12075 김용준 총리 후보자 사위 한국상대 소송한 외국기업 변호? 3 뉴스클리핑 2013/01/26 1,525
212074 아이가 셋 이상이신 분들... 어떻게 키우시나요? 21 고민 2013/01/26 3,482
212073 아이들 학습만화 너무 일찍 보는거 괜찮은가요?(와이, 마법천자문.. 4 7살엄마 2013/01/26 1,732
212072 종합병원 간호사실에 피자 간식 넣어도 괜찮겠죠? 13 바보딸 2013/01/26 6,633
212071 뉴 라이트가 정확히 어떤 단체(?)인가요? 2 몰라서요 2013/01/26 842
212070 손정완 밍크코트를 입어봤는데요..할인 다해도 천만원이 넘어요. 8 손정완 2013/01/26 12,309
212069 대전 유성고 3 동주맘 2013/01/26 1,400
212068 샤넬 복숭아 메베 좋은가요? 별로인분은 없으세요? 12 .. 2013/01/26 3,493
212067 나폴레온 제과점에서 무슨 케이크 살까요? 8 . 2013/01/26 2,095
212066 고흐전 써주신 바람처럼님께 감사인사를 8 자유 2013/01/26 1,496
212065 이원복도 뉴라이트였군요ㅜ 8 무식한나 2013/01/26 3,791
212064 재수종로,마이맥대성서울대반 1 영우맘 2013/01/26 1,397
212063 선물 2 과외쌤 2013/01/26 679
212062 홈쇼핑에서 파는 먹거리 괜찮나요? 2 궁금 2013/01/26 1,486
212061 백화점 캐셔 한다면 이미지가 어떠세요? 21 *** 2013/01/26 5,556
212060 맛난 라면 발견 14 한마디 2013/01/26 6,031
212059 럭셔리 블로그 보니 어떤타입이 보기 괜찮으셨나요? 23 ........ 2013/01/26 18,084
212058 비정규직,계약직인거 당당히좀 밝혔으면 좋겠어요 11 .... 2013/01/26 3,404
212057 삭힌고추가 질겨요 3 .. 2013/01/26 1,119
212056 3분 카레에도 조미료가 들어갈까요 6 .. 2013/01/26 1,740
212055 하유미팩 수분크림 괜찮나요? 5 양파탕수육 2013/01/26 1,540
212054 혹 세인트폴양재 캠버스 아시는분.. 9 감사해요 2013/01/26 2,012
212053 운전자보험 2 오늘같은 날.. 2013/01/26 528
212052 우체국택배 밤늦게도오나요? 4 ,... 2013/01/26 2,765
212051 상가주택을 사려고 하는데, 그 집인지 어떻게 확인하나요? 3 지적도?등기.. 2013/01/26 1,552